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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요. +24

노랑참외맛

큰아들이 며칠간 집을 비우게 되었습니다.


두 딸들은 오빠가 집을 비운다는 소식에 '끼야호!' 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오빠가 집을 비우면 늘 '오빠 보고 싶다!' '허전하다.'라면서 진담반 농담반 소리칩니다. 5인 가족이다 보니 삼 남매 중 한 명이 자리를 비우면 승용차자리가 편해지고 식당을 가도 4인용 식탁에 안정감 있게 앉을 수 있어서 편해지는 것은 웃픈 현실입니다.



그런 두 딸들과 오빠 있을 때 못 보던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오빠 있을 때는 '첫사랑' '사춘기' '짝사랑' '심쿵' 키워드 영화는 '상영불가'취급됩니다. 여동생들 문화를 '극혐'하는 사춘기 오빠가 없는 오늘은 '상황해제'날입니다.



그렇게 고른 영화가 '퀸카로 살아남는 법'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저와 아내가 본 영화입니다. 그런 영화를 아이들과 함께 본다는 자체가 미라클입니다. 결혼 후 태어난 아기가 어느새 기저귀를 떼고 벌써 부모와 문화를 공유하는 나이가 된 것입니다.  



둘째 딸은 영화를 보면서 연신 '한숨'과 '어머' '아~~~'하면서 봤습니다. 둘째 딸은 호기심 많고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는 편이라서 늘 다이내믹하고 유쾌한 상황을 즐깁니다. 전학 오자마자 반에서 회장으로도 뽑혔습니다. 그런 성향에 비해 다소 조심하는 편입니다. 그런 이유는 학교에서 원치 않는 경험들을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왕따, 은따, 삼총사, 사총사로 지내다가 갑자기 손절당하기, 오랜 시간 막역했던 친구가 다른 친구들에게 둘만의 대화내용을 폭로해서 곤혹스러웠던 일, 학교에서 여학생이 겪을 경우의 수는 모두 겪고 있다 보니 이 영화가 와닿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막내딸도 '뭐든지 해보자' '으쌰!!'스타일이다 보니 전학 오자마자 반에서 회장입니다. '으쌰~'하면서 반에서 얘기하면 질투하는 아이, 반대하면서 더 나서는 아이 등등으로 매일 머리가 아프다면서 속상해합니다. 그러다 보니 여학생들의 다양하고 미묘한 감정싸움의 진흙탕 같은 매일매일이 묘사되는 영화를 보면서 '으....' '이그...'라면서 진지하게 영화를 봤습니다.


"저 봐라! 저러면 안 되겠지?"

"저러면 안 되는 거야!"


라며 부모 입장에서는 은근히 힘들어하는 둘째 딸, 막내딸에게 아이들이 고른 영화를 통해 뭔가를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사실 그런 행동이 불필요한데도 자꾸 그러고 싶어 지는 건 '마음이 앞서는 아빠의 과욕'탓일 겁니다.  


"뒤에서 험담하고 그러면 안 되는데... 밉다."
"그래. 맞아!!"


그렇게 말하고 두 딸들은 울끈불끈했습니다. 전학 오자마자 학교에서 특이하고 스페셜한 무리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곤란한 일들을 겪는 주인공을 보면서 깊숙히 감정이입도 했고요. 어떻게 어울려서 지내야하는지에 대해서 '잘'알고 있는 딸들이 기특했습니다. 



두 딸들은 다른 친구들로부터 당하면서 고통 겪었던 시간들을 통해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을 이미 정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약간 소외되거나 의기소침하는 친구들과도 '새로운 친구 맺기'를 시도하고 '새로운 친구'를 제대로 알기까지는 선입견에 휘둘리거나 다른 친구들 말에 흔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영화 보는 내내 '저 봐라!! 저렇게 된다니까! 저러면 안 되는 건데..'라며 영화를 통해 뭔가를 자꾸 가르치고 싶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모두 알고 있는 딸들에게 '불필요한 행동'인 셈이었습니다.   

