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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Nov 13. 2019

알바천국(?) 홈쇼핑

홈쇼핑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아르바이트에 대해

어느 회사나 그렇듯 홈쇼핑 회사도 간단한 업무나 단발성 이벤트를 위해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한다. 그런데 홈쇼핑 아르바이트의 큰 특징은 일반 회사처럼 자료를 정리하거나 문서 작업을 하는 등의 업무가 아닌 홈쇼핑 방송에 관련된 업무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 일들이 시시때때로 있는 데다가 그 노동의 강도가 크게 높지 않아 홈쇼핑에서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많은 분들이 "홈쇼핑이야 말로 알바천국이에요!"라고 말하곤 한다(나는 실제로 나와 일했던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직접 이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은 진정한 알바천국(?) 홈쇼핑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센스 있는 답변 최고! 고객들과 직접 소통해요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홈쇼핑 방송을 통해 많은 고객들이 상품을 주문하지만 그만큼 무수한 질문들이 쏟아진다. 방송에 따라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상품에 대한 질문부터 호스트들의 의상이나 메이크업에 대한 질문까지 그 숫자가 정말 어마어마한데 호스트들이 고객들의 질문에 직접 답변을 하며 방송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지만 한정된 방송시간 동안 그 많은 질문을 일일이 읽을 시간도 없고 방송에서는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들도 있기에 호스트들이 고객들의 궁금증을 모두 해소시켜줄 수는 없다. 그래서 각 홈쇼핑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고객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변하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마련해둔다. 그러면 아르바이트 직원들은 상품에 대한 정보를 미리 숙지하거나 상품 페이지를 미리 열어놓고 수시로 올라오는 고객들의 질문에 답변을 한다. 최대한 답변을 하다가 어려운 질문이나 고도의 상품 이해력을 필요로 하는 질문들에 대해서는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PD나 MD에게 직접 물어보고 답변을 해주기도 한다. 이것이 중요한 게 잘못된 답변 하나로 고객의 오인은 물론 홈쇼핑 회사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고객이 사은품에 대해 물어봤는데 상위 상품 구입시에만 제공되는 사은품을 전체 제공으로 답변을 해서 호스트가 방송 도중 난데없이 사은품은 상위 모델 구입시에만 드리는 것이라고 몇 분 동안 정정하면서 진을 뺀 적이 있다. 실수야 늘 있는 일이지만 결국 방송에 대한 문제는 PD가 책임지기 때문에 PD들은 생방송 진행을 하면서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답변 역시 매우 신경을 쓰며 모니터링을 한다. 사실 같은 방송에 투입되지만 PD와 고객 질문 응대 아르바이트 직원들은 자리도 다르고 각자의 업무에 바쁘기 때문에 서로 신경 쓸 겨를이 없지만 딱 한 명 정말 인상 깊었던 분이 있었다. 보통의 아르바이트 직원분들은 고객들의 질문이 들어오면 정확한 정보에 기반하여 답변을 한다. 사실 이것만 잘해도 본인의 업무에 매우 충실한 것인데 4년 전쯤 일하셨던 한 분은 고객의 질문에 대해 답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말 눈에 띄게 능동적으로 고객들과 소통을 하려고 했다. 고객이 방송하고 있는 의류의 컬러를 물어보면 현재 판매 중인 컬러 안내는 물론이고 본인이 좋아하거나 각 컬러에 맞는 코디를 제안하기도 했고 식품 방송을 보던 고객의 '맛있나요?' 한마디에 본인이 어떻게 만들어 먹어봤더니 맛있더라, 그 맛은 어느 나라의 무슨 음식과 유사하더라 등의 재치 있는 답변을 남기기도 했다. 질문이 아닌 고객들의 일반적인 대화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호스트가 피곤해 보여요'라는 고객의 말에 '사실 어제도 새벽까지 방송을 하셨답니다 ㅠ 근데 저도 마찬가지라 피곤하네요ㅠㅠ 모두 파이팅!' 등의 답변을 남기는 등 정말 적극적으로 고객들과 소통을 시도하는 분이었다. 한동안 활약이 이어지자 급기야 고객들 중에서는 답변 스타일만 보고 이 분이 답변 하는 중인걸 아는 분들이 생겼고 유독 이분이 답변을 남기는 방송에는 고객들의 질문이나 감상평이 많아졌다. 이를 지켜보던 PD들의 입소문을 거쳐 회사에도 이분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던 날에는 정말 많은 직원들이 아쉬워했다. 지금도 생방송 중 고객들과 소통하는 것에 대해 홈쇼핑은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보고 있다. 어떤 홈쇼핑 회사에서는 답변의 전문성을 위해 전문 콜센터에게 맡기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회사에서는 아직도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한다. 고객들의 질문이 끝나지 않는 한 홈쇼핑에서는 끊임없이 아르바이트 직원을 원할 것이다.         


리액션의 천재들은 모여라! 

