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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위기와 지혜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97 - 터키 이스탄불 박물관 투어 1

by 류광민

이스탄불 모자이크 박물관

12월 24일 월요일 아침. 서구나 우리나라와 달리 이곳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없다. 그 흔한 트리 장식도 발견하기 힘들다.

어제 산 이스탄불 뮤지엄 패스를 들고 야심 차게 박물관 투어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정박지에서 성 소피아 성당으로 가는 길에 있는 이스탄불 모자이크 박물관부터 가보기로 한다.

이 박물관은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아라스타 바자르 안에 있다. 나오는 입구는 바자르 통로 쪽에 있지만 들어가는 입구는 바자르 통로가 아닌 반대편에 있어서 입구 찾기가 어려울 수 있다. 입구 동선이 복잡한 이유는 모자이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모자이크 벽화가 지하층에 실물 그대로 전시되어 있어서 지하로 들어갔다가 관람로를 따라 다시 나오면 반대편 쪽이 되기 때문이다.

왕궁 부속건물 중 한 건물에 있던 모자이크를 활용하여 박물관을 만든 것이다. 박물관이라기보다는 훌륭한 모자이크 벽화가 있는 유적을 보는 느낌이다. 박물관 패스를 구입했기 때문에 방문 가능했던 곳 중 하나. 관람시간도 매우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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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의 시선을 끄는 상품이 많이 있는 Arssta Bazaar 와 바라르 안에 있는 모자이크 박물관 유적물. 박물관 입구 찾기가 어려울 수 있다.

허무한 계획

이제 성 소피야 박물관으로 가보자. 그런데 관광객이 줄지어 서 있어야 하는데 없다. 불길하다. 오늘 휴관이란다. 하는 수 없지. 어찌하겠는가. 내일 다시 오기로 하고 고고학 박물관으로 가본다.

고고학 박물관은 궁전 부속 정원이었던 귤하네 공원에 붙어 있다. 조금 걸어가야 한다. 힘들게 갔는데 이곳도 월요일 휴관이란다. 아이고! 가장 중요한 박물관 2개가 휴관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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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휴관인 성 소피야 박물관 외부와 고고학박물관 내부 모습

허무한 하루 일정

마음이 허무하니 피로도 빨리 오나보다. 귤하네 공원에서 잠시 쉬어가기 위해 들렀다. 의자는 아직 빗물이 완전히 마르지 않아서 축축하다. 공원 의자에 앉아서 여유롭게 쉬어가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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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안에 있는 이슬람 과학기술 역사박물관에 들어가 보기로 한다. 이슬람 과학의 우수성을 선전하고 교육하기 위해 만든 박물관이다. 단체로 견학 온 학생들과 선생님들로 붐비는 곳이다. 이슬람 과학기술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어서 유럽 유명 인사의 말을 인용하는 전시에서는 오히려 우수성이 아니라 약간 서구 열등의식에 대한 그림자가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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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학생들 단체 관람 코스분위기가 나는 이슬람 과학기술역사박물관 전시물과 영상물 단체 관람 모습


이제 오늘 근처에서 갈 수 있는 박물관은 다 갔다. 새롭게 오늘 일정을 짜야한다.


아시아 이스탄불을 다녀오다

타일 박물관과 이슬람 과학기술 역사박물관 투어를 마치고 남은 시간에 배를 타고 이스탄불 아시아 지구에 다녀오기로 했다. 배는 귤하네 공원 근처에 있는 Galata 다리 근처에 있는 Eminonu 부두에서 타야 한다. 이 부두에는 관광객을 태우는 유람선부터 아시아 지구를 연결하는 배는 물론 흑해 연안 도시로 가는 배들도 있어서 배에 타고 내리는 사람들과 차들로 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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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ata 다리 밑에는 해산물 식당을 찾는 관광객과 다리 위에는 한가로이 물고기를 잡는 시민들로 항상 붐빈다.

이 중에서 우리는 Kadikoy로 가는 배가 있는 선착장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탈 선착장은 Galata 다리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우리가 탈 배는 대중교통 수단이기 때문에 이스탄불 교통카드로 탈 수 있다. 이스탄불 교통카드는 보증금이 6리라이고 1회 탈 때 3리라, 환승 시에는 1.98리라가 차감된다. 20리라로 카드 1개를 샀다. 그러니까 충전금액은 14리라가 된다. 한 개만 사서 두 명이 쓰면 환승 시, 1명만 할인이 되는 시스템이다.

갈라타 다리 위에서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고 가끔 작은 물고기들이 올라온다. 그리고 다리 밑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는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이스탄불의 낭만과 활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그리고 이스탄불의 명물인 갈라타 탑도 잘 보인다. 이제 배가 터날 준비가 다 되었나 보다. 배 안에서는 차도 팔기 때문에 야외에 나와 차를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 배는 톱카프 궁전을 바라보며 카디교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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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교로 가는 배 우에서 바라다 보는 유럽 이스탄불

유럽과 아시아는 무엇이 다를까?

카디교 선착장도 배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로 매우 붐빈다. 이제 지리적으로 유럽에서 아시아로 다시 넘어온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는 정말 무엇이 다른 것일까?

유럽 이스탄불이나 아시아 이스탄불이나 사람들이 바쁘고 활기가 넘치는 것은 같다. 그러나 조금 다른 현상이 있다. 선착장 앞 광장에 복권을 파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성 소피아 성당 근처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복권 판매상이다. 이 곳에 복권 판매상들이 거리를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이스탄불 다음 방문지였던 이즈미르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볼 수 있었다. 복권은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는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노동으로 안정된 부를 축적하기 힘들거나 불안할 때 생기는 것이다. 혹시, 터키가 그런 상황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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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고 붐비는 카디교 선착장 버스정류장 앞에서 누워 잠자는 개가 이색적이다. 가성비가 좋았던 식당 내부 모습

카디교 근처 상가에서 적당한 식당을 찾다가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게 되었다. 셀프서비스 식당인데 21리라로 닭고기 요리와 밥을 시켰다. 매우 저렴한 가성비 높은 식당이다. 조금 더 시켰어도 되는데 아내의 선택이 조금 미웠다. 그래도 좋은 식당이었다.


아내의 특명 - 한국 식료품 매장을 찾아라!

이제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아내가 한국 식료품점에 안 가냐고 한다. 아니 이곳에 올 때 한국 식료품점에 간다고 온 게 아니라 그냥 이스탄불 아시아지구에 다녀 오자 고만한 것인데 말이다. 그럼 지금부터 한국 식료품 매장을 찾아서 가야 한다. 이제 조금 있으면 어두워지고 터키는 구글 지도에서 대중교통 정보가 검색이 안된다. 이 근처에 있는 것을 확실하게 알면 모르지만 만약에 멀리 있다면 힘들어질 수 있다.

아침부터 시작된 여행으로 꽤 긴 거리를 걸었다. 아침에 허무하게 두 박물관의 휴관부터 참 힘들 하루이다. 늦은 오후에 위치도 모르는 한국 식료품 매장을 찾아 헤매는 게 싫다. 아내는 이 주변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단다. 무슨 근거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내에게 차분히 나의 의견을 말했다. 찾기 힘드니 오늘은 그냥 돌아가자고. 다행히 아내가 나의 의견을 받아주었다. 잘못했으면 아테네에서 일어났던 부부싸움이 다시 일어날 뻔했다. 이렇게 우리 부부는 서로를 이해하고 다툼의 위기를 슬기롭게 피해 가는 지혜를 배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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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이스탄불에서 유럽 이스탄불로 다시 넘어왔다. 주차장에는 더 많은 캠핑카들이 정박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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