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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뉴 Mar 13. 2019

저도 가끔은 달달한 커피가 마시고 싶다구요

내 의견은 궁금하지 않은 분들께

나는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때면 항상 이렇게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 내 잘못이야."

자기 비관적인 태도라고 말하기에는 나는 자존감이 낮지 않다. 단지 저렇게 생각해 버리는 게 시간을 아낄 수 있어서 그렇다. 운전을 할 때면 욕지거리가 잔뜩 나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매번 싸울 수 없는 것은 빨리 내 갈 길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이치다. 나는 좋지 않은 일에 대해서 신경을 빨리 끄고 싶어서 내 잘못으로 돌린다.     


어차피 ‘내 잘못 80%, 다른 사람 잘못 20%’이다. ‘다음에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 혹은 ‘운이 좋지 않았을 뿐이야’라고 넘겨버리는 게 오히려 인생을 가볍게 살아가는 데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얼마 살지는 않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나는 오늘 정말 달달한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내게 돌아오는 것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다. 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좋아한다. 투샷을 추가한. 그런데 선생님들께서는 통일된 것을 좋아하시는지 매번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사주신다. 감사하지 못하게 웬 투정이냐고 말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오늘은 정말 섭섭했다.      


나는 현재 아이들과 함께 대안교육을 하고 있다. 제주에 있는 기숙사에서 아이들과 같이 먹고 자며, 일상을 함께 지낸다. 커피 마실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주어진다면 나는 정말 진하게 커피를 내린다. 몇 분 안 되는 그 시간이 내게 정말 좋은 시간이다. 하지만 그것도 매일 마시면 가끔씩 질릴 때가 있기 마련이다. 오늘이 그랬다. 카페모카와 같은 달달한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그런데 그것을 방해하는 게 몰래 사주신 ‘아아’였다. 안 먹을 수도 없는 그 불편한 커피가 내게 정말 지옥이었다. 미리 물어봐 주셨으면 돈도 아낄 수 있었고, 마시기 싫은 걸 억지로 먹지 않아도 되는 두 가지의 이득이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없었다. 내 의견은 궁금하지 않으니까.     


카페모카는 그렇다 하더라도, 매번 ‘따아(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걸 알면서도 매번 시원한 걸 사주실까. 참으로 야속하다. 오늘 하루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일을 할 때도 내게는 의견을 묻지 않는다. 앞에서 말한 대로 그것은 내 잘못이 크다. 반성에 반성을 거듭해도 여전히 주변에는 상대방의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어쨌든, 나는 오늘 정말 달달한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의견을 묻지 않을 게 뻔하니 다음부턴 내가 먼저 알려드려야겠다.      


“오늘은 카페모카 마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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