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생각이 자주 든다. 나는 무엇이며 내가 무엇이길래 나의 주변인들은 나를 사랑해주는지.
최근 독립출판을 준비하며 책 펀딩을 시작했다. 나는 이름 있는 작가도 아닌데다가 어리고, 글을 잘 쓴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일까 펀딩은 내 맘 같지 않았다. 후원을 해 준 15명 중 14명이 나의 지인이거나 지인의 지인이었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동거라는 이야기가 닿을 수 있는 상대가 국한되어 있을 것이며 스물 다섯인 나의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브런치라는 사이트에서는 나의 글을 누구든 볼 수 있으니 몇몇 소중한 독자님께 닿을 수 있었지만 누군가의 돈을 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닌 척했지만 며칠 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까지 신경을 쓰게 한 것 같았다. 아니 신경을 쓰게 했다. 나를 응원해주는 값진 사람들에게 나는 또 빚을 진 것만 같은 기분이다. 말 한마디, 응원 한 번이 너무 소중한데 거기 더해 물질적인 돈까지 받게 되니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인생에서 쓴 순간들이 많이 있었지만, 이번이 살면서 가장 힘든 순간인 것도 같다.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고 그 책임도 전부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서 쓴 글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읽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책이라는 것이 의미가 생기기에 나의 소중한 마음이 담긴 글들이 누군가에게 닿지 않는다는 현실이 아팠다.
하지만 나는 펀딩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책을 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렇기에 펀딩이 실패한다 해도 나는 나의 책을 낼 것이다. 그게 나의 오랜 소원이었기 때문에. 나는 나를 위해 조금 더 힘을 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실패쯤이야 나중엔 그랬지 하며 웃어넘길 것이다. 나중엔 정말 인정받는 작가가 되어 나의 히스토리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한다 해도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일을 계속 해나갈 거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길을 걷다 보면 그게 다른 사람도 걸을 수 있는 길이 될 거라 믿는다. 나와 같은 어떤 이에게 닿을 것이라 믿는다.
나의 곁에서 나를 지지해주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