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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정 Jun 07. 2024

힙합을 뭐라고 생각하세요?

우울할 때 듣는 음악

 나는 힙합을 좋아한다. 우울한 기질 때문인가. 신나는 힙합 말고 재즈 힙합을 좋아한다. 영어라서 뭐라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거기 담긴 분위기를 좋아한다. 너무 우울한 음악은 날 더 끌어내리기에 적당한 기분을 유지하기엔 힙합이 제격이다. 신나는 듯 센치한 듯 우울한 듯 잘 모르겠다. 어쨌든 힙합은 그런 그루브를 반복한다. 그래서 우울할 땐 힙합을 많이 들었다.


 우린 힙하다는 말을 쓴다. 난 힙했다. 정말 힙합에 절여져 있었다. 그 음악이 아니면 나를 기분 나쁘게 했다. 우울하게 하거나 나의 무드와는 맞지 않게 너무 신났다. 주변이 조용해지면 내 뇌가 시끄러워졌기에 적당한 소음은 필요했다. 말하는 듯 노래하는 듯한 힙합은 내 뇌를 조금 잠재워줬다.


 다들 우울할 때 어떤 음악을 듣는지 모르겠다. 다만 너무 우울한 노래를 듣진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럼 우울의 절정을 맞게 되니까. 난 살면서 나만의 BGM을 자주 깐다. 그 노래에 따라 아무렇지 않은 순간이 영화가 되곤 하니까. 그때의 노래를 잘 선정해야 한다. 그럼 다음에 그 노래를 들을 때 그 찰나가 떠오르게 된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땐 좋은 기분이었으면 한다. 그래야 다음에 또 그 노래를 들을 때 자연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세상에 70억 개의 스토리가 있듯 그 스토리에 맞는 각자의 노래가 있을 거다. 난 그 노래를 힙합으로 선정했다. 그게 내가 우울을 극복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엄격하게 계산된 박자에 내 몸을 맡기면 내 뇌도 그 박자에 따라 움직이니까 이리저리 튀지 않고 일정한 박자를 찾았다. 그럼 심장 박동도 적절한 속도를 맞추어갔다. 


 사실 지금은 우울하지도, 그렇다고 막 행복하지도 않아서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도 잘 모를 때가 많다. 아마 우울하기 싫어서 그런 쪽은 쳐다도 안 보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울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그렇다. 나는 쉽게 우울해지기에 항상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차분한 노래보다 힙합을 잘 찾아듣는다. 



 힙합을 뭐라고 생각하세요? 나에게 힙합은 삶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우울해지지 않는 수단이다. 각자 그런 수단이 필요하다. 그게 힙합이 아니어도 된다. 노래가 아니어도 된다. 그저 살아가게 하는 아주 작은 계기면 된다. 삶을 끝내는 것보다 그런 작디작은 무언가를 찾는 게 나으니까. 삶의 극단에 서게 되면 그런 것도 안중에 없어지니까. 그러기 전에 모두 각자의 수단을 찾길 바란다. 


나에게 힙합 같은 존재가 모두에게도 존재하길. 하루를, 또 내일을 살아내게 하는 무언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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