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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Mar 04. 2019

홈쇼핑의 꽃! 쇼핑호스트에 대하여

오늘도 어디선가 호스트는 방송을 하고 있다.

"고객님, 이건 정말 제가 추천드려요. 딱 일주일 정도만 써보시면 바로 아실 거예요. 오늘 특별한 혜택으로.."


한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그렇지만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진행과 적절한 구매유도까지.

저 같은 사람은 두 번쯤 다시 태어나도 도저히 할 자신이 없는 홈쇼핑의 꽃.

바로 쇼핑 호스트입니다.(이후 호스트로 약칭)


나름 PD로서 방송에서 고객과 만나는 최전선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직접 방송에 출연해서 시청자들을 설득하는 호스트들이야 말로 홈쇼핑 최전방 전사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려한 외모와 화려한 언변의 그들은 어떻게 탄생되고 카메라 안팎의 모습은 어떨까요?


먼저 입사하는 과정을 보겠습니다. 신입 공채 시 회사는 호스트 지원자들에게 2년 정도의 방송 경력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신입 호스트들은 말만 신입이지 리포터, 캐스터, 아나운서 등 2년 정도의 방송 경력들이 있습니다

(가끔 방송 경력이 전혀 없이 입사에 성공하는 호스트들도 있습니다).

입사를 위해 본인 소개 동영상 제출-서류전형-면접-카메라 테스트 - 모의 PT(선정된 아이템을 5분 정도 실제 호스트처럼 판매해보는 방식) 등의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많은 호스트들이 '호스트 아카데미'라는 곳에서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실제 호스트 아카데미를 다녔던 호스트들에게 물어보면 합격에 대한 노하우, 호스트로서의 기본 자질 등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많은 단계를 거쳐 입사에 성공하면 그 기쁨도 잠시, 진정한 호스트가 되기 위한 처절한 수련의 시간에 들어갑니다. 일반 교육 등도 있지만 호스트의 교육은 대부분 도제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바로 방송에 투입되지 않고 선배 호스트의 스케줄을 따라다니며 호스트의 기본 자질과  노하우를 전수받는 방식인 것입니다.

선배들의 방송 회의를 참관하며 선배들의 생방송을 모니터링하고 본인이 그 방송을 하면 어떻게 흐름을 잡아갈지, 어떤 멘트를 할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게 됩니다.

몇 달 정도 선배 호스트에게 교육을 받고 끊임없는 방송 모니터링을 하다 보면 생방송 중 쓰이는 동영상 출연, 녹화 방송의 보조 호스트로 출연 등의 기회가 생깁니다.

생방송은 아니지만 홈쇼핑 방송의 흐름이나 PD 및 스탭과의 호흡, 방송 동선 등을 파악하는데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몇 번의 녹화 방송 경험을 하면 드디어 대망의 생방송 출연 기회가 오는데 보조 호스트라고는 해도 신입 호스트가 커리어 통틀어 가장 긴장되는 시기입니다. 내 방송에 들어왔던 몇몇 신입 호스트들의 경우는 밤새 회사에서 공부하고 멘트 연습하는 걸 본 적 있습니다.

이런 노력들이 생방송에 그대로 드러나면 좋으련만 생방송이 주는 긴장감, 아직은 능숙하지 못한 방송 실력, 돌발 변수 등으로 인해 신입 호스트의 생방송 실수는 거의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인 호스트의 멘트와 겹치기, 방송 흐름과 상관없이 본인이 준비한 멘트 하기, 발음 꼬이기, 말 더듬기, 상품 시연 실수 등 무수한 실수가 많지만 심각한 실수가 아닌 다음에야 신입 때는 모두 그러려니 하고 관대하게 넘어가는 편입니다(늘 궁금한 것이 시청자들은 신입 호스트들의 방송 실수를 눈치챌까 혹은 눈치채지 못할까 하는 점입니다)

뜨거운 음식을 의욕적으로 먹다가 뜨거움을 참지 못하고 뱉었던 장면, 카메라에 잡히는지 모르고 열심히 다음 멘트 연습하던 모습이 그대로 방송된 장면, 상품 시연이 제대로 안되자 얼음 같이 굳어서 당황하던 장면 등이 실제 제 방송에서 나온 신입 호스트들의 실수였는데 저는 그냥 아주 재미있어서 방송 후 격려했던 기억이 납니다.


