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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연 Dec 16. 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솔아 외 6명, 문학동네


"소설 쓰기는 세상을 살아가고, 사랑하는 한 방식"


도서 표지 출처: 문학동네 홈페이지

    임솔아 <초파리 돌보기> (대상)  

    김멜라 <저녁놀>  

    김병운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김지연 <공원에서>  

    김혜진 <미애>  

    서수진 <골드러시>  

    서이제 <두개골의 안과 밖>  

    심사위원 : 구병모, 권희철, 손보미, 은희경, 임철우  

    선고위원 : 김보경, 박서양, 선우은실, 소유정, 오은교, 임정균, 조대한  

    출간일 : 2022년 4월 8일(초판 발행)  

    판형 : 130*205  

    쪽수 : 360쪽  

    가격 : 특별 보급가 7,700원  


※수상 정보 및 서지사항은 문학동네 홈페이지에 업로드된 신간 안내문을 참고함

문학동네 (munhak.com)




♥ 추천 독자

✔ 젊은 작가들의 소설을 다양하게 읽고 싶은 사람

✔ 문단의 지금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

✔ 여러 작가의 단편소설을 한 권에 읽고 싶은 사람


'쓰기'를 향한 마음은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로 뻗어나가는 걸까.  '쓰기'를 향한 글 쓰는 자의 마음은 다양하고, 그 마음이 드러난 글의 모습은 제각기 그 자체이다. 소설은 허구와 작가의 상상력을 전제로 쓰이지만, 시간과 삶의 일부를 빌려다 쓰기에 그것은 온통 '거짓'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2022년 제13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일곱 편의 소설 속엔 다양한 모습의 지금과 우리가 존재한다. 그 속에 든 우리와 지금은 소외된 존재이기도 하고, 주목받는 존재이기도 하며 동시에 우리 주변에서 볼 법한 얼굴을 가졌기도 하다. "우리는 왜 소설을 쓰고, 읽고, 즐기는가."에 대한 답은 여전히 '알 수 없음'이지만, 그 '알 수 없음'의 힘을 빌려 세상은 돌아가고 또 다른 소설이 탄생한다. 각기 다른 우리의 얼굴이 담긴 소설집. 그중에서도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은 소설이 자리하는 지금, 여기를 가장 생생하게 싣는다.




임솔아, <초파리 돌보기>

“이유를 잊게 되는 원인이 있을 거예요. 스트레스 상황이 반복되면서 단기 기억력이 나빠진 것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유를 잊어야만 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워진 게 아니라 필요에 의해 치워졌다고 해야 할까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원인과 이유가 일치할 수 없다는 것을 종내는 알게 돼요. 그 불일치가 나한테는 원인인 것 같아요.”


김멜라, <저녁놀>

자신의 나약함이 자기를 좀먹고 먹점까지 힘들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그런 걸까. 잘 느낀다는 건, 자신 아닌 다른 존재에게 공감하고 되도록 폭력적인 관계를 맺지 않으려고 하는 건,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인간으로서 버려야 할 단점이자 취약함일 뿐인 걸까.


김병운,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어쩌면 이 사람은 윤범씨를 만난 게 아닐까. 그날 이 사람이 만난 건 언제라도 연락해 만날 수 있는 윤범씨가 아니라 이제 더는 만날 수 없는 윤범씨가 아닐까. 이 사람은 윤범씨에 대한 마음을 처분하거나 무효화 하지 않고 끝내 간직해보려는 게 아닐까.


김지연, <공원에서>

문득 나는 내가 사는 걸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처음에는 너무 뜬금없고 이상한 감정처럼 느껴졌는데 점점 선명해졌다. 뜻대로 된 적은 별로 없지만 나는 사는 게 좋았다. 내가 겪은 모든 모욕들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극복해내고 싶을 만큼 좋아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사는 건 좋다. 살아서 개 같은 것들을 쓰다듬는 것은 특히나 더 좋다.


김혜진, <미애>

언니, 듣고 있죠? 나 그 사람들 말 신경 안 써요. 사실 언니 아니면 나 그 모임 나가지도 않았을 거야. 물론 좋은 것도 있었지. 배운 게 많긴 했어요. 그래도 언니랑 세아가 없었으면 그렇게 좋지도 않았을 거예요. 언니, 내 말 듣고 있어요?


서수진, <골드러시>

진우는 버려진 정글처럼 보이는 뒤뜰을 바라보면서 어느 편이 더 나은지 알 수 없었다. 먹지도 않는 채소들이 가득한 뜰과 보기 흉한 잡초로 뒤덮인 뜰 중에 무엇이 더 나쁜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서이제, <두개골의 안과 밖>

나는 내가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많은 죽음들을 빌려 산다.




2022년의 끝자락이 되어서야 읽은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일곱 명의 작가와 일곱 편의 작품, 작품마다 수록된 해설은 그 자체로 몰입감 있고 저마다의 개성이 느껴져서 좋았다. 


일곱 편의 작품에서 공통으로 느낀 것은 작가로서 가지는 소설 쓰기에 대한 고민이었는데, 그러한 마음은 주변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기도 했고 작가 자신이 쓴 문장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것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했다. 소설을 쓰면서도 나 아닌 '너'를 걱정하고, 그런 '너'에게 내가 끼칠 영향을 한 번 더 생각하는 마음. 이러한 마음에서 소설 쓰기는 결국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자 세상을 사랑하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했다. 


동시에 소설은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폭력(김지연, <공원에서>)과 소외(임솔아, <초파리 돌보기>)에 주목하기도 했는데, 두 소설은 여성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세운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두 여성의 연령대가 다르다는 것 그리고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게 기억에 남았다. 김지연의 <공원에서>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물리적인 폭력과 피해자에게 요구되는 피해자 다움에 주목하고, 임솔아의 <초파리 돌보기>는 중년 여성과 그녀가 살아온 길을 딸의 시선에서 주목하며 그(중년 여성)가 받아온 은근한 차별을 드러낸다. 문장이 가지는 분위기도, 소설의 전개 방식도, 화자도, 주인공도 다른 두 작품이지만, 그것들은 결국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주목하고 있기에 기억에 오래 남았다.


소설 속에서 작가는, 주인공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그 '무엇이든'을 하기 이전에 나 아닌 네가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것이 소설이라고, 나름의 정의를 내려본다. 소설은 결국 인간의 삶을 벗어날 수 없고, 우리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니므로.


2022년 마지막 달의 절반을 넘긴 오늘,

뉴스에서는 다양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저마다 다른 이가 모여 사회를 이루고

하나의 세상, 생태계를 이루어냅니다.

생명과 존재가 가진 '이루어냄'의 힘,

그 힘을 부정할 수 있는 존재는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겠지요.


여름의 독서 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문장 채집과 책 일기✍�(@___daily_hui)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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