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없는 걸까
시간은 빨리 간다. 근데 그 시간은 일정한 패턴을 반복한다. 출근하고 퇴근하고, 주말을 보내고. 이런 굴레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나. 지겹다 똑같은 생활이.
시간은 야속하다. 야속하다는 말이 참 알맞는 것 같다. 섭섭하고 언짢다. 내 생각과 달리 흘러가는 것이 섭하고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언짢다. 눈을 뜨는 게 설레는 일이면 좋겠다. 또 같은 일을 반복해야 된다는 막막함이 앞서는 게 현실이라는 사실이 뭐 같다.
하루에서 설레는 순간이 몇 없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산다. 내 삶인데 내가 주인인 것 같지 않다. 정해진 길을 따라 그저 걷는 것 같다. 내 길을 걸어가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지금 삶도 위험 투성인데 더 큰 위험을 부담할 에너지와 돈은 없다.
살아가려면 돈이 필요하니까 돈을 번다. 그 방법은 대단하지 않다. 그저 누군가의 밑에서 정해진 일을 하는 것. 내 일이 아닌, 나의 가치를 좇는 일이 아닌 건 괴롭다. 그렇다고 나만의 일을 할 용기도 없다. 그래서 그저 산다. 무엇 때문에 사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싶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다. 글을 쓰고, 노래를 듣고,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여행을 하고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을 자주 보면서 말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타인이 시키는 일을 하고, 사랑하는 이들보다는 별로 궁금하지도, 보고 싶지도 않은 사람들을 보는 시간이 더 많다.
다들 이렇게 사는 건가.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 거지. 그들을 살게 하는 원동력은 뭘까. 이제 얼마 살지도 않았는데 인생이 이렇게 지겨운데 다들 뭐 때문에 견디며 사는 걸까. 견디며 사는 게 아니라 즐겁게 살고 있나? 그럼 어떻게 즐겁게 살지? 난 이리도 싫은 것들로 하루를 채우는데..
불행한 순간이 있어 행복을 느낀다는데 나는 자신 있단 말이다. 행복만 가득해도 행복할 자신이. 이 끔찍한 챗바퀴에서 벗어나고 싶다. 벗어나서 매일 보는 풍경이 아닌 다른 풍경 속에서 뛰고 싶다. 걸을 힘조차 없는 지금을 떠나서 발이 닫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고 싶다.
그러지 못해 괴롭다. 눈을 뜨는 걸로 가슴이 답답하다. 하루가 재미없다. 사랑하는 이를 보는 낙으로 겨우 살아내지만 그들이 없다면 삶에 의미가 없다. 지친다. 즐겁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