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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HDLAB Dec 21. 2024

아이의 자존심이 건드려졌다

ADHD 도움주기 vs 아이의 자존감 지켜주기

지난 글에서 ADHD 아이를 위한 504 조치를 위해 학교와 회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글을 올렸었어요.

504는 ADHD를 가진 아이가 성공적으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지원해 주는 학생 맞춤형 지원서비스입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류하게 됐습니다.

아이에게 학교의 지원에 대해 물어보았는데, 

싫다고 해요. 

지원의 주인공인 아이가 반대하니, 

현재로서는 멈추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아이의 반응을 보고 제가 든 생각은.

이곳 나이로 만12세.

'청소년기에 접어든 우리 아이의 자존심이 건드려졌구나'였습니다.


아이와의 대화를 기록합니다. 


“한국에서와 달리 미국에서는 ADHD를 가진 학생이 학교생활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가 있대 혹시 그런 지원을 받아보면 어떨까? “

“그럼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모두 내가 ADHD 가진 걸 아는 거야? “

“응. 선생님들은 알게 되지만 절대 그 사실을 친구들 앞에서 말하지 않을 거야.

“그럼 *** 선생님도 아는 거야? “

(*** 선생님은, 아이를 유독 많이 지적하고 혼내는 괴팍한 선생님입니다)

“응. 그 선생님도 알게 되시지. 그런데 사실 저번에 *** 선생님께는 말씀을 드렸어. “

“(화를 내며) 왜??? 그게 10월이야? 어쩐지 *** 선생님이 매번 지적하다가 어느날부터 갑자기 나한테 잘해주더라니. 왜 그랬어 왜!?”

“그 선생님이 과도하게 지적해서 중간에서 우리의 상황을 설명해야 했어.”

“나는 학교에서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나 혼자 할 수 있어. 엄마가 자꾸 나서지 마”

“너에게 먼저 물어보지 않아서 미안해.”

“응 *** 선생님이 아는 것도 싫고 내가 좋아하는 과학 선생님이 아는 것도 싫어. 그럼 나를 이제와는 다르게 볼 거 아니야.”

“엄마는 너를 돕고 싶다는 생각 그거 하나만 했는데. 네가 이렇게 싫어할지 몰랐어. 마음 상하게 해서 미안해. 네가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거 엄마도 알아. 너의 노력 덕분에 너가 많이 성장한 것도 알고 있고 기특하게 생각해. 그런데 한국에서는 우리가 학교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지만 미국에서는 학교에서 과제 시간도 연장해 주고 네가 까먹을 때 선생님들이 여러 번 다시 상기시켜 주면서 너를 도와주시는 거라고 해서 학교에 말을 한 거였어. “

“싫어 엄마 내가 알아서 열심히 학교 생활 하고 있으니까 더 이상 하지 말아줘.”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적 받지 않으려

애쓰고 고군분투하고 있을 아이의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단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너무나 애를 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학교에 ADHD라는 걸 알리지 않고 주변에도 알리지 않았던 게

아이로 하여금 ADHD는 숨길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건 아닌지

제 과거 결정에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아이가 반대하더라도 어려움을 도와주어야 할까요?

아니면 아이의 자존감과 자존심을 지켜주는 쪽으로 결론을 내려야 할까요?


이 모든 support가 아이를 돕기 위해서인데

아이가 원치 않는 도움을 주는 건 바른 결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아이를 믿고 기다려보려고 합니다.

청소년기에 접어든 아이인 만큼

자신이 내린 결정을 지켜주는 것 또한 부모인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단점이 있다고

단점이 밖에 드러나더라도 너의 가치는 그대로라고 

ADHD 증상이 있지만, 너가 ADHD인 것은 아니라고

빛나는 너라는 사람의 가치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해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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