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22 - 불가리아 바르노
불가리아 흑해 연안의 최대 도시 바르노 Primorski 공원 인근에서 편안한 밤을 보낸 다음날 아침에 공원으로 산책을 나서 본다. 거대한 기념물을 중심으로 커다란 직선도로가 공원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다. 이 곳은 불가리아인에게 매우 정치적 의미가 있는 곳인가 보다.
불가리아에서는 동양인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항상 시선을 받는 몸이 되고 있다. 이른 아침인지 몰라도 가끔 산책하는 노인분들이 지나다닐 뿐이지만 우리를 보고는 편안한 얼굴로 따뜻한 미소를 보내 주신다. 불가리아 들어온 지 3일이 지나고 있는 짧은 경험이지만 다른 불가리아 도시들에 비해 바르노는 더 편안한 분위기이다. 이곳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휴양도시이라서 그런지 모르겠다.
공원 산책을 하다 해변가로 내려와 본다. 그런데 저 멀리 연기 나는 곳이 보인다. 그곳에는 해안가에 자연스럽게 솟아 나오는 온천수로 만들어진 무료 온천장. 주로 노인분들이 이용하고 있다. 샤워실, 탈의실까지 나름 기본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2월 27일 터키 앙카라를 떠난 후 지금까지 샤워를 못했으니 이곳에서 몸을 씻어야 한다. 이런 무료 야외 온천은 우리에게 큰 선물이다. 우리의 호기심을 알아차렸는지 조금 젊어 보이시는 아주머니가 우리 보고 목욕탕에 들어오란다. 그래도 아무런 준비 없이 들어갈 수는 없다.
사실 바르노는 불가리아의 제2의 도시이기도 하지만 흑해 여름 휴양도시로 유명하다. 여름만 되면 바다를 즐기고 싶어 하는 불가리아 사람들과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지금은 3월 초라 그냥 바다만 바라다볼 생각이었는데 기대 밖의 선물이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아예 차를 야외 온천 근처로 이동시켰다. 준비물을 가지고 온천으로 직행. 아주머니들이 샤워부터 하라고 한다. 따뜻한 온천수로 머리도 감소 비누 샤워도 한 후 온천탕으로 고!
그런데 물 온도가 생각보다 뜨겁다. 한 40도 정도는 되는 듯.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시는 분들은 없지만 마음껏 즐기라는 분위기. 감사! 감사!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 바다를 바라본다. 어느 호화로운 리조트의 풀빌라보다 낭만적이고 편안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따뜻해지면서 가벼워진다. 가볍게 바다로 나갔다고 다시 온천풀로 들어와 본다. 진짜 겨울철이라면 더 좋았을 만한 곳이다. 그것도 무료로 이런 곳을 이용할 수 있다니 말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을 가득 안고 우리는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바로 인근에 있는 Alzdzha 수도원. 입장료는 5 Lev.
석회암 수직 절벽 위에 동굴을 파서 만들어진 수도원이었던 이곳에는 작은 예배당과 수도사들이 거처하던 방들이 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박물관은 폐쇄되어 있어서 이곳의 역사를 알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기도문을 적어 놓고 가는 곳으로 보아 불가리아인들에게 매우 신성한 곳으로 여겨지는 곳인가 보다. 수도원 경지 내에 있는 산책길에는 이름 모름 이쁜 작은 꽃들이 이곳에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오늘 저녁에 도착해야 할 곳은 불가리아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벨리코 투르노보. 230여 킬로미터를 달려가야 하는 곳이다. 완만한 구릉지대가 끊임없이 펼쳐져 있고 푸른색 옷을 입기 시작하고 있다. 불가리아가 인구밀도가 매우 낮은 나라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다.
4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벨리코 투르노보. 오늘 밤 우리를 품어줄 정박지는 “Mini Bulgaria Park”
대형 주차장에 관광버스만이 벨리코 투르노보 요새를 방문하는 손님들을 데려가려고 준비하고 있다. 늦은 시간까지 관광버스들이 하나씩 떠나고 나니 큰 주차장에 우리와 아톰만이 남아있다. 밤에 요새 위에 있는 교회에 조명이 들어오고 산 언덕 위에 있는 마을에도 불들이 켜지기 시작한다. 마치 깊은 산속 마을에 들어와 있는 듯한 분위기이다. 그런데 새벽이 되니 기온이 급격히 내려간다. 실내 온도계가 영하 2도를 가리키고 있다. 더 내려가면 물이 얼기 때문에 큰일이 날 수도 있다. 다행히도 더 이상 온도가 내려가지는 않았다. 오늘 또 감사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