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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프로젝트2 #25

깨알 감사 초심


걷다가 보는 것들이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줘서 저는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아내와 아이들과 지내면서 '사랑'과 '진정한 배려'를 알아가고요.

이제 '솔직함'이 있는 대화가 '건강한 대화'라는 것도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걷고 있느라 조금은 침울하기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웃게 됩니다 바로 '깨알'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무거운 마음에 진짜 맛있는 에스프레소 꼬맹이 한잔 같은 재미를 건네준 '깨알'을 오늘도 기분 좋게 나눠보겠습니다.


#1. 길 위의 깨알들..


1. 그들은 뭉쳤다..

의도해서 찍은 사진은 아닙니다.


보도블록 위에 모여서 먹이를 찾던지 함께 걸으면서 새로운 곳을 찾으러 가는지 모를 비둘기 떼를 보았습니다. 그냥 그 모습 자체가 재밌어서 얼른 찍었습니다. 찍고 보니 뭉쳐서 거닐고 있는 그들 뒤로 등 돌리듯 주차되어 있는 차들을 보았습니다.


뭉쳐 있는 그들과 등 돌린 듯 주차된 차량이 비교되는 느낌이라서 저는 웃었습니다.



2. 나는 어디로.. 여긴 어디..

벤치를 보면 항상 앉고 싶어 집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벤치 위에는 항상 무언가 들이 놓여있습니다.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는 술 깨는 음료, 술병, 커피컵

점심때는 주로 커피컵, 음료컵

저녁때는 과자 부스러기, 봉지, 다양한 음식물 일회용 용기 등등이 자리 잡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 사이로 이산가족이 된 우산손잡이를 만났습니다.


부러진 건가? 부러뜨린 건가? 그가 없다면 우산은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텐데!!


3. 피곤했니?

제가 뭔가 지치고 피곤한 마음이었기 때문일까요?


사실 풀리지 않은 일과 돈 걱정 때문에 마음이 무겁고 무거운 날이었습니다. 건물외벽에 그냥 놓인, 버려진 화분 같았는데 저는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지쳤지만 기댈 외벽이 있어서 다행인 건가? 다행이다. 너는 기댈 곳이 있구나. 다행이네.' 오늘을 살아내고 있으면서 가끔은 언제부터인가 흙 위에 잘 심긴 나무가 아니라, 수초처럼 물 위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것 같아서 먹먹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화분이 그렇게 보였나 봅니다. 좋은 날 오겠지라면서 웃어주고 가던 길을 갔습니다.


4. 헤이!

길을 걷다가 오토바이를 보면 늘 재미가 많아서 유심히 보는 편이기도 합니다. 공공미술과 함께 관심 가는 영역 중의 하나이고요. 주인들이 해놓은 자기들만의 액세서리, 스티커, 도색들이 너무 재밌어서 늘 반갑습니다.



박스에 붙여 놓은 고양이 그림이 아니라, 박스 안에 숨어 있다가 인사해 주러 나온 검은 고양이 같았습니다. 앙징맞고 귀여워서 아이들에게도 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아이들도 아빠의 '깨알 감성'을 제법 알아갑니다. "아빠! 이거 찍을 거예요?"라고 묻지 않습니다.

"아빠! 이거 벌써 찍었죠?"라고 말하며 웃습니다. 길거리에 있는 뭔가를 즐기면서 찍고 웃는 아빠를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2. 마음의 감사 & 행복..

길을 걸으면서 다리 밑을 지나갈 때면 혼자서 빙긋이 웃습니다.


'여길 지나가면 저 밝은 곳이 나오는구나!'


어둠이 지나 밝음이 반드시 오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믿고 지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것을 느끼면서 전혀 두렵지 않고 불안하지 않고 저벅저벅 걸어서 지나갑니다. 머리부터 어깨 그리고 발끝까지 밝음이 닿을 때즈음에는 가슴에 벅찬 뭔가가 차오릅니다. 아마 '이럴 줄 알았다'라는 마음의 믿음이 확증이 되는 것이 뿌듯해서일 것입니다.



저는 지금 직장생활에서도 어두운 곳을 지나고 있고, 가정생활에서도 힘겹게 지나가면서 '회복'이라는 것을 목표로 매일 조금씩 고쳐가고 있다 보니 '신난다'보다는 '오늘보다 내일은 더 나아진 아빠, 남편'이고 싶어서 아직은 다리밑입니다. 길 걷기와 달리 앞이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다리밑에서 본 저 멀리 밝은 길이 제게는 '많은 위로'가 되어서  '감사'했습니다.   





아이들이 부끄러워하지 않아서 감사합니다.

다른 아빠들처럼 테니스를 치거나, 낚시를 다니거나,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위해서 투자할 여력이 전혀 없습니다. 그저 한 달을 살아내고 있는 것 자체를 감사로 여깁니다. 이렇게 살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제가 이만큼 초라해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의기소침하고 길을 바라보며 그저 걸으면서 마음의 무거움도 털어놓고 마음으로 실컷 울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만나는 '깨알'을 반가워하면서 사진 찍습니다. 가끔은 바닥에 쪼그려 앉기도 하는데 아이들이 하나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아빠! 재밌어요?"라고 물어보며 같이 웃어줘서 그저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길거리 깨알들을 보다 보니 여러 곳에서 깨알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억지로 찾아보는 것도 아니고 콘셉트로 만들어서 찍는 것도 아닌데 걷기만 하면 깨알들이 보입니다. 하나도 돈이 되지 않아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깨알들을 보고 즐기다 보니 길거리 외에도 신문, 그림, 책표지 등등 많은 곳에서도 깨알들이 보입니다. 눈이 나빠서 안경과 렌즈를 끼는 사람인데 구석구석 깨알들이 보이니 그 자체만으로도 신기하고 감사합니다.



깨알은 단순한 깨알이 아닙니다.

깨알을 볼 때마다 주르르 울 때도 있고요. 빙긋이 웃기도 합니다. 개척시대 노다지처럼 찾아다닌 것도 아닌데 '여기도, 저기도' 깨알들이 보이면서 제게 주는 메시지도 있습니다. 초라한 제 모습을 느끼면서 자책하고 있을 때는 빙긋이 웃게 해주는 깨알들이 보이고요. 즐거울 때는 더 즐겁게 해주는 재밌는 깨알들이 보이고요. 아이들이 속상하게 굴었다고 마음속에서 괘씸하다면서 미워하는 마음이 생겼을 때는 길거리에 떨어진 아기용품들이 보여서 마음을 바꾸기도 합니다. 그런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이 돈은 전혀 되지 않습니다. 물론 돈을 주고 감상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지만 '제 마음에 위로가 별처럼 많이 되니까 그걸로 만족해야 하나 보다'라면서 울다가 멈추고 빙긋 웃고 웃습니다. 아이들 통해 성숙해지고 깨알들 통해 희로애락을 더해갑니다.


길을 걸으면서 이렇게 느낀 것들이 있었습니다. 보잘것없고 비루한 것들이지만 제 눈에 보이고 상상과 깨달음을 느끼게 한 깨알들을 나눌 수 있는 토요일은 행복하기만 합니다. 아무런 콘셉트 없이 그저 보인 것만 찍은 사진과 제 느낌을 화려한 글을 읽듯이 꼼꼼히 읽어주시는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런 손길 덕분에 제가 꾸준히 적어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요.


항상 함께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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