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혼자 보낸다. 동거를 하고 있고, 출판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도 그렇다. 일주일 중 3일 출근을 하지만 나는 누구와 함께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대표님과 함께 있을 때는 우린 각자의 일을 한다. 그리고 일 이야기만 한다. 그때는 누군가와 교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혼자 있을 때와 다를 바 없는 감정 상태에 머무른다. 그리고는 집에 온다. 집에 와서 나의 동거인이 오기 전까지 집안일을 하거나 글을 쓴다. 혼자다.
집에 남자친구가 오면 그제야 내가 세상에 혼자가 아님을 느낀다. 그리고 우리는 3-4시간 함께 있은 후 잠에 든다. 그리고 아침이 온다. 그럼 나의 혼자인 하루가 또 시작된다. 나는 입을 열 일이 잘 없다. 출근을 하지 않는 날은 더 그렇다. 혼자 집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과 타자로 대화를 하고(그것도 일방적인), 창밖의 하늘이나 보며 말은 생각 속에 남을 뿐이다.
내가 자주 우울해지는 건 혼자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할 때는 우울해지지 않으니까. 사람들과 함께 대화하고, 같은 일을 만들어 나갈 때는 우울할 틈조차 없었다. 그리고 혼자 있게 되는 시간이 황홀했다. 역시 사람은 사람들이랑 살아야 한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지낸다는 전제 하지만.
나는 역시 백수랑은 맞지 않는다. 백수가 아닌데도 백수라고 느끼는 이 이유는 내가 늘 혼자 무언갈 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일 거다. 나는 사회 속에 있어야,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을 때야 활력을 찾는 것 같다. 이런 내가 MBTI I가 나오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다.
아무래도 얼른 제대로된 일자리를 찾아야겠다.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