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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여자 Jul 16. 2020

나의 노력과 애씀을 아무것도 아니게 만든 팀원의 글



거의 반년이 다되어 밀린 서류를 제출하며, 없던 기타라는 항목을 만들어 얼마 전 팀원이 나에게 적어준 글이 있다.


-당자에게만 책임을 물어 스로 능력이 부족하게 느껴졌고 자존감이 낮아졌다고. 담당자들게만 변화가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고-


저 글을 보는 순간  이렇게 된 것이 모두 내 탓이라고 난 읽어졌다. 저 문구들이.   

 

나는 이 상황을 아무리 객관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감정이 모두 배제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느껴지는지 두 명에게 문구를 보여주고 어떻게 느껴지는지 물어보았다. 한 명은 앞뒤 전후 상황을 아는 사무실 동생이었고, 한 명은 앞뒤 상황을 모르는 친구였다. 둘의 답은 모두 동일했다. 자신의 탓이 아닌 모두 내 탓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것 같다고.


어떠한 마음으로 저글을 적었는지 모르지만 결국 저 글은 나를 원망하며, 내 탓이라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팀을 위한 그동안의 나의 애씀과 노력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느껴져서. 다 부질없다고 느껴져서.  '상사들도 팀원들에게 상처 받는다' 편처럼 글이 말보다 더 큰 상처가 됨을  난 느끼고 말았다.

 



이 일이 있은 후 상담 요청을 하여 이 팀원과 상담을 진행하게 되었다. 결국은 퇴사를 하겠다는 상담이었다. 상담 도중 저 글의 언급이 나왔고, 나를 향해 적은 게 맞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나를 보며, ‘왜 그렇게까지 하셔야 하는지 모르겠다.’란 말을 했다. 자신들을 대변해주려고 한 행동이, 누군가는 해야 해서 내가 대표적으로 했던 행동이 그 팀원 눈에는 '왜 저렇게까지 하지'라고 받아들여졌나 보다.


회사마다 중간관리자에게 부여되는 역할과 책임감 정도에 있어 차이가 있겠지만 자리가 높아질수록 그 강도와 무게가 더해지면 더해졌지 덜해지진 않을 것이다. 나도 그냥 팀원이었을 때는 그 무게가 얼마나 무거울지, 그 입장을 다 헤아릴 수 없었다. 하지만 중간관리자로 일을 하다 보니 나에게 주어진 입장과 역할이 달라짐에 따라 행동과 생각도 자연스럽게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 나의 상사 대해 이해하고.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과 역할에 있어 다름을 이해하기보다는 그냥 자신의 입장에서 이해가 되지 않음으로 상대방이상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표현하는 원을 보며 난 할 말을 잃었다. 모든 상황에 대해 부연설명을 할 수도 없고, 누군가를 이해시키려고 한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설명을 하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의 입장보다는 자신의 입장에서만 상황을 보고 판단하고, 업무를 처리하지 못한 이유를 자신의 탓이 아닌 모두 남 탓으로 돌리는 이 팀원을 보며 '아 이제 이 손을 놓아야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수의 사람이 나에 대해 이 팀원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 팀원으로 인하여 나의 노력과 애씀이 아무 필요가 없다고 느껴져, 다 부질없다고 느껴져 한 동안 마음을 잡을 수가 없었다.      


일을 겪으며, 글이 가진 힘이 크다는 것을 그리고 서로를 이해할 수도 이해받을 수 없는 입장차가 있다는 것을 또다시 느낀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안을 줄 수 있는 글이 때로는 누군가에게는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는 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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