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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Jul 05. 2019

몰랐지?? 홈쇼핑 회사 다니니까 좋더라!!

"홈쇼핑은 tv에 나오는 거예요? 홈쇼핑 회사 다니면 뭐가 좋아요??"


몇 년 전 여러 대학교를 돌며 졸업시즌 대학생들에게 회사를 소개하는 '캠퍼스 리크루팅' 프로그램에 참가했다가 이런 질문들을 받고 다소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나 역시 그랬지만 신입 공채를 준비하는 나이대(20대 중후반~30대 초반) 사람들이 홈쇼핑을 자주 이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홈쇼핑에 대한 관심이 적기 때문에 정보도 부족하고 보통 구직자들의 직장 우선순위에 홈쇼핑 회사는 없다.

슬픈 이야기이지만 이것이 홈쇼핑 업계의 현실이고 그렇기에 젊은 세대와의 교감을 넓히는 것이 홈쇼핑의 영원한 숙제이다. 내가 홈쇼핑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 역시 독자들에게 홈쇼핑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그 거리를 좁히고자 함이다.

오늘은 내가 홈쇼핑 업계에 종사하는 직장인으로서 좋았던 점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끝없이 넓어지는 아이템에 대한 이해도


쇼핑에 대해 딱히 욕심이 없어서 일반적인 구매 지식은 물론이고 핫한 아이템이나 브랜드에 대해서는 더 모르던 나는 홈쇼핑 회사에 입사하기 전 명품 최고의 브랜드를 '프라다'라고 알고 있었다. 아마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하는데 '영화 제목에 대표로 나올 정도면 세계 최고겠군!' 할 정도로 브랜드에 대한 나의 지식은 전무했다.

하지만 세상에 나와있는 어지간한 아이템을 모두 섭렵해야 하는 홈쇼핑 회사에 입사하면서 나는 신세계를 경험했다. PD로서 1년 동안 생방송을 하기 위해 접하는 아이템만 해도 수십, 수백 가지인데 본인 방송뿐만 아니라 동료, 팀에서 담당하는 아이템도 아예 모른다고 할 수는 없으니 그 숫자가 정말 어마어마하다.

업무를 위해 유명한 명품 브랜드부터 신생 브랜드까지, 값비싼 상품부터 저렴한 아이디어 상품까지 접하고 공부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요즘 쇼핑 트렌드는 물론이고 상품만 봐도 괜찮은 상품인지, 이 가격에 살만한 상품인지 파악이 되어 강제적으로(?) 현명한 소비자가 된다.

30대 남성이 50대 주부보다 주방용품을 더 잘 알면서 20대 여성보다 화장품에 대해 더 잘 아는 것. 홈쇼핑 회사에 다니면 가능하다!     


전 세계 최저가 쇼핑?


사실 회사복지 차원에서 직원들이 그 회사, 혹은 계열사와 관련된 혜택을 받는 것은 새롭지 않다. 회사 관련 아이템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직원 할인 역시 보편적인 복지 중 하나인데 그것이 홈쇼핑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말 그대로 내 생활에 필요한 모든 아이템을 직원 할인으로 살 수 있다는 뜻이다(다른 종합쇼핑몰들 역시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상품이 해당되지는 않고 할인에도 한도가 있지만 회사 홈쇼핑 몰을 통해 내일 먹을 음식부터 화장품, 가전, 잡화 등 다양한 상품을 대폭 할인받아 구입할 수 있다.

특히나 고가의 상품들은 할인폭이 커서 결혼을 앞두고 혼수를 준비하는 직원들이나 이사 시즌에 가전이나 가구 등을 교체하려는 직원들은 그 혜택을 톡톡히 누릴 수 있다. 나 역시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을 직원할인+포인트+카드할인 신공(?)으로 아주 저렴하게 구입했고 지금도 아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회사에서 복지 차원으로 저렴하게 아이템을 제공하다 보니 홈쇼핑 직원들은 다양한 상품들을 매번 최저가로 구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다양하다!


