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네카 Mar 25. 2021

세상은 외부에 존재하는 것일까


   우린 광막한 어둠 속에서 지구라는 작은 행성 위에 발 딛고 살아간다. 흘러가는 구름, 멈추지 않고 끝없이 늘어서는 차들의 행렬, 나를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새와 벌레의 울음소리, 불어오는 바람 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나와는 멀리 떨어진 존재들인 것만 같다. 


  오늘 당신은 무언가의 고민으로 인해 밤새 잠을 뒤척이다 짜증나고 불쾌한 기분인 상태로 잠을 깼다. 출근해야 하니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일터로 향한다. 유달리 경적 소리가 시끄럽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칠 때면 괜히 나를 째려보는 것만 같은 느낌도 든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친한 동료의 사소한 부탁마저 신경에 거슬린다. 왜 출근하자마자 이렇게 나를 귀찮게 할까 하는 마음이 움트고 쌓여왔던 불만이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다음날은 오랜만의 편한 숙면으로 상쾌한 아침을 맞았다. 아침 식사도 했고 오늘은 전날은 미처 챙기지 못했던 영양제도 먹을 여유가 있다. 출근길에 도로에 빽빽이 늘어선 차들을 보며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거리의 사람들이 내게 눈인사를 건네는 것만 같다. 출근하자마자 마주친 상사의 잔소리도 나름 견딜 만하다. 


  위의 두 가지 예시가 비교되는가. 당신의 기분이나 감정, 마음 상태에 따라 외부 세계의 모습은 180도 바뀐다. 나의 육체적, 정신적 컨디션이 좋은 상태라면 뭐든 아름답고 즐겁고 좋게만 보인다. 반면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경우 모든 건 귀찮고 세상이 왜 이럴까 탄식만 하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마치 내 안에 다른 내가 존재하는 것만 같다.


  세상을 보는 나의 시각은 이렇게 시시각각 바뀐다. 하물며 남들과 비교할 경우는 어떨까. 사실 나와 당신은 같은 걸 보고 들어도 절대 같은 걸 보고 듣지 않는다. 누군가에겐 멀리 펼쳐진 푸른 바다의 광경을 보며 황홀경에 빠지지만 다른 이는 미지의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캄캄한 영화관 안의 거대한 스크린의 화려한 실루엣의 향연에 감탄하고 있는 당신 옆에는 졸면서 잠을 청하는 연인이 있다. 


  세상은 외부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우리 내부에 있다. 모든 게 우리 마음에 있다. 엄밀히 말하면 우린 우리 자신의 마음을 본다. 노자의 말처럼 우리 안에 우주가 있는 게 아닐까. 모든 건 우리 안에서 날마다 다른 모습, 다른 형태로 우릴 맞이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내 안에서 솟아오르는 세상을 반갑고 친절하게 맞아주는 것뿐이다. 세상 모든 게 마음먹기 마련이라는 진리는 참 깨닫기도 힘들고 실천하기도 힘들 따름이다.

이전 06화 마음의 과학, 공감할 시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