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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프로젝트 #48

큰사람

'길이 인생이니

길 위에서 답을 찾으라' 글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습니다.


여전히 길을 걸으면서 답까지는 아니지만 '깨알 재미'와 '아하~하는 깨달음'을 얻기는 합니다. 엄청난 철학정도는 아니고요. 아는 것이 많지 않으니 보이는 것도 많이 없을 수도 있고 깊은 깨달음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깨알 재미'를 느낀다는 것만으로 그저 길을 걷는 시간은 행복합니다. 이런 시간에 느낀 것들을 오늘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1. 택배..

택배를 받고 박스를 버린 것을 보면서  '그 문구'에 시선을 멈췄습니다.


격려의 문구 한마디가 사람을 살리듯이 버려진 박스 한편의 몇 글자는 읽는 이로 하여금 또는 받는 이로 하여금,

'구매에 대한 확신'과 '삶의 격려'가 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전략적인 마케팅 문구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런 문구를 통해서 어떤 누군가는 '구매에 대한 확신'보다는

'삶에 대한 불안정한 불안감'을 던져버리고 '하자! 해보자! 그래! 맞다!'라면서 하늘 보고 웃을지도 모릅니다. 앞으로도 택배, 물류등 다양한 포장재에서 '이런 문구'들의 확산을 지지해 봅니다.




#2. 미용실..

골목길을 걸을 때였습니다. 그냥 딱 길을 멈췄습니다.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 궁금하지?


벽면에 그림과 '미용실' 간판을 보면서 호기심이 생기고 궁금했습니다. 어릴 때 '미장원' 감성이 남아 있는 '미용실'인가? 난로 위 구멍 같은 곳에 들어가 있던 뜨거운 가위로 머리를 말던 '미장원'이 생각났습니다.



여전히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있으실 미용실에 대해서 잠깐 '그 옛날 미장원'생각을 해보면서 잠깐 서 있었습니다.




#4. 시문..

골목을 지나가다가 보게 된 시 문은 발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추억이 몽실몽실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시문과 함께 인생 첫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겠다고 부모님께 우기고 재수는 가망 없다고 하지 않겠다며 지방학교로 지원해서 내려갔습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도시의 학교 근처에서 '첫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아는 사람 명도 없었고요. 당장 입학을 위해 방을 구하다 보니 1인이 살도록 되어있는 시골  자취방을 간신히 구했고요. 자취짐을 부모님께서 차로 실어다 주시고 올라가셨습니다.



누우면 발이 벽에 닿는 네모지고 쪼그만 방, 시멘트 벽에 붙은 시문을 열고 '조심해서 가세요. 잘 지낼게요.'라고 손을 흔드는 제 모습을 보는 부모님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드는 것이 기억납니다.  '지낼만해요. 걱정 마세요.'라고 했지만 발걸음을 떼지 못하시는 부모님, 얼른 출발하지 못하는 아버지 차를 봤습니다. 그 옛날 생각이 다시 떠올랐던 순간입니다.

 


 #4. 낙엽..

찍어두고 깨알로 사용하고 싶을 때 꺼내려고 고이 접어둔 사진입니다.



마음이 복잡하고 어려울 때, 뭔가 안 풀릴 때 꺼내서 적으면서 다시 심기일전하려고 잘 넣어둔 사진이었습니다. 산책로 인근의 받침대에 전날 내린 비로 물이 고여있고 그 위에 낙엽 한 장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운치 있네. 좋네. "라면서 얼른 찍었습니다.


받침대 위에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어도 운치 있긴 합니다만.. 그날은 받침대 위에 낙엽 한 장이 가장 좋운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화선지에 먹물 한 방울 떨어뜨려놓았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운치가 있는 것, 하늘에 구름 몇 조각이 있는 것만으로 그림이 되는 것처럼 '잔잔하면서도 은은한 멋, 낙엽 장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잘 넣어둔 사진을 보면서 그때 감정을 적다 보니 복잡하고 고민스러움은 어느새 사라졌습니다.




# 그 자리..

차를 주차하고 나서려는데 주차장 기둥에 붙인 테이프 자국을 보게 되었습니다.


무언가를 붙였다가 떼어내고 고정했던 테이프는 제거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느낀 것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누군가의 공백은 쉽게 느껴진다고 하면서 일할 때 많이 듣던 말도 생각났습니다.



테이프 자국을 보면서 '난 자리'에서 욕먹기보다는 행동과 말로 더 좋은 영향력끼치는 사람이고 싶어졌습니다.





길을 걸으며 보는 '깨알'들이 여전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줘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추억도 생각하게 해 줘서 더 좋았고요.



별거 아닌 것 같은 소소한 '깨알'을 즐겨주시는 분들덕분에 더 큰 감사를 매번 느낍니다.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고 길 위에 다양한 것들이 여전히 보인다는 것도 감사합니다. 오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의 깨알프로젝트 #49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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