홈쇼핑 대표 아르바이트하면 역시 방청객일 것이다. 생방송 도중 호스트의 시연과 멘트를 가장 가까이서 보면서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일인데 홈쇼핑에서는 이 방청객들을 매우 반긴다. 일단 사람이 많을수록 스튜디오의 규모감이 커져 보이는 효과도 있고 방청객들의 적극적 리액션이 시청자들을 자극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보통은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혼자 멘트 하는 것에 익숙한 호스트들이 실제 방청객들이 스튜디오에 오면 대화하는 느낌이 나서 더 신명 나게 방송을 하고 적극적으로 방청객과 소통을 시도하기도 한다. 가끔은 방청객들에게 마이크를 넘기기도 하는데 생각보다 멘트가 괜찮은 방청객이 있으면 따로 메모를 해두었다가 다음에 또 오시길 요청하기도 한다. 또한 상품과 호스트와 같은 공간에 있는 방청객들이 적극적으로 상품의 시연이나 호스트의 멘트에 공감하면 시청자들 역시 멘트나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방청객의 존재는 홈쇼핑 방송에서 중요하다. 한번은 건강식품 방송을 하는데 호스트가 부모님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눈물을 글썽인 적이 있었다. 때마침 현장에 있던 몇몇 방청객들이 호스트와 교감하여 눈물을 훔쳤는데 이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굉장히 인상 깊었는지 이날 방송이 유래 없이 잘 되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어떻게든 방송에 방청객들을 모시고 싶어 하는 PD들이 많다. 물론 기계적인 리액션이나 과도한 호응 등으로 거부감을 줄 때도 있어서 신중히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홈쇼핑 방청객 아르바이트가 난이도가 높지 않아서 늘 많은 분들이 지원하는 것도 재미있는 사실이다.


실제 홈쇼핑에 출연을 한다고? 홈쇼핑 모델

방청객보다 홈쇼핑 방송에 더 깊숙이 참여하는 아르바이트가 있는데 바로 홈쇼핑 모델 아르바이트이다. 모델 아르바이트하면 의류 모델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나지만 홈쇼핑 모델 아르바이트의 묘미는 생방송 시연 모델이다. 방송하는 상품에 따라 정말 가지각색의 모델을 구하는데 보정 속옷 착용 전후를 보여주기 위한 모델, 염색약 시연을 위한 백발의 모델, 흑채의 커버력을 보여주기 위한 탈모 모델, 식감 자극을 위해 끊임없이 먹어줄 수 있는 대식가 모델, 각질 제거기의 우수성을 보여주기 위한 발 뒤꿈치 모델 등 지금 생각나는 모델들만 나열해도 끝이 없을 것 같다. 이 아르바이트는 방청객보다는 고수익을 보장하고 그만큼 본인의 얼굴을 방송에 노출하여 방송 시연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가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 방송에 아동 모델이 출연하면 PD는 물론 모든 스탭들이 긴장한다. 이 아동 모델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필 딱 카메라가 비추는 순간 울어버리는 아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랬더니 부수는 아이, 맛이 이상하다며 음식을 뱉는 아이 등 도저히 통제를 할 수 없는 상황들이 많이 연출되어서 이런 방송 때는 스튜디오가 긴장감에 휩싸인다. 대신 이 모델들이 제대로만 해주면 방송 연출적인 측면이나 시청자들의 반응 측면에서나 그것보다 효과적인 것은 없다. 그래서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홈쇼핑에서는 아동 모델을 출연시키는 모험을 하곤 한다. 이 친구들보다 더 난감하고 통제 안 되는 모델들이 있다. 바로 동물 모델들이다. 보통 동물 모델들은 아주 어렵게 모셔오는 경우가 많다. 꼭 이 동물 모델들은 리허설 때 사람처럼 잘하다가 생방송 때 통제가 안되며 PD를 난감하게 한다. 강아지 모델들이 생방송 중 짖는 것은 예사고 호스트가 안고 있는데 몸부림치며 빠져나가려는 경우, 스튜디오에 실례를 해서 그 모습을 모든 시청자가 보는 경우 등 머리가 지끈 해지는 상황들이 많이 연출된다. 동물 모델 역시 연출이 제대로만 되면 그 효과가 크기 때문에 용기 있는 PD들이 한 번씩 승부수를 걸곤 한다.


SNS 능력자들을 찾습니다!

최근에 홈쇼핑에서 활발하게 적합한 분들을 찾고 있고 이미 많은 분들이 활동하고 있는 분야이다. 예전 글에서 밝혔듯 현재 모든 홈쇼핑 회사들이 모바일에서 미래의 활로를 찾고 있다. 그 일환으로 어떻게 하면 SNS를 통해 상품 홍보나 판매를 잘할 수 있을까를 매일같이 고민하는데 여러 가지 시도 중 하나가 바로 SNS에 능숙한 사람들을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고용하여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다. SNS 상에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분들을 모집하여 그분들의 노하우로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까지 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팔로워가 일정 수 이상이고 본인 SNS를 통해 상품에 대한 컨셉을 잘 잡고 홍보나 판매를 하는 인플루언서들은 홈쇼핑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 활동을 하게 되면 홈쇼핑에서 소정의 활동비와 샘플을 지급받고 본인의 SNS를 통해 상품을 홍보하고 구매처를 팔로워들에게 안내하게 된다. 실제 이런 활동을 통해 꽤 효과를 본 케이스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어서 지금도 가장 활발하게 홈쇼핑에서 인재를 찾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회사마다 접촉할만한 SNS 인플루언서들 리스트를 만들기도 하고 초청 행사를 통해 활동 계획이나 방법에 대해 공유하기도 한다.

 

나도 과거 아르바이트를 해봤지만 정말 홈쇼핑에는 특이한 아르바이트가 많다. 오늘 소개하지 못한 쇼핑 키워드 추출이라던지 사전 영상물 출연이라던지 회사 행사 참여 아르바이트 등 그 종류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홈쇼핑 회사들이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만큼 단기로 테스트해볼 업무들이 많아진 탓이 아닐까 한다. 나의 지인들도 우리 회사에서 몇 번 아르바이트를 경험했었고 정말 다행히도 노동강도도 약하고 재미있어서 계속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홈쇼핑이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아지는 만큼 특이한 아르바이트 자리는 더 많아질 것 같다. 진정한 알바천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홈쇼핑이라고 오늘의 글을 정리하고 싶다.


* 현직 PD와 호스트들이 홈쇼핑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보는 팟캐스트를 개설했습니디. 

   http://www.podbbang.com/ch/177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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