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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젊은 나의 아버지

아빠를 기억해

by 유수한 책방

내가 아빠 보다 네댓 살 더 많을 거야


식사를 하시던 손님이 말씀하셨다. 족히 70은 넘어 보이시는 외모의 할아버지

그분은 아빠와 친분이 있으셨던 분이시라고 했다


아.. 철중이 유명했지


아.. 성질머리.. 중학교 때 선생이랑 싸웠잖아

내가 너한테 안 배운다고 학교 자퇴했어~


아빠 그 얘기 알아?



나는 상을 치우던 손을 잠시 멈추고.. 말씀을 하시던 홍교장님 댁 둘째 아드님.. 70이 넘으신 그분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내 기억 속의 아빠, 아버지는 이제는 나보다 더 젊은 남자였다.


아빠는 38살, 교통사고로 우릴 떠나셨다.

아빠는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으셨고 매일 싸우셨다고 했지만 내가 기억하는 아빠의 모습은

5살쯤 화천 갈매기골에 놀러 갔을 때 바위에 앉아서 아빠에게 손을 내밀어 안아달라고 했던 나를 사진 찍어주시던 모습과, 하교 후에 늘 가방을 문 앞에 놓고 놀러 나가는 나의 버릇을 고친다고 거꾸로 매달아 매를 때리셨던 두 모습뿐이었다.


아빠는 나에게 늘 젊고 슬프고 그리운 사람이었다


아빠가 지금 살아계셨다면, 70세가 넘은 할아버지 시겠지. 배가 나오셨을지...

머리가 다 벗어졌을지.. 상상이 안된다

그냥 나의 아빠는 배우 누구를 닮은 잘생기고 젊은 남자의 모습이었다


아빠 많이 닮았네~


저요?


그럼~ 아빠 많이 닮았어..


사람들은 엄마 닮았다고 하시는데요


아냐 아냐.. 내가 철중이를 아는데.. 아빠 얼굴이 딱 있어..


늘 엄마를 똑 닮은 얼굴이라고 말을 들을 때마다 늘 마음에 안타까움이 있었는데, 아빠는 갸름하면서 선이 고운 얼굴이었고 엄마는 얼굴형이 투박해서 예쁜 눈코입이 그렇게 도더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늘 형제들이 아빠를 닮았다는 말을 들으면 이쁘장하다는 말로 듣곤 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아빠를 닮았다는 말.


손님이 가시고 나서 나는 마스크를 벗고 거울을 보면서 내 얼굴 어딘가에 아빠가 있을까

눈을 비비고 들여다보았다.



아빠가 있는 삶, 사실 그게 어릴 적 꿈이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한참 후에 아빠가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가 이제는 다시 아빠를 볼 수 없다는 현실에 마음이 답답해서 자리에 쓰러진 적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아빠가 있는 삶..

그거 하나만을 보면서 버티다 다 타버린 내 삶이 초라해졌지만, 나는 괜찮다 마음을 잡았었다.


왜 아빠가 오지 않는지, 언제 만날 수 있는지 묻는 아이들에게 졸리다며 등을 돌려 누웠지만

어디까지 내려놓고.. 얼마나 내가 죽어야 모든 게 편안 해질 수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빠가 돌아가셨던 그 길을 찾아 두어 시간을 걸어서 갔다. 그리고 걸어도 걸어도 볼 수 없었던 아빠를 내 눈앞에 있는 아빠를 부르듯 길 위에서 불렀다


아빠. 아빠.. 아빠.. 집에 가자... 이제 집에 좀 가자.. 아빠..


날이 어두워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던 길.. 세상 끝날까지 아빠를 볼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많이 울었다.


그리고 오늘 내 얼굴 속 어딘가에 아빠의 모습이 있다는 말에 거울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아빠. 안녕.. 아빠 오랜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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