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태어난 것들은 분명 죽는 순간이 온다.
그 죽음들을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우리도 그 죽음의 주인공이 될 때가 온다
아침에 명징하게 떠오르던 해가
저녁이 오면 그 명징함을 잃고 부드럽게 진다
어쩌면 만물은 우리 인생과 이리도 닮았을까?
인생에도 새벽 있다면 아침이 있고
가장 뜨거운 한낮이 있으며 일몰 하듯 죽음의 날이 온다
새것들은 모두 싱그럽고, 힘이 있고, 희망이 있지만
죽어가는 것들은 색과 빛을 잃고 절망의 눈으로 본다
세뇌되어 온 우리의 뇌가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도 모르는 우리 안의 감정이 만드는 건지 나는 아직 잘 모른다.
이 석양 사진을 찍던 날 둘째 형부가 하늘나라로 가셨다.
'농사 좀 줄이세요!'라는 나의 걱정에 불같이 화를 내시던 형부
한동안 형부에게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었다.
사실 나는 형부를 생각해서라기 보다 아픈 언니 걱정이 컸었다.
우울증에 무릎 인공관절 수술에, 어깨 연골 수술..
아픈 언니를 10을 생각했다면 형부는 5쯤 되려나?
어쩔 수 없는 피붙이에 이끌림일 거라 생각한다.
71년의 생,
요즘은 한창이라고 하는 나이에 폐가 망가져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1년여를 보내셨다.
숨 잘 쉬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옆에서 잠깐 보았지만 절실하게 느꼈다.
2미터도 안 되는 화장실을 다녀와서는 마치 우리가 100미터를 전력질주로 왕복한 것보다
더 숨차 하셨으니 말이다. 이젠 숨쉬기 좀 편한 곳으로 가셨을까 형부는?
하늘 어느 한편을 차지하고서 자리 틀고 앉으셨을까?
점점 죽음이 두려워진다.
나의 죽음이 아닌 앞으로 나보다 먼저 떠날지도 모르는 형제들에 대한 걱정
미리 앓는 슬픔
하나하나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가실 때마다 또 얼마나 가슴이 아파야 할까?
돌아가는 것이 마땅한 생이지만,
아무도 모르는 길이기에 두려움도 있지만
떠나는 사람을 두고 잘못한 일에 대해 후회하고, 사과해봐도
모두 헛것임을 알기에
오늘도 나는 잘못하지 않고 살려고 노력한다.
상처 주는 말, 상처 주는 행동을 되감아 쥔다.
후회할 일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내 지금의 목적이다.
사랑한다는 말~
남용해도 좋을 이 말을 얼마나 아끼고 살아왔는지 모른다
어색하다는 이유로.
'사랑해~'
할 때마다 내 기분도 좋아지고
또 들으니 기분도 좋아지던데
이 기분 좋은 말을 왜 여태 숨기고 살았는지 후회가 된다.
이젠 막 남용해야지.
사랑해
사랑해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