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95 - 터키 Silviri
터키 국경을 통과하니 넓은 구릉지대가 펼쳐진다. 그리고 그 구릉지대를 따라 매우 넓은 직선 도로가 아톰을 반겨준다. 어젯밤에 눈이 많이 내렸나 보다. 그리스와 터키 국경 지역보다 터키 내륙으로 더 들어갈수록 눈이 더 많이 쌓여있다. 아테네 보다 위도가 높아져서 인지 기온이 많이 낮은 가 보다. 그래도 도로는 고속 주행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잘 관리되고 있다.
길가 옆 식당에서 토스트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했다. 터키 첫 식사를 기록하기 위해 사진 한 장을 찍었는데 터키 토스트를 들고 있는 아내 사진 속 얼굴이 매우 야위어 있다. 우리 그동안 힘들게 여행하고 있나 보다. 터키에서는 정말 쉬어야겠다.
캠핑카로 여행하다 보면 항상 신경이 쓰이는 것이 기름값이다. 기름값이 여행 경비의 30-40% 정도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유소에 내걸린 기름값이 다행히도 리터당 6리라 이하가 대부분이다. 1유로 정도 되는 것이다. 러시아를 떠나고 나서부터 유럽을 여행한 3달 동안 기름값은 대부분 1.3유로 내외 혹은 그 이상이었다. 그러니 지금 기름값은 정말로 감사한 일이다.
사실 터키는 비싼 기름값으로 악명이 높았던 적이 있었다. 이렇게 유럽 국가에 비해 기름값이 싸진 것은 터키 환율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1리라가 지금은 220원 정도 하고 있지만 정상일 때에는 350원 정도 했다. 그러니까 그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리터당 1.5유로가 넘는 것이다. 터키 환율이 하락하지 않았으면 터키 기름값이 이탈리아나 스위스 보다 더 비싼 것이다. 지금 상황이 장기 여행자인 우리에게는 좋은 상황인 것이다. 우리에게는 좋은 것이지만 터키 국민들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모르겠다.
오늘 정박지인 Silivri는 이스탄불로 들어가기 전에 있는 해산물 식당으로 유명한 해안도시이다. 곳곳에 크고 작은 휴양주택이 있고 부두 주변에 해안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산책로 주변에 크고 작은 다양한 형태의 카페와 식당이 줄지어 서 있다. 부두에는 싱싱한 생선을 사 가지고 가면 요리해 주는 전문 식당가도 있다. 금요일 오후이어서 인지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오늘 이 곳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내일 아침 일찍 이스탄불로 들어갈 계획이다.
다행히 이탈리아에서 사 가지고 온 보다폰이 아직 작동한다. 원래 터키에서 안된다고 했는데 이상한 일이다(국경 근처라서 작동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터키 여행 계획에 관한 정보를 검색해서 보니 겨울을 나기로 한 이즈미르가 예상보다 덜 따뜻하다. 그래서 이즈미르보다 훨씬 따뜻한(10도 이상 높았던) 안 탈리아에서 겨울을 나기로 계획을 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