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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프로젝트3 #13

깨알 감사 또 다른 시선

길을 걸으면서 인생도 그러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길이 있고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것은 다리가 아프더라도

걸을만합니다. 걸을 이유가 있으니까요.


더불어서 목적이 없이 걸어도 길을 걷는 자체로

의미를 둘 수도 있고 부담감이 적을 때도 있습니다.


길 위의 시간들은 그런 느낌으로 느껴지기에

때로는 인생도 그러면 어떨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인생이 그렇게 되면 너무 뻔해서 살아가는 묘미가 없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발 밑에 보이는 깨알들을 볼 때면 감사와 재미를 느끼기에 행복합니다. 오늘도 그런 것에 대해서 찬찬히 나누겠습니다.


#1. 길 위의 깨알들..


1. 금덩이네. 대단한 물건이야..

지하철 계단을 올라가다가 만났습니다.


지친 몸의 두 다리를 끌어서 한 다리씩 올려놓는 계단에서 봤습니다. '하늘이 내려주신 금덩이'였습니다. 반짝거리는 저것은 큰돈이다라면서 웃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액세서리일 텐대라는 생각에 얼른 다시 찾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웃어주고 가던 길을 이어서 갔습니다.


2. 자연과 동화된 삶..

버려진 지 오래된 오토바이를 만났습니다.



오토바이를 저번에도 보긴 했는데 겨울을 지나서 점점 더 풀이 자라더니 이제는 오토바이가 덮여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자연에 먹혀가는 것인지 자연과 동화되는지는 몰라도

오토바이가 이제 더 이상 쓸모없어지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재밌어서 봤다가 살짝 안타까웠습니다.


3. 냄비뚜껑이 재탄생했다..

지나가다가 너무 재밌어서 한참 서 있었습니다.


버려질 찌그러진 냄비뚜껑이 대문 앞에 붙은 초인종을 온갖 풍파에서 살려주는 모양새가 너무 좋았습니다.



주인집의 위트 있는 쓰임새가 너무 재밌었습니다. 저도 버려질 사물을 잘 재활용해서 더 필요한 것으로 재탄생시키는 묘미를 즐겨보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2. 마음에 감사 더하기..


1. 틈이 생겨도 다시 우리는 힘을 합친다..

길을 걷다가 만난 것에서 '감사'를 만났습니다.



아내와 살기 시작한 지 15년이 되어갑니다. 곧 결혼기념일과 아들생일이 이어져서 오는 11월도 다가옵니다. 길에서 본 것을 보면서 느낀 것은 아내와 제가 살면서 의견이 달라서 때로는 다툼이 있더라도 다시 화합을 하면서 살고 있다는 현실이 '감사'였습니다.



물론 그렇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내의 이해와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기에 더 '감사'로 생각합니다. 아내의 이해가 없었다면 조금의 균열에 '이혼'과 '별거'가 난무하는 가정이 되었을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제가 더 많이 '배려'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만들려고 합니다.



#3. 또 다른 시선

이번 주도 아들이 보내준 사진을 보고 흐뭇하게 웃었습니다.



집 오는 길에 단풍이 예뻐서 찍었찍었다 합니다. 흐뭇하게 웃는 이유는 중2아들이 학교를 오고 가면서 그냥 지나치기보다도 계절의 변화에 따른 아름다움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감성을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보기 좋기도 하고요.


또 다른 시선 2


매주 아들과 사진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프로젝트하는 것을 딸 둘이 알고 나서 늘 "저도 보내드리면 안돼요?"라고 말했습니다. "응. 나중에"라고 대답해 주곤 했습니다. 이유는 아들은 본인이 저처럼 휴대폰으로 사진 찍으며 즐기길래 해보자고 했지만 딸들은 어쩌다가 하는 것이라서 자칫 매주 주고받으면서 대화를 하다가 힘들어질까 봐 사실 '아름다운 거부'를 하곤 했습니다.


"너도 길에서 본 예쁜 거 찍은 거 보내줄래?"라는 말에 둘째 딸은 30초도 되지 않아서 사진을 보내줬습니다. 사진을 받아보고 무슨 의미로 찍었을까?라고 보고 있는데 톡답이 왔습니다.


"푸르고 색조합이 이뻤어요. "


주변 사물들을 보고 느끼는 감성도 신선했고 그것을 찍어놓은 사진도 신박했습니다. 초6 딸의 시선이 재밌었습니다. 생각보다 재밌는 프로젝트가 되어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주변이 알록달록해져서 더 볼거리가 풍성한 길입니다.

찬바람이 불더니 금세 가을이 왔습니다. 버스를 기다리기위헤 길에서 서 있었는데 가로수들이 울긋불긋하면서 자기들이 내세울 수 있는 색깔은 모두 보여주느라 길거리가 온통 축제입니다. 이런 곳에 살고 있다는 것이 감사했습니다.



일부러 보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서 더 감사한 일상입니다.

찾아다니거나 애써서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길을 걷고 있다가 발 밑에 보이거나 눈높이에 보이는 깨알들이 주는 재미라서 부담 없이 즐기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의 프로젝트가 재밌습니다.

아들과 매주 하는 '또 다른 시선'을 두 딸들이 알아채고 자꾸 자기 사진도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두 딸들이 사진을 주고받는 것이 귀찮고 힘들까 봐 "나중에"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사진을 보내주고 '재밌는 이유"를 달아서 보내줘서 더 재밌습니다. 매주 함께하는 아들 외에 두 딸들과도 가끔 해야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작은 것들로 소소하게 즐기는 '깨알프로젝트'가 이제 아이들도 참여하면서 더 풍성해졌습니다. '아빠처럼 이렇게 찍어서 보내줘'가 아니라, '너도 길거리에서 재밌는 거 찍었다면 보내봐 줄래?'라고 했을 뿐인데 기발한 사진을 찍으며 살고 있는 삼 남매임을 알고 나서 매우 재밌습니다. 이런 재미로 확장되어 가는 것은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임을 알기에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항상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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