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인데 너무 추운 날에는?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21 - 불가리아 부르가스, 네세버르

by 류광민

불가리아 역사의 슬픔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2019년 3월 2일(토), 불가리아 여행 3일 차.

부르가스의 Primorski 공원 입구에서 정박을 한 우리는 아침 일찍 공원 산책에 나섰다. 해안가를 따라 길게 만들어진 공원에는 불가리아 역사를 느끼게 하는 많은 조각품들이 공원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러시아, 터키 등 강대국 사이에서 독립을 이끌어낸 역사적 사실을 말해주는 많은 조각품들이 눈길을 끈다. 너무 이른 아침인지 몰라도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지역 주민들이 가끔 지나갈 뿐이다. 여유롭게 조각품들을 보다 보면 왠지 불가리아 역사가 우리의 아픈 역사처럼 느껴진다. 작은 나라들이 겪어왔던 비슷한 슬픔들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해안가를 따라 길게 만들어져 있는 Primoski 공원 곳곳에는 과거 독립을 위해 싸웠던 역사와 국민들의 희생을 추모하는 조각품들과 기념물들이 있다.

자연스럽게 해안가로 향하면 Burgas Bridge(부르가스 다리)가 나온다. 1936년에 처음 만들어졌던 이 다리 끝에는 과거에 카지노가 있던 곳이란다. 그 당시에는 금속과 나무로 만들어졌는데 1980년대에 나무로 만들어졌던 부분은 거대한 잔교(Pier)로 대체되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지금은 부르가스를 대표하는 명소 중 하나이다. 이른 봄 바다 바람 때문인지 차가운 날씨지만 양지바른 곳에는 벌써 노란 개나리가 꽃을 피우고 있다. 우리 여행 일정도 앞으로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부르가스 다리와 주변 해안가 풍경, 추운 날씨지만 개나리가 피고 있다. 여름에는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너무 추워 황량해요!

아침 산책을 마치고 나서 우리는 다음 목적지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지역인 네세버르로 향한다. 부르가스에서 약 36km 정도 떨어져 있다. 차로는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이곳은 사실 섬이었지만 지금은 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어서 인지 몰라도 부르가스 보다도 훨씬 더 춥다. 너무 춥다. 그럼에도 주차장에 차를 대고 문화유산지역 탐방에 나선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과 달리 이곳의 유적지는 대부분 벽돌로 지어진 건축물이다. 흰색 벽돌과 붉은색 벽돌을 이용해서 매우 안정되고 이색적인 느낌을 준다. 간혹 푸른색 자재를 규칙적으로 박아 놓은 교회에서는 매우 색다른 느낌을 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날씨가 더 추워진다. 겨울 등산복에 달려있는 모자를 써야 할 정도이다. 날씨가 따뜻했으면 천천히 둘러보고 중세시대로 돌아가 보는 상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을만한 곳이지만 빨라 차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그리고 벌써 점심시간이 지나고 있다.

이럴 때에는 따뜻한 곳으로 가야 한다. 따뜻한 난로가 있는 식당에서 오래 오래간만에 외식을 하기로 했다. 까르보나라, 생선 수프, 커피와 차를 시키고 나서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몰라도 관광객들이 거의 없어서 식당도 그렇고 문화유산지역 전체가 매우 황량한 느낌이다.

네세버르 풍경들과 따뜻한 난로 앞에 자리를 잡은 모습

산길로 돌아 돌아

아침부터 점심때까지 계속 추운 곳을 여행했다. 욕심부리지 말로 일찍 정박지로 가서 쉬어야 할 것 같다. 오늘

정박지 후보지는 바르노에 있는 공원이다. 그동안 문제가 없었던 네비가 산길로 안내를 한다. 본의 아니게 산길 여러 곳을 돌아 돌아다녔다. 그러다 보니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곳을 다니다 캠핑카 안에 있는 상부장에 넣어둔 그릇들이 낙하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 사고를 막기 위해 그릇은 종이 박스 안에 넣어서 올려 두기로 했다. 다행히도 해가 지기 전에 바르노 공원 주차장에 도착. 넓은 공원이어서 조용하게 정박할 만한 곳들이 여러 곳이 있다. 정말로 편안한 하루 밤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산길로 안내를 해준 네비 덕분에 불가리아의 산 속 풍경도 보고 상부장 그릇이 떨어지는 사고도 발생했지만 무사히 바르노에 도착했다. 바로노 대성당을 지나가고 있는 모습(오른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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