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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탐험가 황다은 Apr 09. 2021

VR/AR은 여행업계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가상/증강 현실과 결합한 여행, 진짜 먹힐까?


Zoom 같은 비대면 산업이 코로나 시대에 급속도로 발달하고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된 상황에서, '기술 기반의 여행'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물론 기술기반에는 랜선 여행도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VR/AR을 활용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VR, AR 기술이 관광 분야에서 더욱 역할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여기어때에 따르면 프리미엄 숙소 블랙에서 VR 360 숙소 이미지를  고객의 예약 확률이 3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여행지 선택을 하기 전 참고가 되는 VR이 아니라, VR 체험 자체로 여행이 되는 경험이다. 이런 '여정으로서의 여행'에서는 스토리를 가진 여행이 성공할 것이고, 단순히 기존의 여행지에서 했던 체험을 그대로 경험하는 VR체험이 아닌 기존 여행에서 전혀 할 수 없었던 것을 가능케 하는 VR 여행이 재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한 전시회 때문이었다.


VR체험으로 경성으로 타임슬립한 썰


작년에 열렸던 일민미술관의 <황금광시대: 1920 기억극장>은 2020년 서울에서 1920년대 경성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입장권마저 경성으로 초대하는 티켓일 정도. 이런 디테일 환영합니다



본 전시회에서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일민미술관의 집무실이나 신여성 편집실 등 다양한 매력을 가진 체험과 공간이 있었다. 하지만 내게 가장 큰 충격과 설렘을 선사한 것은 VR체험이었다. 우리 모두 학교닐 적 배웠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을 권하윤 작가가 1920년대의 만문만화 영상으로 제작했다.


VR기기를 쓰면 경성의 거리가 펼쳐지고, 달려오는 전차에 직접 올라탈 수도 있다.

전차의 움직임을 느끼는 것은 물론, 창 밖으로 경성의 풍경도 볼 수 있다.

전차에서 내려 사람들 북적이는 카페에 직접 걸어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근현대사 덕후로서, 그동안 수없이 많은 경성 관련 책, 드라마, 테마파크 등을 접했었다. 하지만  VR 체험만큼 경성을 실감나게 느끼게 해준 것은 없었다물론 책이 더 자세한 사실을 알려줬었고, 드라마 <사의찬미> 속 이종석과 신혜선이 걷는 경성 거리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 VR은 뭐랄까, 정말 내게 그 속에 들어가 구보 씨와 함께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옛 서울역, 전차, 예술가들이 모였던 카페 등 경성을 대표하는 적절한 장소 선정, 관람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성, 그림이지만 정말 실감나는 그래픽까지 정말 완벽하게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타임슬립으로서 VR 여행의 가능성


옛날 역사부터, 근현대사까지 관광 투어의 주제 중 '역사'는 정말 많다. 우리는 복원되었거나 간신히 남아있는 유산을 둘러보며 역사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런  VR체험을 통해 역사 속으로 들어가 경험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시대라도 실감나게 타임슬립이 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에는 2000년 전 고대 예루살렘을 만날 수 있는 VR 워킹 투어가 있고, 비엔나에서 내가 직접 경험한 역사 타임슬립 체험에도 VR 체험이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그냥 VR체험은 아직 그 시장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로 VR체험방의 운영 실적 저조에 대한 소식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VR을 타임슬립이 가능한 매체로 해석한다면 단순 오락도, 교육도 아닌 새로운 관광을 만날 수 있을 거다.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실제 서울 거리에서는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조선시대나 경성 시대를 완벽히 느낄 수는 없다. 하지만 VR체험에서는 가능하지 않은가. 자유자재로 시공간을 바꿀 수 있으니 한 시대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곳저곳 오가는 것도 가능하다.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매력적인 컨셉이 공존한다면 말이다. 이런 지점에서 생각해보면, VR체험이 얼마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느껴진다.



AR기술로 실감나게, 스토리텔링으로 몰입하게


이번에는 AR기술과 함께한 여행기다. 혹시 AR을 활용한 야외 방탈출, 또는 증강현실 미션투어라고도 불리는 게임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 코로나 시국 전부터 리얼월드, 플레이링크 등과 같은 AR 미션투어 브랜드들이 인기를 끌고 있었지만, 코로나 시대와 이후에도 더 활발하게 성장할 것이다. 비대면 관광이 가능하고, 침체된 지역 관광에 색다른 방식으로 활기를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관광공사가 관광특화 로컬크리에이터 양성 과정에 참여하며 리얼월드에서 직접 '잃어버린 왕국, 백제를 발굴하라!'라는 게임을 직접 출시해본 경험이 있다. 한성백제 왕궁인 풍납토성을 배경으로, 직접 발굴해 역사를 바꾸는 컨셉의 게임이었다.  제작을 위해 AR 게임을 경험하고, 직접 게임을 제작하면서 느낀 인사이트.


1) 비대면 상황에 적합하다.

- 소수 인원이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즉 코로나 시국+그 이후에 적합하다. 게임 속에 자연스럽게 역사적 사실도 알릴 수 있기 때문에 비대면으로 가이드하는 셈이다. 사람들이 자유여행을 하며 플랫폼에서 몇시간 짜리 투어를 듣듯이, 특정 여행지에서 AR 게임을 즐기며 여행과 역사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다. 


2) AR 로 관광적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 내가 만든 게임의 배경이 되는 풍납동은 아직 복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이다. 그냥 도보 여행을 간다면 조금 심심할 수도 있지만, 이런 부분을 AR기술을 활용하여 보완할 수 있었다.




비단 풍납동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는 빠른 개발을 거치며 소실된 유산들이 많다. 설명을 들으며 상상만 할 수 있었던 유산들을 AR 기술로 살려낸다면 어떨까? 별다른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표석이나 지루하게 느껴졌던 박물관의 안내판도 AR기술 기반의 게임과 함께라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물론, 이런 AR 게임 역시도 스토리텔링과 결합했을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그냥 AR 기술이 신기해서 그런게 아니라, 내가 역사적 맥락에서 미션을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재미있는 것이다. VR이든 AR이든, 결국 그냥 신기한 기술을 넘어서 하나의 여행으로 인식되려면 스토리텔링과의 결합은 필수다. 


VR, AR같은 기술과 의미있는 스토리가 만났을 때,
그 전에 없던 실감나는 경험을 통해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물론, VR이나 AR 게임이 실제 관광을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전혀 아니다. 특히 단순하게 특정 여행지를 담은 VR체험이 그 지역을 직접 여행하는 것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여행은 코로나 시국에 (특히 해외 한정으로) 일시적인 대안일 뿐이다. 하지만 실제 여행지에서 하지 못하는 것을 VR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해줄 때, 그 때 진정으로 VR이 힘을 발휘할 것이다. 몇백년 전 역사 체험이든, 혹은 현실과 과거를 넘나드는 타임 슬립이든 말이다. 결국 여행의 대체가 아닌 새로운 여행 방식으로 확장이 되는 거다. 


이 분야는 특히 내가 게임 출시를 하며 흥미를 느꼈기 때문에, 나 역시도 이런 양질의 색다른 관광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어가려고 한다. 직접 제작한 AR 미션투어가 궁금한 분들은 아래 글도 참고해 보시길 추천한다.

https://brunch.co.kr/@daeunhwang/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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