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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현재와 미래의 거울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98 - 터키 이스탄불 박물관 투어 2

by 류광민

성당이 아닌 소피아 박물관

동로마 천년의 수도, 새로운 주인 오스만의 심장인 이스탄불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바로 성 소피아 성당이다. 그리스 정교회의 대성당으로 만들어져 새로운 주인 오스만 제국의 이슬람 모스크로 사용되었던 건물. 오스만이 점령할 당시 황제의 명령으로 파괴되지 않은 성당.

오스만 제국이 망하고 터키가 세워질 때, 이 건물을 가지고 정교회와 이슬람 간의 종교전쟁이 날 뻔했는데 박물관으로 바꾸고 어떠한 종교 행위도 할 수 없게 끔 금지하였단다. 그래서 성당이 아닌 박물관. 그러나 왜 관광객들은 이 곳을 성당이라고 아직도 말하는 것일까? 그래 나도 성당이라고 하지 말로 그냥 소피아 박물관이라고 하자. 그리고 종교전쟁을 피하기 위한 지혜도 재미있다.

동로마 시대에 그려진 성화들은 모스크를 만들 때 회칠로 덧칠만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보존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소피아 박물관은 정교회 성화와 이슬람 문양이 함께 있는 아주 독특한 이 세상에 하나뿐인 건물이 되었다.

이스탄불 박물관 패스를 사면 표를 사려는 줄에 서지 않고 들어갈 수 있다. 짐 검색을 간단히 하고 입장. 개인 가이드 동반 해설 프로그램을 파는 호객행위가 유독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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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으로 지어졌지만 성당이 아닌 박물관이 공식명칭이 된 소피아 박물관과 내부 구조도

가이드 호객을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가 보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다녀서 문 입구가 매우 반질반질하다. 예배당은 정교회 건물에서 보기 힘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정교회 사원은 지붕 위에 커다란 원형 돔이 설치되어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돔 아래 실내 공간이 있는 것이다. 그 공간을 크게 하려면 돔을 크게 만들어야 한다. 그 돔을 지탱하려면 기둥 두께도 커야 하지만 각 기둥이 역학적으로 잘 설계되어야 한다. 2천여 년 전에 이런 대규모 건물을 만든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아직도 튼튼하게 이용되고 있으니 말이다.

안을 둘러보자. 성화도 가끔 보이지만 커다란 이슬람 문양이 눈에 들어온다. 성당으로 지어졌지만 한동안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었던 소피아 성당의 2천 년 역사가 한꺼번에 보이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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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와 내부 장식에서 이 건물이 얼마나 웅장하고 화려했었는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슬람 경전 문귀와 가톨릭 성화가 한 건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로마 황제의 즉위식 장소는 원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 자리는 황제 자리야라고 애들 말로 찜해 놓은 자리. 세속 권력이 얼마나 성스러운 공간에 집착했는지를 보여주는 교실이다.

성당 한가운데에 걸려 있는 원형 모양의 샹들리에가 재미있다. 사진기를 밑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그 원이 세상처럼 보인다. 그 세상에 내 얼굴을 내밀면 내가 세상의 주인공 중 하나가 된다. 이 성당 중심이 마치 세상의 중심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것은 전적으로 나의 내 마음대로 상상이다. 몇몇 관광객들이 나처럼 같은 사진 찍기 놀이를 한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니 내가 너무 이상한 사람은 아닌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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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즉위식 장소와 샹들리에 사진 놀이

2층으로 올라가 보자. 계단이 아닌 비탈길을 따라 올라가면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2층은 생각보다 꽤 넓다. 성화가 여러 곳에 있다. 2층만 있으면 그냥 성당이라고 해도 될 것 같은 분위기이다. 이 성화들은 아마 회칠한 부분을 벗겨내고 다시 복원할 것들 이리라.

2층에서 1층을 내려다보면 예배당이 한눈에 들어오고 황제 즉위식 장소에 둘러친 원이 유독 눈에 뜨인다. 여러 곳이 보수 공사 중이었지만 2천여 년의 역사의 장소를 느끼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그런데 이스탄불의 심장이었던 이 건축물을 관람하고 나서 감동의 물결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왜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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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진화한다! -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

소피아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왔는데도 아직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오는 날에 움직이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그래도 가야 한다. 이 정도 되면 아내가 말한 대로 출근이다. 이런 날이 조금 싫다.

세계 5대 고고학 박물관 중 하나라는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은 여기저기에 공사 중이다. 박물관은 3개의 건물로 되어 있다. 타일을 주로 전시한 타일 키오스크 박물관과 고대 아시아 박물관 그리고 전형적인 고고학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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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 중에서 나의 관심을 이끈 것은 석관들이었다. 그중에서 AD 3세기경에 만들어진 대리석 석관이 눈에 뜨인다. 이전의 석관들에는 반수 반인이 새겨져 있는 것에 반해 AD 3세기의 석관에서는 그 흔적이 사라졌다. 왜 반수 반인 석상이 사라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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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선을 가장 끈 대리석 석관. 정교함과 예술성이 매우 뛰어난 작품이었다.

아내와 한참 이야기를 나눈 관심거리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이집트 신들의 가계도와 각 신의 역할에 관한 그래픽이다. 이 쪽 집안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인간의 모습을 한 신들과 반수 반인 신이 함께 존재하는 것도 재미있다. 이 가계도가 신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신의 모습이 반수 반인의 신에서 점점 인간 모습의 신으로 변화되었다는 것을 고고학처럼 잘 보여주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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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신들과 가계도

물론 그 이전의 신들은 자연의 모습에 가까웠을 것이다. 태양신은 태양이 신이었고 각종 샤머니즘은 동물이나 자연을 신으로 모셨으니까 말이다. 그러다가 반수 반인의 신으로 변화되었다가 반수가 사라진 인간 모습의 신으로 변했다. 그렇다면 먼 훗날 미래에 신은 어떻게 변화되어 있을까?

현시대 인간 모습의 신은 과연 지금 모습대로 영원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제 힘들었던 이스탄불 여행을 마치고 내일 더 따뜻한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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