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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주희 Feb 17. 2022

일보일경一步一景

공간감성 #18 계단

경험을 주는 계단


계단은 공간과 공간을 안팎으로 잇고, 방향을 전환하며 위로 상승하는 감각을 주는 건축적 요소이다. 

ⓒErick Johansson

위 사진은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 작품으로 계단이 주는 방향 전환과 공간 연결성을 보여준다. 좌측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방향을 바꾸어 다르게 올라갈 수 있고, 우측은 올라가며 풍경이 바뀌고 다른 곳으로 다를 수 있는 모습이다. 두 사진 모두 계단으로 오르내리며 멈추고 방향을 바꾸며 공간을 동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을 알 수 있다. 

1870년대 빈의 아돌프 로스는 바닥을 변화시키고 계단으로 연결하여 공간의 3차원적인 특징을 강조했던 건축가이다. 지금으로선 이러한 디자인 즉, 메자닌(Mezzanine, 다층 높이의 천장 아래 부분적으로 개방된 중간층)을 형성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익숙한 경우이지만, 당시 각 공간의 바닥이 차이가 나고 그것을 극복하는 계단이 공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은 새로운 발상이었다. 그리고 이 새로운 방식을 체험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건물의 전체가 다양한 이미지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계단은 벽과 벽 사이에서 올라가는 계단, 바닥에서 위에 있는 창문을 향해 걸쳐 있는 계단, 벽을 따라 크게 뚫려 있는 공간을 올라가는 작은 계단, 나선으로 감겨 올라가는 계단, 조망이 넓게 보이는 곳을 당당하게 올라가는 계단 등 다양한 형태로 건축을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도록 한다. 

춘천 상상마당 외부 공연장 ⓒjenna_nd_

계단은 또한 위 사진과 같이 높이가 낮고 폭이 넓으면 자리를 만들고 사람들을 모으게 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춘천 상상마당은 외부에 생긴 지형적 단차를 이용해 계단을 형성했고 공연장을 만들었다. 자연스러운 계단으로 산과 강을 보며 사람들은 둘러앉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북촌 설화수 & 오설록 티하우스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가 2016년 '설화수 도산 플래그쉽 스토어' 이어 두 번째로 북촌에 플래그쉽 스토어를 오픈했다. 30년대 지어진 한옥과 60년대 지어진 양옥이 만나 '집'이라는 하나의 콘셉트로 묶여, 사적이면서도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의 취향과 관점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재탄생하였다. 

첫째, 작가가 가진 고유성과 설화수 브랜드의 접점이 생기는가?
둘째, 그로 인해 한옥과 양옥이 하나의 시퀀스로 연결되는가?

설화수 브랜딩팀은 프로젝트에 앞서 위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길종상가, 허명욱, 김무열, 임정주, 이인화, 김덕호 작가(가구)를 섭외하며 작가들의 특색을 설화수에 녹이고, 원오원 아키텍츠(건축)와는 모든 가구와 상품 디스플레이는 눈높이보다 낮게 하여 한옥과 양옥의 시야를 연결감 있게 확보하며 한옥과 양옥을 하나로 연결시켰다. 

북촌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 & 오설록 티하우스 건축 단면도 ⓒ원오원 아키텍츠

설화수와 오설록 두 건축물은 경사로에 위치해 공간마다의 단 차이가 생겨 계단식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 공간을 들어서는 경사부 하단 한옥 출입부에서 모듈화 된 공간을 만나 직접 골목을 통과하며 문을 열고 공간과 제품을 찾아가는 체험을 하고, 메인 건물로 들어와 공간의 이야기는 시작하게 된다.  

한옥집 공작실, 미전실에서 바라본 응접실 ⓒjenna_nd_
양옥집 부티끄 윤과 원 사이 공간  ⓒjenna_nd_

외부 출입부 계단을 올라와 내부에서 만나는 두 번째 계단이다. 하부층은 손님맞이 공간 및 제품 전시 공간이고, 계단을 오르면 판매 공간을 접하게 된다. 그다음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작은 도서관 및 찻집이 나온다. 전시와 판매를 층별로 다른 형태로 디자인하여 기존 플래그쉽 스토어의 인포-전시-판매라는 단순한 수평적 구조를 탈피하고 체험의 재미를 더했다.  

양옥집 부티끄 윤 ⓒjenna_nd_
양옥집 부티끄 원 ⓒjenna_nd_

가구 모서리와 금속 두께 디테일은 전통 가구인 경상이 연상되었으며, 간접 광원을 활용하여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한국적 특색이 과연 무엇인가 고민을 한 경험이 많은데, 비례와 조명에 작은 차이에 따라 전체적 분위기가 일본, 중국과 다른 우리의 느낌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설화수는 이러한 비례감을 잘 활용하여 각 층에 적용했다고 볼 수 있다. 

양옥집 설화 살롱 내부 ⓒjenna_nd_
양옥집 설화 정원에서 바라본 설화 살롱  ⓒjenna_nd_

한옥에서 두 번의 계단을 거쳐 양옥집을 올라오면 작은 도서관이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찻집이 나온다. 외부에는 동양식 디스플레이가 있고 풋등을 활용하여 식물이 강조된 작은 정원이 있다. 정원에서 나온 길을 다시 바라보며 건물 전체적 구성을 인지하게 된다.   

양옥집 설화수& 티하우스 전경 ⓒjenna_nd_
양옥집 설화수&티하우스 출입 ⓒjenna_nd_

양옥집을 나와 정원을 통과하면 두 갈래의 길이 있다. 외부로 나가는 마지막 문과 오설록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의 길이다. 이 두 가지 체험은 집이라는 콘셉트를 유지하며 고객들로 하여금 체험을 선택하게 하는 흥미로운 부분이다. 

양옥집 오설록 티하우스 1층 판매 공간 ⓒjenna_nd_

오설록은 3개 층 모두 판매 및 식음공간이고 각 층마다 다른 분위기를 표현한다. 1층에서는 위층과 연결된 보이드 공간으로 우물을 표현하는 방식과 차를 우려내는 행위를 통한 공간 분위기 연출을 하고, 2층에서는 좌석을 배치해 카페 형식을 취하고, 3층에서 전통 한옥의 살림집과 같이 풍경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 공간, 현대의 바 형식의 차 마시는 공간이 공존하게 구성했다. 

양옥집 오설록 티하우스 2층 식음공간 ⓒjenna_nd_

설화수의 제품 패키지와 공간 사이니지( Signage)는 우아하고 정교한 느낌을 준다. 공간과 더불어 제품을 전시하는 방식, 제품을 포장하는 방식, 다과를 대접하는 방식 등이 합쳐져 사람들의 가슴에 남는 인상적인 브랜드 스토리를 전달하게 된다. 북촌에 열린 플래그십 스토어는 판매+식음+전시를 층별로 다르게 적용하고 순환구조를 취하며 브랜드의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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