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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연 Jul 06. 2022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문학동네


"꼭 내 것인 것만 같은 아픔 속에서, 

끝내 저버리지 않은 타인의 삶"       


도서 표지 출처: 알라딘 홈페이지






    글 : 한강  

    출판사 : 문학동네  

    판형 : 130*193mm(신국판 변형)  

    장정 : 무선  

    쪽수 : 332쪽  

    가격 : 14,000원  

    출간일 : 2021년 9월 9일  

    분야 : 한국소설  

※서지사항은 문학동네 홈페이지에 업로드된 신간 안내문을 참고함

문학동네 (munhak.com)




♥ 추천 독자

✔ 제주가 가진 아픔을 기억하고 싶은 사람

✔ 소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

✔ 한강의 작품을 아직 읽어보지 않은 사람


소설은 '경하'의 꿈에서부터 시작한다. 눈 내리는 벌판, 밀려드는 바다, 그 위에 선 까만 통나무들. 채 동이 트지 않은 새벽, '경하'는 '그 도시에 대한 꿈'과 함께 눈을 뜬다.

'인선'과 '경하'는 직장에서 만난 친구이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잡지사에 취업한 '경하'는 프리랜서 사진작가인 '인선'과 친해진다. 삼 년 간 함께 출장은 다니며 친해진 그들의 인연은 이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어느 날 '인선'은 '경하'에게 급한 소식을 전한다.

'경하'가 서둘러 도착한 곳은 '인선'이 입원한 병원이었고, '인선'은 목공일을 하던 중 손가락이 잘려 접합 수술을 받은 직후였다. 삼 분마다 한 번씩 상처난 곳을 바늘에 찔려야 하는 '인선'은 이렇게 해야만 접합 부위의 신경이 죽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인다. '경하'는 그 장면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지만, 상처에 바늘이 꽂히는 순간을 똑똑히 바라본다.

눈이 펄펄 내리는 겨울, '경하'는 '인선'의 부탁으로 제주에 도착한다. '인선'은 경하에게 제주 집에 홀로 남은 새(아마)의 밥을 챙겨달라고 부탁한다. '인선'의 부탁으로 도착한 제주는 많은 눈이 내리고 있었고,  '경하'는 '인선'이 기르는 새, 아마의 밥을 챙기기 위해 눈 속을 걷는다.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에 대한 기록이자 살아 있는 자의 반성과 성찰이 깃든 소설이며, 빠르게 발전하는 세상 속 잊힌, 그러다 뒤늦게 밝혀지는 아픈 역사에 대한 회고다. 제주 4.3.의 직접적인 피해자였던 부모를 둔 ‘인선’과 그런 ‘인선’의 곁에서 4.3.을 마주하는 경하. 그들은 직접 겪어보지 못했으나 느낄 수는 있는 아픔을 온 몸으로 받아내고 기꺼이 감수하며 나아간다.     

       

출처 : 작별하지 않는다


p.49  간병인이 인선의 상처에 서슴없이 바늘을 찔러넣는 동작을 나는 똑똑히 다시 보았고, 인선과 함께 숨을 멈춘 채 후회했다. 좀전에 병원 로비에서 이미 깨닫지 않았던가, 제대로 들여다볼수록 더 고통스럽다는 걸?


p.251  바로 곁에 누워서 엄마는 자기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냈대. 피를 많이 흘렸으니까 그걸 마셔야 동생이 살 거란 생각에. 얼마 전 앞니가 빠지고 새 이가 조금 돋은 자리에 꼭 맞게 집게손가락이 들어갔대. 그 속으로 피가 흘러들어가는 게 좋았대. 한순간 동생이 아기처럼 손가락을 빨았는데, 숨을 못 쉴 만큼 행복했대.




인간은 앞선 인간이 걸었던 길을 따라 걷고, 그 위에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며 살아간다. 이전에 있던 건물을 무너뜨리고 새 건물을 지어 사는 것처럼 말이다. 소설 속에서 눈(물)은 여러 개의 이미지를 갖는다. ‘경하’의 꿈에서 내리는 눈, ‘인선’이 입원한 병원 창밖으로 펄펄 내리는 눈, 아마를 챙기기 위해 힘겹게 걷는 ‘경하’의 머리 위로 내리는 눈, 붉은 뺨 위에 내려앉아 끝내 녹지 않는 눈. 지구 안에서 끝없이 순환하는 물은 눈이 되기도 하고 비가 되기도 하지만, 죽은 시체 위에 쌓여 끝내 녹지 않던 눈, 즉 누군가의 마음속에 깊게 남은 상처와 후회,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세상에는 끝내 내 것인 것만 같은 아픔이 존재한다. 그를 만나지 않았고 그와 나 사이에 아무런 연고가 없음에도 말이다. 꼭 써야만 한다는 생각, 꿈으로 이어질 만큼 강하게 나를 지배하고 있는 기억, 어떤 이미지. 작별하지 않는다는 건 곧 잊지 않겠다는 것이고, 이것은 ‘경하’와 ‘인선’을 끝내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그러나 한강은 매번 사력을 다하고 있다."라는 신형철 평론가의 말처럼 한강은 소설로써 작별하지 않는 방법을 정하고 끝내 기억한다. 점점 희미해져가지만 사라져서는 안 될 사실과 과거 앞에서, 그것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려는 세력을 등지며. 이러한 과정은 손가락 접합 수술을 마친 ‘인선’이 회복을 위해 삼 분에 한 번 바늘에 손가락을 찔리는 고통과 같고, 그 고통을 눈으로 보아야 하는 ‘경하’의 찌푸림과 같으며, 잊히지 않는 꿈, 수정하고 수정해도 채워지지 않는 유서와도 같다. 그리고 이 고통은 독자에게 전해지고 그 고통은 세상을 좀 더 나아지게 한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소설이 있다. 유희로 가득 찬 소설이 있는가 하면 사유로 가득 찬 소설도 있고, 사실과 허구 사이에서 저울질하며 독자를 헷갈리게 하는 소설도 있다. 한강의 소설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작별하지 않는다』에 있어서만큼은 이렇게 말하고 싶다. 고통과 끝내 작별하지 않는 소설이라고 말이다.


네 것과 내 것을 나누는 세상에서,

우리가 가진 아픔과 슬픔만큼은 부디

네 것과 내 것으로 나누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름의 독서 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문장 채집과 책 일기✍�(@___daily_hui)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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