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23 - 불가리아 벨리코투르노보
어젯밤에 도착한 벨리코투르노보는 제2차 불가리아 제국의 수도였단다. 새벽 2시에 영하 2도까지 내려가서 서리가 내려있다. 오늘 일정은 벨리코투르노보만 보고 오후에 다음 목적지로 가는 일정이다. 다른 날에 비해 한가로운 계획이다. 오래 오래간만에 아침 식사도 느긋하게 하고 밀린 일기를 쓰고 나서야 우리는 벨리코투르노보의 명승지 차레베츠 요새로 출발한다.
정박지인 주차장에서부터 요새까지는 걸어서 15분 거리. 요새는 요새로 들어가는 입구가 매우 이색적인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좁은 통로를 통해서만 요새로 들어갈 수 있고 사방은 강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지형 자체가 천혜의 요새이다.
우리는 요새에 남아 있는 성당 중 이색적인 벽화로 유명한 성모승천 대주교 성당을 먼저 찾아가 본다. 유럽 성당에서 보던 화려한 색과 부드러운 곡선으로 그려져 있는 성화와 달리 이 성당의 성하는 매우 굵은 선과 어두운 색으로 그려져 있다. 작가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어딘가 모르게 기존의 성화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성당은 요새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요새 안 저 멀리에 불가리아 국기가 위풍당당하게 날리고 있다.
많은 유적지가 복원을 기다리고 있는데 시멘트와 철근으로 복원을 하고 있는 곳이 있다. 그리스나 이탈리아와 같이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하려는 것과 차이가 있다.
요새를 나온 우리는 시내로 향한다. 시내를 관통하는 길은 좁은데 많은 차들로 붐빈다. 길가에 있는 성녀 강탄 교회를 방문했다. 교회에서는 미사가 진행 중이었다. 교회는 계곡 위 좁고 긴 땅의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지형 때문인지 몰라도 교회 입구가 건물의 긴 측면 가운데에 나 있다. 웅장하지는 않지만 정갈한 교회라는 느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다만 미사가 열리고 있어서 안에 들어가 볼 수가 없었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었다. 미사가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외부에서 사진만 찍고 우리 인사동에 해당하는 사모보드스카차르샤 거리를 찾아 나선다.
길목 한가운데 좁을 길로 우연히 들어가니 안트라 강을 바라다보면서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가 나타난다. 안내 책자에도 없는 포인트. 건물 사이로 들어가야만 볼 수 있는 곳이다. 강 건너에 아센 기념비와 벨리코 투르노보 미술관이 위풍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아센 기념비는 비잔틴제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1185년에 제2차 불가리아 제국을 세운 아센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제2차 불가리아 제국 탄생 8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85년에 세워졌다.
사모보드스카 차르샤 거리. 차르샤는 시장이라는 의미란다. 오스만튀르크 제국으로부터 해방 된 이후 19세기 초에 급격히 발전한 곳이란다. 이곳에서 빵집, 가페, 상점 공예방들이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예쁜 공예품들이 아내의 시선을 끌었는데 그 대상은 친구에서 선물했으면 하는 작은 인형. 그런데 가격이 30유로나 한단다. 우리에게는 조금 부담되는 가격. 다음에 더 좋은 선물이 나타날 거야! 대신에 우리는 요새 입구에 있는 상점에서 불가리아 대표 상품인 장미 화장품 몇 개를 구매했다. 시내에서 구입한 빵과 요구르트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해 본다.
이제 본격적으로 발칸반도 내륙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동안 미루어왔던 엔진오일 교환을 하기로 했다. 엔진오일 교환을 하러 정비소를 찾아 나서본다. 구글 지도에서 찾아간 정비공장 주인과는 간단하게 영어로 소통이 가능했다. 엔진오일 필터는 한국에서 가지고 온 것으로 교체하고 엔진오일만을 교환해달라는 의사가 잘 전달됐다. 그런데 비용이 110Lev(약 8만 원 정도). 불가리아 물가를 생각할 때 비싼 느낌이다. 그렇지만 하는 수 없다. 엔진오일은 적당할 때 교환해주어야 한다. 조금 여유가 있는 오늘, 이곳에서 정비하고 가는 편이 좋다.
카드가 되냐고 하니 카드 결제는 안된단다. 발칸반도의 나라들은 대부분 국토가 작기 때문에 1주일 정도로 여행을 할 예정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현금 대신에 카드를 쓰려고 한다. 왜냐하면 은행에서 찾은 현금이 남으면 그만큼 손해가 나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현금을 찾으러 사장님 차를 타고 은행까지 다녀왔다. 엔진오일을 갈고 출발하려고 보니 벌써 3시 반. 에어필터는 한국에서 가져온 것으로 직접 교환. 이제 아톰이 신나게 달려줄 것이다.
3월 초라 5시가 조금 넘어가면 밤이 된다. 다음 목적지인 Koprivshtitsa까지는 오늘 갈 수 없다. 가는 도중에 있는 적당한 곳에서 쉬어가야 한다. 유럽과 달리 항상 우리의 안전한 정박지를 알려주었던 Park4night에서 불가리아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 오늘은 우리의 감각으로 적당한 정박지를 찾아야 한다. Koprivshtitsa로 가는 경로 중에 적당한 규모의 도시를 찾아보고 대형 슈퍼를 찾아보기로 한다.
일단 Koprivshtitsa로 출발. 가는 길에 나타난 도시 세블리에보의 Villa 마트에서 식자재를 구매하기로 했다. 마트 안에 있는 주차장에서는 정박이 안되는 것 같다. 마트 주변을 둘러보니 주택가 주변에 차들이 장기 정차 중인 곳이 있다. 그중에서 길가이지만 조용한 곳에 아톰을 이동시켰다. 천원인 닭다리 1개, 9백 원인 맥주 1캔 등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치맥이다.
저녁 7시가 지나니 다니는 차들이 없고 주변이 매우 조용하다. 오늘은 이곳에서 편안하게 하루 밤을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