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96 - 터키 이스탄불
터키 여행 두번째 날. 우리는 아름다운 해변도시 Silivri를 아침에 일찍 떠나 터키 이스탄불로 향한다. 캠핑카 여행에서 대도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도심이나 근교에 정박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만약에 적당하고 안전한 정박지가 없다면 큰 일을 당할 수도 있다. 이스탄불은 서울처럼 큰 도시이기 때문에 안전을 고려해서 유료 주차장을 캠핑카 정박지로 삼기로 했다. 혹시 도심에서 길 찾기가 어려울 수도 있어서 늦지 않도록 출발한다. 다행히도 매우 넓고 신호도 받지 않는 도로를 따라 이스탄불까지 왔다.
그런데 이스탄불 도심은 교통량도 많고 복잡하다. 버스전용차로도 운영되는 등 교통체계가 나름 체계화된 도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로가 복잡한 곳들도 많다. 특히 구도심이 그렇다. 때문에 구도심에 있는 이스탄불에서 정박할 캠핑카 전용 주차장 찾기가 어렵다. 분명 캠핑카 정박 후보지 근처에 왔는데 이 때부터 아톰 여자 친구는 없는 길을 자꾸 가라고 한다. 결국 같은 지점을 두 바퀴나 돌고야 말았다. 이럴때마다 한국의 네비게이션이 얼마나 잘되어 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때 사용하게 되는 비장의 무기 바로 구글지도이다. 특히 도심의 복잡한 도로에 대한 가장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지도가 바로 구글지도인 듯 하다. 두번씩이나 돌아다녔기 때문에 주변 환경이 어느 정도 파악된 상태. 구글지도로 확인된 지점을 찾아갈 수 있는 길을 확인하고 출발해 본다. 구글 지도 도움으로 캠핑카 주차장으로 무사히 도찰할 수 있었다.
3박 4일 이스탄불에서 안식처가 되어 준 캠핑카 주차장은 하루에 70리라. 유로화로 계산하면 11유로 정도 된다. 화장실, 따뜻한 물이 나오는 샤워, 전기사용료가 포함된 비용이다. 고급스러운 캠핑장은 아니지만 이탈리아에 비하면 매우 저렴하다. 해안가 도로와 조금 떨어진 곳이어서 조용하다. 시장이나 소피아 성당까지도 걸어갈 수도 있는 곳이다. 이 정도면 이스탄불과 같은 대도시 정박지로는 적당하다.
어제 국경지역에서 작동하던 보다폰이 이스탄불에서는 안된다. 이탈리아에서 사서 지금까지 사용한 보다폰은 유럽을 커버하는 사양이었다. 그런데 터키는 유럽 지역에서 빠져 있다. 사실 안되는게 정상이다.
시장 골목에 있는 보다폰 가계에서 1개당 120리라(20유로)에 구입했다. 이탈리아보다는 싸지만 이곳에서는 6기가란다. 기가당으로 치면 비싼 편이다. 그래도 항상 필요한 데이터를 구입했다. 이게 없으면 항상 불안하다.
보다폰 구입을 마치고 소피아 성당으로 가는 길을 찾아 나선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평일에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지상 전철도 다니는데 우리 지하철 처럼 교통카드나 승차권을 태그 한 후에 바를 밀고 들어가는 역들이 버스 다니는 도로에 설치 되어 있다. 서울보다 바쁘게 움직이는 것 처럼 느껴진다.
소피아 성당 앞에 긴 줄이 서 있다. 관광객들이 입장하는 줄인가 보다. 지금 줄 서면 힘들것 같아서 내일 오기로 하고 왕궁 방향으로 가본다. 그런데 이곳은 폐장시간이 다 되었다. 4시부터 폐장이란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이슬탄불 소피아 성(공식 명칭은 박물관) 앞 광장 탁신 광장을 둘러본다. 델피의 뱀 기둥부터 이집트의 오벨리스크까지 다양하고 화려한 유적물이 광장을 차지하고 있다. 오늘은 이 정도로 움직이고 내일 부터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정보만 탐색하는 것으로 마무리해야 겠다.
터키 유적지 입장료가 이탈리아보다 비싼 느낌이다. 어떻게 하면 경제적으로 터키 유적지 여행을 할 수 있을까? 터키에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뮤지엄 패스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터키 뮤지엄 패스, 또 하나는 이스탄불 뮤지엄 패스.
