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이유
요즘 누구나 유튜버 한다고들 하지만 저에게 있어서 유튜브에 도전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주변의 시선이나 평가에 예민하고, 전형적인 내향인 성향인 제가 남들에게 내 일상과 내 모습을 공개하며 인기와 관심을 얻는다는 것 자체가 저와는 너무 안 어울리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커리어가 전부일 것 만 같았던 제가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뒤, 1년이라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이 시간에 나를 위한 무언가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아이를 잘 키워내는 일이 가장 우선이 되겠지만 저에게 있어서도 회사 생활 10년이 넘는 동안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휴식 아닌 휴식을 가져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이 시간을 정말 나에게 의미 있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해야 지속할 수 있고, 지속하다 보면 언젠가 분명히 성과가 나온다는 말을 믿기에 떠올려보았습니다. 내가 뭐를 제일 좋아하고 잘할 수 있을까?
갑자기 불현듯 '영상'이 떠올랐어요.
저는 대학 시절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이상하게 실험 영상에 관심이 많았어요. 평소의 성격과 성향과도 너무 다르고, 대중들이 쉽게 관심 갖지 않는 '실험 영상'. 정말 괴기한 사운드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영상을 보며 전 왜 그렇게 희열을 느꼈을까 아직도 의아합니다.ㅎㅎ
그렇게 대학 생활을 끝내고 취업에 전선에 뛰어들었을 당시에는 이미 저는 현실감이 극도로 채워진 상태라 영상 업계가 얼마나 고되고 밤샘 작업을 밥 먹듯이 하는지 업계 선배들에게 익히 들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그대로 '영상'에 대한 관심이 잊히게 되었고,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완전히 다른 업계에서 밥벌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 깊이 '나는 영상을 좋아했었고 관심이 많았다'라는 사실이 각인되어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육아휴직 동안 나를 위한 무언가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브이로그 촬영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당시 불안한 저의 마음을 힐링하게 만들어준게 바로 감성 브이로그 영상이었기도 하고요.
제가 취업 때는 현실감 충만해서 감히 영상 쪽 세계에 발을 못 들였지만 취미로는 시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은 정말 녹록지 않았습니다.
우선 결심했을 당시 출산 휴가 상태. 아이를 출산하고 8개월 남짓했을 시기라, 아이가 정말 많은 케어를 필요로 했어요. 그리고 아이가 모유에만 매달리고 있었던 상황이라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그랬을 테지만 저도 처음 해보는 엄마라 모든 게 낯설었고 어려웠어요. 아이가 커가면서 달라지는 행동발달에 맞는 엄마의 대처법, 시기에 맞는 이유식 만들기, 발달 단계에 맞는 육아용품 구매하기 등 알아야 할 것도 배워야 할 것도 너무 많았고요.
하지만 핑계 속에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는 것보다 내 시간과 여유를 조금 손해 보더라도 무언가 시작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항상 균형 잡힌 삶을 꿈꿔왔기 때문에, 엄마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나로서 균형 있게 지내야 이 짧지도 길지도 않은 육아 휴직 시간을 정말 의미 있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냥 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시작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그냥 시작해 보자.
어차피 취미일 뿐인데 좀 망하면 어떤가.
저는 미래에 퇴사를 꿈꾸며, 혹은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인기 유튜버가 되기 위해 브이로그를 찍기 시작한 것 이 아닙니다. 그냥 금세 지나가버릴 아이와 나와의 소중한 순간들을 잘 기록해 두고, 내가 좋아했던 일을 도전해 보자. 딱 이 생각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어요.
당차게 시작한 유튜브.
하지만 브이로그 한 편을 완성해 보고 너무 놀랐어요.ㅜ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상과 현실은 너무나 달랐어요. 내가 만들고 싶은 영상은 감성적이면서 한 편의 영화 같은 브이로그인데, 좋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말 다각도의 촬영과 고퀄리티의 사운드와 장비, 그리고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어요. 영상 하나를 만드는데 모든 과정을 혼자 해내야 하기에, 무엇을 찍을지 기획하고, 주변의 사물과 배경을 세팅하며, 좋은 구도의 한 장면을 찍기 위해 카메라가 설치된 삼각대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촬영하는 것이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 시기에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건 나의 욕심일까?"
브이로그를 만들면서 수없이 들었던 생각입니다.
하지만 비록 속도는 느리더라도 한 편, 한 편 완성하면서 느끼는 성취감이 좋았고, 많지 않지만 내 영상을 보고 공감해주고 따뜻한 댓글을 남겨주는 분들이 있다는 게 큰 힘이 되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평생 간직할 수 있는 그 당시의 아이 모습과 나의 소중한 집이라는 공간, 그리고 내 생각을 선명하게 담을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 좋았습니다.
아직까지도 저는 제가 살림 브이로그를 찍는 유튜버라고 주변 지인들에게 얘기하고 알리는 게 조심스러워요. 현실과 타협하여 뭔가 부족하고 어설픈 내 채널과 영상들이 아직까지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일까요.
남의 시선과 평가가 두려워서 일까요.
하지만 저 스스로에게는 조금씩 나아지고 발전하고 있는 내 모습이 좋고,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해내고 있는 제가 자랑스럽게 느껴졌어요. 그리곤 유튜브 영상을 보며 영상 편집과 촬영에 대해서 조금씩 공부하며 한편씩 천천히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벌써 3년 차 살림 유튜브 '헤이두'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지금이라도 브이로그 유튜브를 시작해 볼까요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어요. 중간에 여러 번 현타와 포기하고 싶은 감정이 올라올 테지만 그걸 잘 견뎌낸다면 내 인생에 의미 있는 기억과 추억을 남길 수 있을 테니까요.
이번 연재 글에서는 제가 브이로그를 만들면서 겪어왔던 모든 시행착오들과 그동안 배워왔던 일련의 과정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아직도 갈 길이 먼 초보 유튜버이지만, "왕초보는 초보에게 배운다"는 말이 있잖아요. 누구보다 왕초보의 마음을 잘 알고, 또 그 길이 얼마나 쉽지 않은 길인지 잘 알기에 제가 그분들의 친절하고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가이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유튜브를 시작하고 싶은데 엄두가 안 나는 사람이 있다면, 혹은 감성적인 브이로그를 찍는 과정과 방법이 알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제 글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첫 연재를 시작해봅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