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연고지 팀을 응원하기 마련이지만, 어차피 한국은 다 거기서 거기다. 서울에 산다고 서울만 좋아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수도권에만 해도 몇 개의 팀이 있다. 서울, 인천, 수원, 성남. 2부리그로 가면 부천, 안양까지. 뭐 남쪽에 있는 전주라고 해도 3시간이면 간다. 꼭 매주 가야 하는 법도 없고 직접 가야 한다는 법도 없다. '라이트한 축구팬'이니까. 어쩌다 한 번 가는 게 더 재미있다.
수원의 전세진 선수(출처: 프로축구연맹)
마음에 드는 팀을 고른다. 잘 생긴 선수가 있다든지, 유니폼이 예쁘다든지. 선택 기준은 여러가지다. 꼭 축구실력일 필요도 없다. 어차피 실력도 다 비슷하다. 그게 지금 K리그의 제일 재미있는 요소이다. 인천의 안데르센 감독이 콩푸엉의 K리그 적응에 대해 말한 것을 봐도 그렇다. "K리그는 만만한 곳이 아니다. 전북을 제외하곤 모든 팀이 물고 무는 관계"라고. 올해 시즌은 전북도 단연 선두를 달리지 못하고 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난 요즘 K리그가 너무 재미있다. 작년 월드컵 즈음에만 해도 조현우의 대구FC는 리그 꼴찌였다. 그런데 그 해 FA컵 우승의 이변을 연출해냈다. EPL 경력으로 스포츠뉴스를 뜨겁게 달구었던 조던 머치도 그랬다. 강팀과 약팀의 차이가 크지 않아 매 경기 치열하게 임해야 한다고. 어떻게 될지 몰라 지켜보는 '관음의 본능'을 채워준다. (이후 조던 머치는 K리그 적응에 실패하고 떠났다.)
출처: 천지일보
축구장이 예쁜 팀을 골라도 좋다. 대구는 올해 1만2천명의 아담한 규모로 전용구장을 신축하여 3월 내내 매진 행진 중이다. 관중석 바닥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발을 쿵쿵 구르면 그 소리가 울려 전율이 느껴진다고 한다.
저번 주에는 '빛현우 선글라스 퍼포먼스'를 했다더라. 조현우가 선방을 할 때마다 관중들이 선글라스를 끼고 눈이 부시는 시늉을 한다는 거다! 더워지기 전에 꼭 가볼 생각으로 연차를 벼르고 있다.
수원 경기장 가면 한 번씩 주는 것들
굿즈가 예쁜 팀. 우리 수원은 직관 가면 깃발도 주고 부채도 주는데, 캐릭터가 너무 귀여워 소장하게 된다. 요즘은 봄 시즌을 맞아 벚꽃 컨셉 상품도 한정판으로 나오고 있다.
응원가가 좋은 팀도 기준이 될 수 있다. 음악에 이끌리는 건 인간의 본능이다. 나는 서울이 골을 넣었을 때 나오는 멜로디가 너무 좋다.
이게 됐든 저게 됐든, 좋아하는 팀을 고르는 건 순전히 자기 마음이다. 내가 정이 가서 팬 한다는데 뭐. 나처럼 이 팀, 저 팀 다 좋아하는 방법도 있다.
2. SNS를 팔로우한다.
응원할 팀을 정했다면 그 팀의 공식 SNS 계정을 팔로우할 것. 팔로우해 놓고 잊어 버리자. 잊어버리는 게 핵심이다. 현실에서 회사도 다니고 회식도 간다. 바쁜 일상에 파묻혀 잊고 살다가도 경기날이 되면 기가 막히게 선발명단과 경기결과가 타임라인에 올라오니까.
출처: 수원삼성 인스타그램
영입 소식, 부상 소식, 국가대표 발탁 소식. 선수들이 훈련 중에 장난치는 영상도 올라온다. 명절엔 외국인 선수들이 제기차기 등의 체험을 하며 웃음을 준다. 다양한 방법으로 팀에 정을 붙여준다. 자꾸 타임라인에서 소식을 듣다 보니 점점 관심있는 팀이 늘어난다. 그러다 보면 K리그에 대해 꿰고 있게 된다.
출처: 수원삼성, 포항스틸러스 인스타그램
나는 처음에 내 연고지인 수원을 팔로우했다. 까먹고 있어도 경기시간 한 시간 전쯤이 되면 선발 라인업이 올라온다. 그럼 결과가 궁금해져서 중계를 켜게 된다. 만약 다른 일이 있어서 못 보더라도 타임라인에 올라오니까 결과를 알게 된다. 그러면 '다음엔 꼭 봐야지.' 하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대구가 예쁜 축구전용구장을 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건축 진행 상황이 궁금해 대구를 팔로우했다. 그런데 축구를 보기에는 포항 스틸야드가 더 좋다는 기사를 봤다. 언젠간 꼭 가 보겠다며 포항을 팔로우했고, 어느 날은 서울이 강등 위기라서 승강 플레이오프 경기를 까먹고 놓치지 않기 위해 팔로우했다.
최근엔 2부리그인 광주를 팔로우했다. 깜짝 국가대표 발탁으로 자부심을 주었던 수원의 김준형 선수가 돌연 광주로 임대를 갔기 때문이다. 찾아 보니 올해가 본인에게 중요한 시기라 경기를 많이 뛰고 싶어서라고 직접 SNS에 밝혔더라. 해설위원이 김준형이 왜 돌연 옮겼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는데 얼마나 뿌듯하던지. 해설위원도 모르는 걸 난 알고 있을 때도 있다니.
굳이 애를 써서 알려고 하지 않아도 점점 알아듣는 스포츠뉴스가 늘어난다. 그러면 하나씩 넓혀나가면 된다. 부담감은 내 사전엔 넣지 않는다!
3. 희비를 같이한다.
다 준비됐으면, 그 팀과 희비를 같이한다!
내가 서울 직관가서 찍은 사진
우리 팀이 공격을 하고 있으면 제발 패스가 우리 선수 발에 착착 갖다 붙어주기를 바라면서 본다. 슈팅을 날리면 백이면 백 들어가주기를 바라면서 본다. 우리 팀이 공을 잡으면 '우와!!!' 하고, 상대 팀이 골을 넣으면 한숨 푹 쉬며 털썩 앉으면 된다. 사회에선 못 짓는 떫은 표정도 얼마든지 지어도 된다!
꼭 직접 보러 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주말에 집을 청소해야 한다면 틀어놓고 청소하면 된다. 중요한 일이 있어 못 봤다면 나중에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거나 결과만 봐도 되고. '좋아한다'는 건 여러가지가 있다. 매 경기 따라다니는 사람도 있고, TV로만 보는 사람, 심지어는 골 장면만 보는 사람도 있다. 뭐가 됐든 다 축구가 좋아서 하는 행동이다. 축구의 재미는 '내 팀과 함께 희비하는' 것에 있다.그것만으로도 지루했던 일상은 다변화된다.
우리의 삶은 행복해야 한다. 그러려고 열심히 사는 것 아닌가. 성경에서도 그랬다. 7일째는 안식일이라고, 쉬라고. 6일 동안 일을 하기 위해서 쉬는 게 아니라 7일째에 잘 쉬기 위해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리고 주말에는 기가 막히게 쉬어야 한다! 그 길에 축구라는 친구를 두었더니 나는 행복의 지평이 훨씬 더 넓어졌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흐름에 나를 맡기는 것인데 그런다고 큰 일이 일어나지도 않고. 얼마나 좋은 취미인가. 나는 즐겁게 살려고 축구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