터키 뮤지엄 패스(터키 전 지역 커버)는 15일간 유효하기 때문에 우리처럼 장기 체류(2달 가량)하려고 할 때에는 효율적이지 않다. 이스탄불 뮤지엄 패스(이스탄불에서만 유효)는 5일 동안 유효하다. 그리고 개별 박물관에 각각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려면 오스트리아 짤쯔부르크보다 더 많은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스탄불 뮤지엄 패스를 개당 185리라(30유로 정도)라는 거금을 주고 샀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비가 오락가락 한다. 내일은 더 많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이다. 내일은 실내 박물관을 중심으로 여행을 하고 오늘은 야외 관광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은 야외 관광이 주된 곳인 톱카프 궁전부터 가기로 했다. 이 계획 때문에 이스탄불에서 하루 더 있게 될 줄은 이때까지 몰랐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월요일에는 소피아 성당과 고고학 박물관이 문을 닫는다. 사실 이스탄불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을 하나만 고르라면 소피아 성당이라고 대부분 말할 것이다. 그런데 내일(월요일) 소피아 성당이 문을 닫는다. 그러면 일요일인 오늘이나 화요일에 가야 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우리는 일요일에 톱카프 궁전에 가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내가 많이 힘들었나보다. 월요일에 문 닫는 박물관들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는데 그런 것을 챙기지 않았으니 말이다.
톱카프 궁전 입구에 가면 매우 화려하고 독특한 모양의 누각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Ahmed 3세의 명에 의해 만들어진 누각으로, 1729년에 터키 로코코 스타일로 가장 아름답게 만들어졌던 누각을 모델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서유럽이나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보기 힘든 양식과 화려함이다. 충분히 터키의 화려함을 볼 수 있는 건축물이다.
궁전에 들어가면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지는 정원이 나타난다. 정원을 지나면 과거 화려함을 자랑했을 궁전 건물들이 나타난다. 모형으로 복원된 과거 궁전 모양을 살펴 보면 정원의 대부분이 사라지거나 공원으로 변화되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톱카프 궁전에서 많은 사람들이 들러보는 인기있는 곳이 검 박물관이다. 터키의 문화를 잘 볼 수 있는 다양한 검들과 왕족 의상이 전시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하기 때문에 차분하게 관함하기는 쉽지 않지만 터키 왕족의 화려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궁전 내부로 더 들어가면 왕족들의 사생활 공간으로 사용했던 건물 Arz Odasi이 나온다. 그 중에서 모자이크 타일로 화려함을 뽐내는 건물이 나타난다. 복원해 놓은 붉은 색 벨벳 의자에 앉으면 왕족이 된 것 같은 분위기이다. 왕족들만을 위한 작은 정원과 전망 누각이 아직도 화려하게 관리되고 있다. 이 건물 주변에서 바라다보는 해엽 건너 편으로 이스탄불에 들어오고 나가는 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건너편이 지리학적으로 아시아 땅이 시작되는 곳이다.
톱카프 궁전 관람을 마치고 나서 우리는 여행 기간 중 처음으로 한국식당에 갔다. 궁 관람을 마치고 나니 오후 2시가 넘었다. 점심 겸 저녁을 할 생각이다. 이스탄불 한국식당인 "서울정"에 가서 김치 찌게와 도미 두부찜을 시켰다.
사실 서울정에 온 이유는 한국음식을 먹기위한 것 보다는 부탄 가스 캔을 구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어였다. 구글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분명 브루스타를 사용한다. 그러면 부탄 가스 캔도 사용하는 것이니 여기에서는 부탄 가스 캔을 구입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라고 판단한 것이다.
식사가 나오고 나서 사장님이 우리에게로 인사차 오셨다. 맛있는 음식에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혹시 부탄가스 캔을 구입할 수 있는지를 여쭈어 보니 식당에서도 주문을 해서 사용한단다. 남은 개 있으면 줄 수 있다고 말씀하셔서 12개 정도를 구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 개당 7천원 정도이다. 이정도 가격이면 이소탄으로 연료시스템을 전부 바꾸어도 비용이 절약될 수 있는 상황이다.
사장님에게 미안하지만 너무 비싸서 구입할 수 없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식사비용만 결제하고 나왔다. 조금 씁씁하다. 이렇게까지 비싼가.
정말 허탈하다. 터키에 오면 부탄가스를 그리스보다 싼 가격으로 살 수 있을거라 기대했는데 말이다. 그럴줄 알았으면 그리스에서 더 많이 사올 것 하는 후회가 된다. 그런데 어찌 하겠는가. 지나간 일인걸.
아톰으로 돌아오는 길은 서울의 남대문 시장과 같은 도매 시장을 지난다. 그 규모가 서울보다 훨씬 더 크다. 시장 안에서 가스통을 교환해주는 가게 진열장에서 녹이 슨 부탄가스 캔이 보인다. 혹시나 해서 가격을 물어보니 개당 5,500원 정도 한단다. 그리스에서 수입해 오는 것이란다. 서울정보다는 싸지만 그리스 가격의 2배다.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어느 정도 비축분은 있으니 무리할 필요는 없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리스에서 더 많이 사올 것 후회하게 된다.
허탈하게 돌아오는 시장에서 특이한 풍경이 눈에 들아온다. 한국에서는 남자 이발소 찾기가 어려운데 이 시장에서는 여자 미용실보다 남자 이발소가 훨씬 많이 보인다. 이발소 안에는 터키 남자들이 수염을 대부분 기르기 때문인지 수염을 다듬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반면에 여자 미용실은 가끔 보이지만 손님들도 거의 없다. 참 재미있는 일이다. (터키 이발사들은 유럽 전 지역에 진출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