보조 호스트로서 3년 길게는 5년 정도 경험을 쌓게 되면 메인호스트로 방송하는 기회를 잡게 되는데, 방송을 본인이 이끌어 나가고 매출을 내야 하는 자리라 보조 호스트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압박감이 있습니다. 상품 시연도 주도적으로 해야 하고 생방송 도중 보조 호스트나 게스트들의 말실수도 정정해야 하고 고객의 질문에도 응대를 해야 하는 등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혹여 방송 매출이라도 망하는 날에는 PD와 더불어 업체에게 질책(?)당하는 1, 2순위를 다투기 때문에 책임감이 막중합니다.

이렇게 경험을 쌓다 보면 방송에 능숙해지고 그를 통해 몸값을 올려 이직을 하기도 하고 스타 호스트가 되기도 합니다. 어떤 호스트들은 방송인이라는 경험을 살려 강연을 하거나 인터뷰에 응하기도 하고 책을 출판하기도 합니다.


그럼 호스트의 일상은 어떠할까요? 물론 현직 PD인 제가 봐도 호스트들은 참 멋집니다. 정돈된 외모와 화려한 언변 거기에 좋은 목소리까지. 그렇다면 그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화려하고 멋진 삶만을 살고 있을까요?


홈쇼핑 회사는 대개 새벽 2시부터 6시까지를 제외한 약 20시간을 생방송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그 말인즉슨 하루 20시간은 호스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호스트는 밤낮 주말 없이 불규칙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이것은 PD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에 호스트는 사무실에 자리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사무실에서 찾아보기는 힘듭니다. 어디선가 회의를 하고 있거나 방송 연습을 하거나 늦은 스케줄로 인해 휴식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리고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남는 시간에는 물론 개인적인 일을 하기도 합니다.

불규칙한 생활 리듬 때문인지 호스트들은 보통 목감기나 몸살 등을 자주 앓습니다. 어떨 때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나빠서 방송을 쉬기도 하고 제 방송 때는 생방송 직전 호스트가 고열로 119를 신세를 진적도 있습니다. 늦은 밤 방송이 끝나면 방송 때의 긴장감이 남아서 불면증을 호소하는 호스트들도 많습니다.

또한 호스트는 생방송 최전선에서 갖는 부담감이 큽니다. 60분 동안 기승전결이 있으면서도 고객들을 유혹(?)하는 멘트를 쉴 새 없이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호스트는 방송 전 PD와 개인적인 미팅을 통해 방송에 대한 전략과 방향을 협의한다. 하지만 아무리 PD와 찰떡같이 협의를 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방송의 큰 흐름에 대한 것이지 방송 매 분 매 초마다 어떤 멘트를 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 협의를 하지는 않습니다(생방송은 워낙 많은 변수와 고객의 반응이 있기 때문에 미리 모든 것을 협의하는 것 자체가 힘듭니다). 따라서 일정 부분의 방송 구성과 매출은 단순히 호스트의 방송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 되는지라 호스트의 부담감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호스트들은 고객들에게 좋은 상품을 팔기 위해 열심히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분명 마음속에 이 좋은 상품이 나의 방송을 통해 많은 고객들에게 알려지면 좋겠다는 사명감이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호스트가 상품을 팔기 위해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때로는 거짓인 멘트들을 많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일부의 편견처럼 호스트가 사기꾼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 것은 노력하는 모습을 누구보다 곁에서 보는 PD의 입장에서는 열심히 옹호해주고 싶습니다.

오늘도 호스트들은 60분 동안 고객들에게 친절히 설명을 하기 위해 노력 또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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