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너조이 Mar 25. 2023

몸이 마음에게, 마음이 몸에게

피어나라, 기어이 피어나라!


피로와 파도와 피로와 파도와
물결과 물결과 물결과 물결과

바다를 향해 열리는 창문이 있다라고 쓴다
백지를 낭비하는 사람의 연약한 감정이 밀려온다

이제니 『피로와 파도와』



몸과 마음이, 마음과 몸이,

몸이 마음에게, 마음이 몸에게,

미음 두 개를 품은 두 단어가 서로를 세워주며

만들어 가는 이야기에 초록 잎을 두고 싶다. 


위대한 머리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몸과 마음은 함께 해낸다.


마음마음마음마음, 의 이야기가

몸몸몸몸몸몸몸, 하는 몸짓들을 만들어 내.


몸몸몸, 이 가만히 쉬며 잠들 때

마음마음마음마음, 은 꿈을 부풀리고 키우지.


마음마음마음마음마음, 에 감정이 일 때

몸몸몸몸, 은 춤을 추거나 어깨를 흐느껴 운다.


몸몸몸몸몸몸몸몸, 이 거칠고 힘찬 걸음을 할 때

마음마음, 은 나지막이 제 목소리 들어달라 한다.


마음마음, 하며 아파할 때

몸몸, 도 신음하지.


몸, 이 털썩 하고 주저 앉을 때

마음, 은 속상하다.


몸이 연약해 마음의 이야기를 누르는 이들

마음이 무너져 몸짓을 작게 하는 이들


몸과 마음의 심연 속에 흐르는

이 세상의 기쁘고도 슬픈 이야기들을 적으려다

얼마 전 핀 개나리를 본다.


말도 없이 있던 

겨울의 검은 나뭇가지들 위에

기어이 피어난 꽃들을 보며.

 

몸과 마음아, 너희도 기어이 피어나라 



2023.03.25.토

이너조이의 '글 쓰는 오늘' 시즌 10

우리들의 글루스Ⅱ에서 씁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청하관념사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