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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 Sep 27. 2020

밥 먹는 사이가 되는 것

식사는 아무와 할 수 없다

매일 하는 일은 가장 기본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그중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 중 하나를 꼽으라면 ‘식사’라고 말한다. 식사는 한 개인의 생활과 밀착하므로 누군가와 식사를 하는 것은 서로에게 실제로 큰 사건이다. 식사자리에서 많은 얘기와 일들이 오고 간다. 우리는 누군가와 밥 먹는 사이가 되면서 친해진다. 남녀 사이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식사는 관계 시작의 중요한 상징이자 윤활유이다.         

  

풍미가 좋은 식사 메뉴여도 불편한 감정이 앞서는 사람과는 식사를 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반드시 식사에 참여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최소한만 먹는다. 불편한 식사자리를 하고 나면 속에 안 좋거나 피로도가 매우 높다. 불편한 감정이 드는 사람과의 식사는 음식에 대한 기억도 나쁘게 변한다. 음식은 재료의 생성부터 조리과정, 메뉴로 서비스되는 과정까지 숱한 사람들의 노력이 담겨있다. 그 귀한 상징을 불편하게 대할 필요는 없다.


반말하는 사이보다 밥 먹는 사이가 되는 것

관계를 처음 시작하는 낯선이 와의 식사는 불편함과는 조금 다르다. 낯설더라도 서로 불편한 분위기를 해소하는 매너가 있는 사람과는 충분히 기분 좋은 식사가 가능하다. 식사 한 번 하는 사이가 아니라 밥을 계속 먹는 사이가 되는 것은 편안하고 설레는 감정을 동반한다. 맛있는 음식을 다음에 또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새로운 사람은 친한 사람이 된다. 이때 '식사 함께 하실래요'라는 제안이 가장 설레는 법이다. 밥 먹는 사이가 되는 것은 상대와 내가 가장 편안한 사이가 되는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건이다.       


식사는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나의 식사를 너와 한다는 것은 매우 철학적인 일이다. 가장 일상적인 것을 꾸준히 나누는 일엔 호감, 노력, 돈,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 밥을 먹는 것은 쉬운 일이나 밥 먹는 사이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밥 먹는 사이는 아무와 할 수 없으므로 밥 먹는 사이인 사람과는 산해진미를 찾아 풍성한 음식과 향긋한 시간을 소중히 보내려고 노력한다. 우리 반말하는 사이보다, 우리 밥 먹는 사이가 더 귀하다.



 # 묻는 말

독자님께 식사와 관련한 추억은 어떤 게 있나요.

혹은 밥 먹는 사이가 된 사람과 함께 한 음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메뉴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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