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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dioholic Jun 11. 2024

그래서 QWER이 뭔데?

밴드 음악의 부활을 응원하며...

기타를 배우면서 사람들 앞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른다는 게 정말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알게 되었다. 학원 공연에 참가했을 때 겪은 무대 공포는 지금 생각해도 진땀이 날 정도다. 그토록 많이 연습한 곡인데 왜 그리 손이 덜덜 떨리고 당최 움직이질 않았을까. 하물며 하나의 밴드를 결성하여 수많은 대중들을 앞에 두고 대규모의 공연을 한다는 것의 무게감이란 감히 상상이 되질 않는 일이다.  


QWER이란 걸밴드를 알게 된 건 사실 김계란의 유튜브를 통해서다. 평소 좋아하는 유튜버인데 갑자기 밴드 결성 프로젝트를 하겠다길래 흥미로운 마음에 그 밴드의 결성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본 게 바로 QWER이다. 잘 나가는 유튜버와 틱톡커부터 일본에서 힘들게 아이돌 생활을 하던 보컬까지 한 명씩 섭외하며 밴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마치 슬램덩크에서 멤버들이 한 명씩 추가되는 것과 같은 재미를 주었다.


아니 이런 친구들이 정말 한 자리에 모인다고?


멤버 절반이 음악과 관련이 없는 초보 그룹이 결성되고, 그들이 악기를 배우고 곡을 받으며 한 단계씩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는 과정 자체가 QWER이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이유였다. 물론 크리에이터와 아이돌 등의 활동을 하며 각 멤버가 가지고 있던 매력들이 인기를 증폭시킨 이유인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는 누군가의 성장과정을 함께 한다는 것이 주는 쾌감을 김계란이 정말 영리하게 잘 살린 덕분이 아닌가 싶다. '최애의 아이' '봇치더락'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비주류인 밴드의 형태로 실현한 기획자의 영민함이 빛을 발했달까.



최근 QWER이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 초대된 것으로 꽤나 논란이 되었다. 음지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실력파 밴드들이나, 음악적 기량과 진정성을 중시하는  매니아들의 마음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할만한 반감이다. 하지만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들의 무대를 바라봐줄 수 없는 걸까. 락이라는 장르가 점점 소수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입지가 아져가 락페스티발 역시 거의 사라져 버리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QWER 같이 대중적 인기를 지닌 밴드의 유입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관객이 없는 페스티벌, 리스너가 없는 음악 장르에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그리고... 이런 논란을 감내하며 그 큰 무대에 서야 하는 QWER의 입장은 또 오죽하겠나 싶기도 하다.


아이돌과 밴드의 경계에 서 있는 그녀들(사진 출처 : 뉴스1)


음악계야말로 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마는 냉혹하고 보수적인 판임을 감안할 때, QWER 역시 본인들의 기량에 대한 평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펜타포트 논란은 그들이 핸드싱크니 함량 미달이니 하는 비판을 이겨내고 한 단계 올라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못하다면 그들도 결국 반짝하다 없어져버린 그런 수많은 밴드 중 하나가 될 것이고. 수많은 거물급 밴드들 사이에서 주눅들고 망신을 당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펜타포트 무대에 나설 용기를 낸 건 어쩌면 박수를 받아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친구들을 지켜봐 주었으면 좋겠다. 아직 연주 실력도, 밴드로서의 합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최근 10년간 이만큼 주목받은 밴드가 몇이나 되었으며, 간만에 불어오는 밴드 음악에 대한 훈풍에 이 팀이 미친 긍정적 영향을 절대 부정해서는 안될 일이니까. 그리고 QWER보다 더 앞서 데뷔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동이혼이나 롤링쿼츠 등 여성 락밴드들과, 아직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언더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노래하고 연주하는 수많은 밴드들에게도 많은 기회가 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mbWrptRLa8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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