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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 May 20. 2019

요가, 시작

잠잠히 내 숨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중 2 교내 클럽활동을 계기로 나는 요가라는 것을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꾸준히 해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간간이 요가를 접하며 살아왔고, 친숙하고도 익숙한 여느 것이었다. 그간 내게 있어 요가는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법이었고, 웃자이 호흡은 여전히 내게 어지럼증을 선사하는 벅찬 호흡법일 뿐이었다. 그저 더 유연해질수록 어려운 동작을 소화해낼수록 얻어지는 뿌듯함에 요가를 찾게 되었다.

2년 전 플라잉 요가를 처음 접한 이후로 한참 재미를 느껴 계속 즐기고 있다. 여느 때와 같이 하루 종일 사람과 일에 시달리다 퇴근을 하고 요가원을 찾았는데, 오늘은 왠지 해먹 사이에서 날아다니는 동작은 버거워 일반 요가 수업을 들어야만 할 것 같았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고 이내 호흡에 얹혀 몸의 흐름을 맡기게 되었다. 자칫 딴생각에 잠기다 보면 동작이 흐트러지고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집중력을 잃지 않아야 했다. 긴장의 연속인 동작 수련을 마치고 찾아온 짧은 명상의 시간이 찾아와다. 이 때 내던진 요가 선생님의 한마디, 그것은 내게 있어 진정한 요가의 시작을 알렸다.


오늘 하루 중에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은 적이 있나요?


아무것도 안 하기? 식은 죽 먹기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도 나는 멍을 때렸고, 간간이 찾은 화장실 변기 위에서도 나는 멍을 때리며, 잠들기 직전 드넓은 침대에 팔다리를 쭉 펴고 누어서도 나는 멍을 때린다. 하지만 그것들은 진정 가만히 있었던 게 맞을까. 그러다,


오늘 하루 중에 이렇게 자신의 호흡 소리를 가만히 들은 적이 있었나요.


피곤하게 절여진 일상에 도망치듯 한 멍함은 있었어도 이렇게 의도하여 내 몸이 내는 소리에 집중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없었다. 몇십 년 동안이나 대가 없이 엄청나게 써먹은 몸뚱이가 내는 이 작은 호흡소리를 한번도 이렇게 집중해서 들어준 적이 없었던 것이다. 이 계기 이후로 나는 평소에는 힘들더라도 수련시간이나 잠자기 전에는 내 호흡소리를 듣는데 집중해 보았다.


요가의 모든 수련에는 호흡을 입힌다. 동작마다 특정 시선 방향이 제시되는데 자신의 코 끝, 손 끝 혹은 하늘을 향하는 것 등이 있다. 이 시선의 방향에 따라 호흡을 고르면 자연스럽게 에너지 발산 방향이 이를 따라가게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과정을 통해 기의 흐름을 느끼고 특정 동작 중의 내 몸이 바라보는 방향과 내는 소리에 대해서 오롯이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어려운 동작의 수련 다음에는 정리 호흡으로 휴식을 취하게 되는데 이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 시간 동안에는 방금 막 마친 동작을 통해 자극된 부분의 통증이나 혈류가 느껴지고 가파른 호흡이 몸의 긴장과 함께 안정이 되어간다. 이렇듯 내 몸이 받은 자극이나 몸이 내는 소리를 온전히 듣고 있노라면 나 자신에게 이토록 커다란 평온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마치 등산을 하고 정상에 올랐을 때 내 귓가에만 맴도는 거친 숨소리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와는 비슷하고도 다른 무언가다. 여느 SNS에 나오는 ASMR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마음의 건강을 위해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며 정리했던 것처럼, 몸도 단순히 움직이는 운동뿐만 아니라 내 몸이 내는 소리를 들어주고 느끼고 정리해줘야 했다. 정신력이 강조되는 오늘날 그 만큼이나 혹은 더우기 내 몸도 감싸안아줄 줄 알아야한다. 이 날이 바로 내게 있어 진정한 요가 수련의 세계에 한 발을 내디딘듯한 기분을 선사한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십여 년의 경험을 뒤로 한채 드디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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