 


그렇게 정의감에 불타오르느라 바쁜 와중에도 아이들은 영화 속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의 의상, 머리, 화장 등등에 눈을 떼지 못하면서 관심폭발했습니다. 직접 해보고 싶고 사고 싶어서 마음이 '심쿵팔짝'하기도 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남학생을 보면서 '심쿵'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자기도 얼굴이 '발그스레'해지는 딸들을 보면서 웃음도 나왔습니다. 오빠가 있었다면 그런 행동을 애초에 못했을 겁니다. 오빠는 보자마자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그만 좀 해라!' 하거든요. 사춘기는 멀쩡한 아이도 폭군,심술꾼이 되나 봅니다. 



영화보면서 아이들이 했던 기특한 말을 적어 봅니다. 

아이들의 한마디
"뒤에서 험담하고 그러면 안돼!" -퀸카로 살아남는 방법
덩달아 느낀 생각
아이들은 학교에서 사회생활을 배운다. - 퀸카로 살아남는 방법


영화를 보면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이미 알고 있는 아이들에게 괜스레 뭔가를 가르치려고 했던 행동들을 한번더 반성했습니다. 아직까지는 선한 마음과 착한 행동을 겸비하고 지내는 딸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모두 보신 영화이지만 추억을 되살리는 의미에서 트레일러 링크 공유해 봅니다.

https://youtu.be/oDU84 nmSDZY? si=gepC7 EkNPN5 RyeNL

출처: Rotten Tomatoes Coming Soon에서


영화의 내용이나 중요장면은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함께 영화를 보다가 아이들이 하는 말들을 통해서 아이들의 속마음을 알게 된 것을 적으면서 '더 좋은 아빠'가 되겠다는 다짐을 더 하는 시간으로 활용중입니다. 이번 영화도 저희 딸들에게는 참 좋은 영화였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골랐기에 더 좋았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과 영화 볼 때마다 자꾸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 주인공의 특징에 대해 설명을 해주거나 영화장면을 통해 뭔가를 교육해보려는 것은 정말 불필요한 행동입니다.  그저 좋은 영화를 잘 선택해서 보도록 환경만 만들어주면 아이들이 직접 느끼고 판단하면서 '세상 진리'를 알아가고 있었습니다. 더불어서 학교를 통해서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을 몸소 배우고요. 



아이들이 아직 초등학생이고 약한 존재라고만 여겼습니다. 늘 다칠까봐 마음의 상처를 또 당할까봐 몸집이 크거나 드세게 구는 아이들과의 충돌을 통해 고통스러워할까봐 걱정만 했습니다. 의외로 당당하게 말할때도 있고요. 불의한 일을 겪으면 선생님께 도움을 구할 때도 있다는 말에 이제는 마음이 놓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선한 면은 잘 키워가고 악한 면은 적당히 조절하면서 지혜롭게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보면서 기특했습니다. 그런 아이들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고 나니 아이들과 영화 보는 시간이 점점 더 즐거워집니다. 아이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들 통해서 아이들 속마음이 더 느껴져서 참 좋습니다. 

 


유쾌하고 즐거웠던 '퀸카로 살아남는 법'을 보면서 제 마음은 흐뭇했습니다. 큰아들이 없어서 본 영화속에서도 느끼고 배운 것이 있어서 좋았고요. 반대로 두 딸들이 없는 날은 큰아들과 스펙터클 버라이어티 액션대활극을 같이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합니다. 이제 아이들이 사춘기 문턱에 있다보니 각자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나눠서 봐야할때도 생깁니다. 



영화후기를 쓰면서 놀랍고 감사한 것이 있습니다. 여자형제가 없이 자란 제가 두 딸들과 함께 살다 보니 모든게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그럴때마다 아내의 설명을 통해 조금씩 두 딸들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이제는 이해 못 했던 아내의 행동들도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제게는 놀라운 일들입니다. 결혼을 하고 아들,딸 섞인 삼남매와 살다보니 저의 생각과 시야의 폭도 넓어졌습니다. 인생의 '선물'이자 '감사'입니다. 



오늘도 이렇게 아이들의 한마디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빠아! 그래서 그랬어요.' 시리즈를 적을 때마다 아이들 속마음을 입체적으로 느끼는 것같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을 더 많이 이해해가는 것같아서 행복합니다.

 


읽어주시고 공감과 격려까지 해주시는 모든 분들의 손길에 늘 가슴 뭉클합니다.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의 Anna Kum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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