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커피팟.
저번 주말에 팝콘 메이커로 로스팅한 게이샤 빈이 너무 너무 맛있게 숙성이 됐다.
입안과 코 끝을 맴도는 향기가 너무도 좋다.
팝콘 메이커 우습게 봤는데 생두가 좋으니 로스팅이 훌륭하게 된다.
케맥스로 내려 마시는 이른 모닝 커피.
모카팟으로 뽑아 마시는 두 번째 커피.
뉴 브리카 모카팟을 두 개 가지고 있다.
하나를 사서 쓰다가 고장이 나서 새로운 모델로 다시 샀는데 새 브리카가 집이 오자마자 고장이 났던 올드 브리카가 정신을 똑디 차리고 일을 다시 잘하기 시작하여 브리카가 두 개가 됐다.
먼저 있던 것은 압력추가 달려있는 모델이고 새로 구입한 것은 압력을 개스킷 안쪽에서 조절해주는 모델이다.
먼저 있던 압력추가 달린 모카팟은
커피가 나오기 시작하면 김을 뿜는 압력솥처럼 추가 흔들거리며 커피가 나오는데 주인장 못된 꼬락서니를 닮아 부르르 금세 커피가 넘친다.
그러니 이 모카팟으로 커피를 추출할 때는 잘 지켜보고 있다가 커피가 나오기 시작할 때 얼른 가스불을 끄고 컵을 가져다 대야 한다.
조금만 늦었다가는 도날드 덕이 툴툴 거리는듯한 소리를 내며 커피를 사방으로 뿜어대면서 꼬라지를 낸다.
그럼에도 맛있게 커피를 추출하니 긴장하고 눈치를 보면서도 굳이 요놈으로 종종 커피를 내어 마신다.
시간을 놓쳐 고새 커피를 사방으로 뿜어내는 꼴을 보고 있자면 가만히 았다가 순간 욱 해서 골질을 하는 내 모양새 같아 반성을 하게 된다.
추를 흔들어 대며 커피를 뿌리는 모카팟을 쳐다보며 내 남편도 나를 이리 보고 있을 때가 있겠구나 싶다.
얇은 가지에 주렁주렁 감을 달고 있는 나무가 딱해서 약간 익은 감들이 달린 가지를 잘라냈다.
가지 하나 겨우 쳐냈는데 답답한 머리를 속아내듯 속이 시원하다.
불을 늦게 꺼서 툴툴 거리며 커피를 이리저리 뿜어대는 모카팟처럼, 얇은 가지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감들이 버거워 보여 다 익지도 않은 가지를 꼬락서니 내듯 기어이 싹뚝 잘라내고는 좋다고 앉아 있는 나.
모카팟이 칙칙 거리며 추를 흔들기 시작할 때 얼른 불을 끄고 잘 달래 가며 잔에 따라 호호 불어서 식혀 마시는 커피.
커피 향도 글에 담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커피를 내리는 이 시간.
나만을 위해 오롯이 내놓는 이 시간이 참 좋다.
나는 ‘소듕’ 하니까 이렇게 나를 아끼는 연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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