지금 다니고 있는 홈쇼핑 회사에 오기 전 몇몇 회사 기획팀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나만의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업무상 만나고 일하는 사람들의 살아온 환경이나 기본 성향 같은 것들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같은 팀 사람들은 물론 협업을 위해 만나는 외부 직원들 역시 대한민국의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고 대학을 졸업 후 취업 준비를 통해 회사에 취직한, 나와 살아온 환경이나 현재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홈쇼핑 일을 하면서 다양한 아이템을 만난다는 것은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는 이야기와 동일하다.

방송 아이템에 따라 대기업부터 가족기업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협력사 직원으로 만나게 되는데 방송 회의를 하거나 협력사 방문을 하다 보면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거나 그분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있다. 은행 대출 업무를 하다가 파산 직전 문방구 공장을 우연히 인수해 사업을 시작한 분, 아버지가 작게 하시던 과일 농사가 대박 나서 얼떨결에 전 가족이 기업체의 일원이 된 분,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열심히 완구용품 사업을 하시는 분,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디어를 내서 사장님 소리를 듣던 천재 사업가분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이 정말 좁았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런 분들과의 교류를 통해 시야도 넓히고 내 미래 계획에 대한 자극도 받는데 일반 회사 기획파트에 있던 과거의 나였으면 과연 이런 기회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주부들 파악하기? 진짜 대한민국 1%!


주부는 어떤 것을 좋아할까? 주부가 생활하면서 불편한 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어릴 때부터 엄마가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고 종종 부탁받은 흔한 걸레질조차 귀찮아한 남자였던 내가 주부의 고충이나 취향 같은 것을 잘 알리가 없었다.

시간대에 따라 혹은 상품에 따라 조금은 달라지지만 홈쇼핑 주 시청자들은 누가 뭐래도 주부들이다.

회사의 큰 전략 방향을 정할 때도 어떻게 하면 주부들에게 어필할 것인지가 우선순위이고(요즘 홈쇼핑 회사들 모두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층 확보를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기는 하다) 방송할 아이템 선정 시에도 주부들이 관심 있어할 만한 상품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귀에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가 '남자 직원들도 늘 본인들이 주부라는 마음으로 판단하고 일하라'는 것이었다(실제로 나는 그 영향으로 지금도 집안일을 매우 자주, 즐겨하는 편이다)

홈쇼핑 방송을 하면서 주부를 타깃으로 한 아이템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나는 이런 아이템들 방송 준비를 하면서 주부들의 고충을 많이 알게 되었다. 의류 건조기 방송을 준비하면서 주부들이 빨래를 털면서 손목에 무리가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건강식품 방송을 하면서 여성들에게 갱년기가 생각보다 많은 신체 변화나 증상을 야기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프라이팬이 눌어붙으면 요리하는 입장에서 얼마나 성가신지,  칼이 잘 들지 않으면 손과 손목, 팔이 얼마나 아픈지  등등 이전에는 생각도 해보지 못한 많은 사실에 대해 알게 되었다.

또한 방송을 준비할 때마다 이런 상품은 주부들이 좋아할까? 어떻게 하면 주부들에게 어필이 될까? 고민하면서 주부들의 취향 역시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었다.

홈쇼핑 PD로 입사 후 이런 주부들의 고충이나 취향 등에 눈 뜨게 되면서 자연스레 엄마와의 대화나 관계 역시 많이 자연스러워졌고 지금은 내가 먼저 주부들에게 괜찮을 만한 아이템을 권하는 수준까지 왔다. 내가 홈쇼핑에서 일하지 않았으면  절대 경험하지 못할 일이다.


미래 본인의 꿈을 그려서 발표하던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교 취업 시즌까지 나는 내가 홈쇼핑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될 줄은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다.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도, 미래의 가능성도 전혀 고려하지도 못하고 다소 정신없이 일단 들어온 직장에서 어느덧 조직의 중간 위치까지 올랐고, 남의 돈(월급) 받으며 일하는 것이 늘 평탄하고 재미있겠냐만은 지금은 꽤나 만족하며 애정을 가지고 회사를 다니고 있다.

앞으로 내 인생에 홈쇼핑이 얼마나 더 함께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는 좋은 점만 보며 즐겁게  다녀볼까 한다.


홈쇼핑에 대해 궁금하신 점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글 혹은 답글로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지크 소속홈쇼핑 직업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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