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정신과의 벽은 높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키우기 버거웠던 아이.
그런데 제가 이 아이의 손을 잡고 소아정신과를 찾은 건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여러 번 감정폭발을 일으킨 뒤였습니다.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짜증과 화가 많았습니다.
엄마가 육아휴직을 하고 같이 생활할 때는 그나마 감당이 되었는데
5살부터 시터이모님과 생활하면서는 갈등이 잦아졌어요.
시터이모님은 규칙을 제시했고 아이는 거부했어요.
아이가 7살 때 대학 부설 심리상담센터에서 놀이치료를 1년 받았어요.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였지만 크게 효과는 없었어요.
가족들과 집에 있을 때 주로 짜증과 화를 내던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어느 가을날부터
집 밖에서도 감정을 폭발하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 앞에서 신발을 집어던졌고, 말다툼이 일어나자 승용차 안에서 30분 넘게 발버둥을 쳤습니다.
며칠 지나서는 외할머니와 가족들이 자기 뜻을 가족들이 들어주지 않자 차에서 발버둥을 쳤죠.
어는 날은 차에서 발버둥일 치다 보다못한 제가 아이를 데리고 조용한 곳으로 데려가려고 끌어내리자 저 멀리 달려 도망을 갔죠.
외할머니 댁에 가서는 장난감 조립이 되지 않는다고 방에 들어가 이불과 베개를 한참 던졌고요.
갈수록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땐 아이의 모든 행동과 눈빛이 평소와 달랐습니다.
아이를 감당하기 어려워 저는 무기력증에 빠진 상태였습니다.
아닐거라고.
부디 아니게 해달라고 매일 밤 생각하면서도
소아정신과는 가지 않았습니다.
아니, 무서웠던 것 같아요.
아이가 진단을 받을까봐.
공포와 두려움은 이렇게 회피의 동기가 됐나봅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다라는 생각이 들자
겨우 인근의 소아정신과를 찾아갔습니다.
일련의 사건들과 아이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신 의사 선생님은
"어머니 많이 힘드셨죠. 검사를 할 것도 없이 이 아이는 ADHD일 겁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눈물이 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홀가분해졌습니다.
명확해진 느낌이었습니다.
복잡한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놓은 느낌.
지난 9년여간 육아가 힘들었던 이유를 찾았기 때문입니다.
무서워 회피할 게 아니라 용기 내어 마주했어야했는데
집에서는 힘들게 하지만 유치원&학교에서 늘 칭찬받는 아이였기에 계속 부정하고 있었던 게 실책이었어요.
아이의 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의구심과 아이의 상태를 알기 위해 풀배터리 검사를 했고 결과는 같았습니다.
산만함과 충동성이 복합적으로 있는 ADHD.
그리고 이에 더해 기분 조절의 어려움까지.
ADHD를 의심하는 모든 분들께 이제 와 전하고 싶은 말은
너무 걱정마시고
일단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시라는 겁니다.
저와 같은 실책을 하지 마세요.
그리고 ADHD 진단을 받으면 세상이 끝날 것 같은 두려움이 들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아이의 어려움을 함께 보듬어나가는 새로운 세상이 시작됩니다.
이 말을 하고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