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교황에게 묻기를...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게 준 선물

by 유수한 책방
11111.jpeg



이단은 이렇게 현혹합니다. 나의 부모가 하나님을 믿지 않고 세례를 받지 않아도 내가 세례를 받고 주님을 내 아버지라고 시인하면, 믿지 않았던 부모님은 하늘나라에 갈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뭐라고 말씀하십니까?....

설교를 듣는 내내, 하나님을 몰랐던 , 젊은 아버지를 떠올렸다


나의 아버지는 김철중. 후처의 막내아들.

좋은 땅은 전처의 자식들에게 나눠주고, 후처의 자식들은 저 산비탈 경사가 있는 논을 나눠 받았다고 했다

막내였던 우리 아버지는 논 두 마지기를 받아 술값으로 다 팔아버리고는 아버지가 없는 큰댁에 숱하게 드나들며 누군 자식이고, 누군 새끼냐고 고래고래 소릴 지르며 악을 썼다고 했다


우리 아버지

나의 못난 아버지


큰어머님은 후처 첩의 자식인 고모와 우리 아버지를 더러운 피라고 불렀다

얼마나 더러운지, 나는 잘 모르지만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얻기 위해 바지적삼을 다 벗고 강을 건너 할머니를 만날정도로 할머니는 고운분이셨던걸로 알고있다. 할머니를 만나 한동안 집을 돌아오지 않으시다가, 본처인 할머니의 허락으로 첩인 황산옥과 건넛집에 살림을 차리셨다


더러운 첩의 자식이었던 아버지의 대단한 성격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아버지 말대로 첩이고 나발이고 본처고 뭐고 우리에게 함부로 할 수 없었던 건 피보다 더러운 아버지 성격 덕분이었다


아버지는 늘 어머니와 다투고, 노름을 하고 술집 여자품에 안겨 엄마 속을 썩게 하던 사람이었다고 엄마는 늘 말씀하셨지만,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조금 달랐다


대여섯 살

가족들 모두가 화천 갈매기골로 놀러 갔었는데,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던 나는 추워 볕이 잘 드는 바위 위에 앉아있다가 아버지를 향해 팔을 뻗어 안아달라고 했었다

그때, 아버지는 사진을 찍어주시곤, 나를 안아주셨다


아버지를 향해 두 팔을 뻗은 사진을 볼 때마다, 나를 안아주셨던 푸릇한 청춘 아버지의 냄새가 떠올랐다

눈을 감으면, 손을 벋으면 그대로 나를 안아주시던 아버지를 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세상이 아버지를 뭐라고 했든 간에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나를 안아주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내 삶에 없어진 이후, 내가 받을 수 있던 세상의 위로는 끝이었다

나에게 종교가 생기고, 다시 아버지를 부르며 기도 하게 되었을 때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와 나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한참을 기도 했다


종교는 그랬다. 세례를 받고 입술로 하나님 아버지를 내 아버지라고 시인하고 내 구주로 영접해야 하나님 나라에 갈 수 있다고 부활할 수 있다고

나는 세례를 받아본 적이 없고 하나님을 알지 못했던 아버지를 떠올리면 이단을 믿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고도 남았다

나에게는 좋은 사람인데 왜 지옥에 가야 했나. 기동로를 해도 바뀔 수 없을 거라는 율법과 , 기도로 바꿀 수 있다는 희망사이에서 늘 괴로웠다


내 아버지는 하늘나라에 계신가? 나의 이 끝없는 질문에 대한 답을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 영상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한 소년이 교황 앞에 섰지만, 말보다 앞선 눈물

한참을 울던 아이에게 교황은 혼자만 듣겠다며 귓속말로 얘기해 달라고 했다

소년은 교황에게 안겨 서럽게 울고 한참 후에 교황에게 귓속말로 말을 건넸고 눈물을 멈춘 소년에게 이야기를 해도 되는지 묻고는 청중들에게 말을 전했다


소년의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네 명의 자녀를 세례를 받게 한 좋은 사람이었지만, 아버지는 세례를 받지 못한 신자가 아닌 아버지가 천국에 갈 수 있는지 걱정이라고 물었다고 했다

아빠가 천국에 갔을까요?

교황은 청중과 소년을 향해 아니, 하늘나라에 계시지 못한 아버지를 향한 타는 내 마음을 향해 답해주셨다


" 하나님이 착한 사람을 저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 하나님이 자기 자녀를 버릴 분이십니까? "

교황의 질문에 청중들은 아니라고 대답을 했다

이것이 하나님의 답이라고 말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소년의 아버지를 위해 기도 하자는 말에 나는 내내 소년의 아버지와 나의 아버지가 계실 천국을 떠올리며 자녀를 사랑하시는 주님께 감사했다


이단으로밖에 죽음에서 건질 수 없었던 나의 목마른 소망은 하나님은 자녀를 버릴 분이 아니라는 교황의 마음에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감사해했다


나의 아버지는 어디에 계신가

아버지는 구원받지 못하시고 계신가

나는 아버지를 찾을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얻게 된 나는 사랑의 근원인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드렸다

나의 사랑의 하나님.

영상을 보며 , 유일한 아버지를 살려주시고 세상에서 받지 못한 위로를 전해주신 교황께 깊은 감사를 드렸다



keyword
이전 11화사랑이 ..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