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라고 했다
우리는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도 찾을 수 있는
우리는 아주 작은 몸짓 하나라도 느낄 수 있는 우리는
우리는 소리 없는 침묵으로도 말할 수 있는
우리는 마주치는 눈빛 하나로 모두 알 수 있는 우리는
우리는 연인 (송창식, '우리는')
멜로디를 빼고 가사만 보면 영락없는 한 편의 시다. 저 가사 속에는 어떤 화려한 수식도, 반질반질한 미사여구도 없음에도 아름답다. 소박하고 담백한 표현이 주는 감동이 어떤 것인지, 요란하지 않아도 진정성이 담겨있는 노래가 마음에 얼마만큼의 충만함을 안겨 주는지 이 곡을 들으면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드라마 '미생'을 보면 주인공 장그래가 '우리'라는 표현에 감동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어떤 것을 매개로 나와 함께하는 사이를 의미하는 '우리'란 대명사는 사실 굉장한 친밀감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리 친밀하지 않거나 증오하는 사람을 두고 '우리'라는 말을 쓰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니까. 우리 엄마, 우리 남편, 우리 아들, 우리 딸... 오직 내가 애정을 품는 존재에게만 쓸 수 있는 두 글자가 바로 '우리'다.
'연인'이란 말을 거의 쓰지 않는 시대임에도 이 노래 속 연인이란 단어는 전혀 오그라듦 없이 그토록 달콤한 것일까.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도 찾을 수 있는 존재, 소리 없는 침묵으로도 말할 수 있는 연인이라니. 생각만 해도 흐뭇해지게 만드는 그런 동반자가 있는 삶이라면 정말 든든하고 살만하겠지. 요즘 TV에 지겹도록 나오는 부부 갈등 프로그램만 봐도 저런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 되지 않던가.
송창식 선생님이 기타 한대를 메고 무대에 나와 이 노래를 부르면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아직도 저런 묵직하고 큰 울림이 있는 목소리로 모든 세대를 품을 수 있는 노래를 부를 수 있다니. 이런 맑은 곡을 계속 부르시기 때문에 나이가 들지 않고 늘 청년처럼 살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멋진 어른이다. 앞으로도 선생님이 부르는 '우리는'을 계속 듣고 싶다.
https://youtu.be/0fW9kX8ut78?si=1Ac4Ko4WZNWnO7Y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