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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커서 불행한 아침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99 - 터키 이스탄불에서 이즈미르 가는 길

by 류광민

10cm가 아쉬운 곳

오늘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따뜻한 해안 도시 이즈미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동쪽 이스탄불에서 서쪽 이스탄불 즉 아시아지구로 넘어가야 한다. 3박 4일 동안 우리 안식처였던 주차장 앞 대로에 보스포루스 해협을 지하로 건너는 최근에 생긴 터널이 있다.

해가 완전하게 뜨지는 않았지만 가로등이 아직 켜져 있는 아침 7시에 주차장을 나선다. 이렇게 일찍 길을 나서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이스탄불의 교통난을 피하기 위함이고 겨울이어서 해가 지기 전에 이즈미르에 도착하기 위해서이다. 오늘 우리는 Osmangazi 대교를 지나 브루사, Balikesir, Akhisan을 거쳐 이즈미르까지 가는 500여 킬로미터의 대장정을 해야 한다. 도로 사정이 어떤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

먼저 주차장을 빠저 나와 대로로 진입한다. 그런데 터널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지 못해서 두 번이나 돌았다. 무사히 터널로 들어가는 진입로로 들어가는데 또 다른 위기가 나타났다. 저 멀리 터널 통과 높이를 알려주는 바가 보인다. 글쎄 높이 제한이 2.8m라네. 아톰 키는 2.9m. 터널로 들어갈 수 없다. 다시 빠져나가야 한다.

우리와 같은 차를 위한 우회도로가 오른쪽에 있다. 터키 최첨단 도로를 통해 신속하게 이스탄불을 빠저 나가려는 야심 찬 계획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다. 아. 실망. 아톰 키 10cm 때문에 10여분이면 통과할 길을(비록 통행료를 내지만) 돌아 돌아가야 한다.

이제 다른 길로 검색을 한다. 가는 길은 이스탄불을 상징하는 다리 보스포루스 대교를 넘어가야 하는 루트이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었는데도 트램이나 버스에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고 도로는 각종 차들로 빈틈이 없다. 보스포루스 대교까지 가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저 멀리 화려한 모습의 대교가 보인다. 정말 장관이다.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든다. 그러나 차를 세울 수 없다. 걸어서 건너가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물론 시간이 많으면 말이다. 보스포루스 대교를 건너 고속도로와 같은 길을 조금 달리면 완전히 이스탄불을 벗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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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이 아름다웠떤 보르포로수 대교, 기도실이 있는 휴게소. Osmangazi 대교

이상했던 고속도로 요금

아침을 위해 휴게소에 들르니 벌서 9시 15분이다. 이스탄불 외곽으로 나오는데 2시간 이상 소요된 것이다. 참 힘든 도시다.

이제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신나게 달린다. 그런데 터키의 고속도로 요금이 무지무지하다. 100킬로미터 조금 넘게 고속도로를 탔는데 두 번에 걸쳐 146리라를 냈다.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3만 원 정도이다. 대전 가는데 3만 원 내라는 격이다. 경악스러운 수준이다. 다음부터는 터키에서 고속도로 타지 말아야겠다.(참고 : 터키의 다른 고속도로에서는 통행료가 이 정도로 비싸지는 않았다.)


걱정은 사라지고

차는 점점 산악지대로 들어선다. 영하의 날씨인지 주변이 모두 눈으로 덮여 있다. 고개에서 차를 세워 눈 구경을 한다. 우리 여행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두 번째 산속 눈 구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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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르도 이렇게 눈이 내리고 있으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된다. 차는 산을 내려가고 있었다. 다행히도 이즈미르에 가까워오니 눈이 보이지 않는다. 도로변에서는 노란색 호박 같은 과일을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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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르 도시 해안가를 따라 외곽으로 빠져나가니 저 앞에 오늘 정박할 공원 주차장이 우리를 반긴다. 다행히도 해가 지기전인 4시 반이다. 이스탄불에서 이곳까지 500여 킬로미터의 대장정이 무사히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아톰 친구들도 여기저기에 보인다. 조용한 공원이다. 캠핑카들이 정박해 있으면 대부분 안전한 곳이다.

500킬로미터를 무사히 달려준 아톰에게도 감사하고 조용하고 안전한 공원 주차장이 있어서 감사한 하루이다. 캠핑카 여행은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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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르 해안도시 남쪽에 있는 공원 주차장. 여러대의 캠핑카들이 정박해 있었다. 인근에 시내로 가는 트램 정거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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