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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프로젝트 2 #29

깨알 감사 초심

길을 걷다가 보이는 것들은 항상 재밌습니다.


제가 깨알을 만나면서 재미를 얻고, 깨달음을 얻는 동안 지나가시는 분들이 흘끔 보시거나 저를 이상하게 보시더라도 신경 쓰이지는 않습니다.



마치 해운대 모래사장에서 이쁜 돌이나 예쁘게 다듬어진 조개껍질을 만난 느낌입니다.



그런 느낌을 오늘도 나누겠습니다.




#1. 길 위의 깨알들..


1. 누구나..

소화기가 길에 눈에 잘 띄게 설치되어 있습니다. 보면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누구나"라는 문장에 눈이 가서 잠시 멈췄습니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누구나" 소화기를 실제로 망설임이 분사해서 초기제압할 수 있도록, 위급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을 "누구나" 실제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소화기가 요즘 눈에 띄는 것보다 공감의 아름다움을 위해 배경색과 비슷하게 채색된 것들도 보았습니다. 진짜 위급상황에서는 정신이 없어서 안 보이면 안 될 텐대라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고요. 그런 생각들을 해봤습니다.



2. 헤이~~ 퇴근!! Yo!!

길을 지나가다가 만난 조형물 때문에 멈췄습니다.

그리고, 울컥했습니다.


나도 저랬지!!


한때는 저렇게 입고 퇴근 때면 저런 얼굴로 오늘 처리한 업무들이 만족스럽고, 제안한 일들이 주효하여서 칭찬도 받으면서 뿌~듯한 얼굴로 문을 열고 나서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는 뿌듯함보다는 오늘도 살아냈음 자체만을 감사로 여기고, 업무를 위해 입고 있는 옷들이 일상복이 아닌 것을 느끼면서 보람은 없는 퇴근입니다.


그러나,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니까라면서 길에서 보이는 깨알로 위로받았습니다. 저렇게 흐뭇한 얼굴로 퇴근한 게 언제인가? 오랜만에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3. 빼곡히 들어차다..

길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밟게 된 그레이팅을 보면서 잠깐 멈췄습니다.


혹자는 아스콘 알갱이들이 막아서 배수가 안 된다고 투덜거릴 수도 있고요. 공무원분들에게 민원을 넣어서 다시 작업해 달라고 할 수도 있고요. 아니면 일부러 막았을 수도 있고요.


그런 생각과는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인생은 저렇구나!!

저렇게 수많은 경험들과 추억들이 모여서 한 사람의 인생이 완성되겠구나!! 그렇다면 모든 경험, 추억, 만남은 모두 도움이 되고 소중하긴 하겠다! 싶었습니다.



4. 잠자리 가위..

오랜만에 구석에 있던 가위를 꺼내서 다시 만져봤습니다.



어른들께 물려받은 것이 아닙니다.

제가 대학 입학해서 졸업 때까지 실습, 과제물, 졸업작품을 하면서 늘 가방이나 사물함에 넣고 다니면서 작업했던 가위입니다. 그 당시는 동대문이나 용품점에서 산 가위 중에 '잠자리가위'가 탁월한 절삭력, 긴 수명을 자랑한다고 여겨서 애지중지했습니다.



그 당시 기준으로 고급진 황금케이스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게는 레트로한 감성이 느껴져서 좋습니다. 이제는 아이들 옷이나 제 옷들을 리터치 할 때면 자랑스럽게 꺼내서 원단을 '사각사각' 자르곤 합니다. 아이들은 아빠의 단순히 '잘 드는 가위'로 잘라준다고 재밌어합니다. 그럴 때마다 애니메이션처럼 주변이 대학 강의실로 바뀌면서 제가 숙제를 위해 재단테이블에서 원단을 자르던 때로 돌아가는 느낌이라서 뭉클합니다. 그때 창작의 열정과 오뜨 꾸띄르를 꿈꾸던 비전이 다시 떠올라서 웃어 봅니다.




#2. 마음에 감사 더하기..


1. 길거리 휴대폰..

새벽 출근하는 길에 보고선 저는 '감사'를 느꼈습니다. 추워서 웅크리고 손을 주머니에 넣고 후드를 뒤집어쓰고 걷다가 보는 순간,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 이런 세상에 살고 있구나!


아이들이 사용했을 구형 아이폰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아이폰은 아이폰인지라 떨어뜨리면 냉큼 다른 사람이 주어 가는 세상입니다. 그만큼 알게 모르게 무서운 세상입니다. 그런데,


길에 떨어진 아이폰을 위에 올려놓은 것을 보고는 뭉클했습니다. 냉큼 주어 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찾아가도록 올려놓은 것을 보면서 '아직은 이런 세상도 있구나'하면서 흐뭇했고요. 감사했고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세상, 동네라서 행복했습니다. '아직은 정의가 살아있다.'라는 영화대사 같은 느낌이었고요.





컴컴하고 추운 새벽이 힘든 것만은 아니다.

새벽 출근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천천히 그러데이션 하늘이 되면서 잘 안 보이던 모든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마찬가지로 깨알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깜깜한 새벽을 견뎠더니 서서히 밝아오면서 제가 일상으로 느끼는 안정감 있는 하루가 시작됩니다. 그 느낌을 기억하면서 지금의 힘듦도 견뎌보려고 합니다.



소화기를 누구나 쓸 수 있다.

소화기를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은 좋은 것인데, 그런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입니다. 단, 누구나 당황하지 않도록 '이렇게 사용하는 것입니다.'라는 것 말고 진짜 분사해 보는 경험이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군시절 소방팀에 배속되어 경험해 본 덕분에 회사에서 화재가 났을 때 평상시 기억해 둔 소화기로 달려갔고 가져와서 사용했던 덕분에 초기진화가 가능했던 적이 있습니다. 직접 분사해 본 경험 교육 덕분에 안전핀을 제대로 뽑았던 것이었습니다.



영하 20도에 가까운 날씨가 어느새 사라져 간다.

아무리 웅크리고 다녀도 깨알들은 보인다. 신기하긴 합니다. 일부러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서 재밌기도 하고요. 영하 1도이거나 영하 20도에 가깝더라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런데, 그런 극심한 추위가 어느새 입춘을 지나더니 슬슬 약해지고 있습니다.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이제 옷을 겹쳐 입고 웅크리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날이 '어느새' 왔습니다. 제 인생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새벽 명도 아니고 깜깜한 밤중 같지만 '어느새' 안 올 것 같던 '따스한 봄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길을 걸으면서 제가 보고 느낀 깨알들을 나누어보았습니다. 오늘은 제가 소원하듯 모든 분들에게도 따스한 봄날, 봄날 같은 행복이 '어느새' 찾아오시기를 소원해 봅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주 토요일 읽어주시니 제가 꾸준히 쓰게 되는가 봅니다. 그러니 감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항상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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