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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민 Jun 22. 2023

귀촌 준비 계획 : "그냥 놀 거야!"

귀촌 이야기 4

귀촌을 결심할 때 땅을 소개해주고 좋은 조건에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준 지인이 우리에게 귀촌해서 어떻게 살 거냐고 물었다. 


 " 그냥 놀 거예요." 


그랬더니 그 친구가 그럼 귀촌해도 될 것 같단다. 


오늘은 귀촌과 관련된 이야기 중에서 귀촌 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계획"에 대하여 말해보고자 한다.


계획이 있어야 하는가?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귀촌한다고 하는 것은 정말로 큰 일이다. 생존 기반을 옮기는 것이니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사를 하는 것과는 많은 점에서 다른 일이다. 그래서 귀촌하려고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많은 공부와 준비를 하는 것 같다.  대학 동창도 수도권에서 해남까지 나를 찾아와 여러 가지를 묻고 올라갔다. 


나는 어떤 준비와 계획을 세웠을까? 사실 귀촌 준비라고 할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우연한 기회에 집 지을 땅을 사고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고민과 땅을 사고 집 짓는 투자 정도가 준비의 대부분이지 않을까 한다. 


이렇게 준비가 없으면 귀촌에 실패할까? 반대로 귀촌 준비를 많이 하면 귀촌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질까? 물론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많은 귀촌 준비와 계획이 귀촌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귀농을 하려고 한다면 정말로 많은 준비가 필요할 듯하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농사지을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 젊은 시절에 여러 번 시도해 보았지만 농사는 잘 맞지 않았다. 그래서 귀농이 아니라 귀촌해서 다음과 같이 살기로 했다. 


경쟁하는 삶을 살지 말고 함께 살자!

책 읽고 글 쓰면서 살자!

과거의 내가 아니라 현재의 나로 살자!

아내와 신혼처럼 살자!

돈을 벌지 않고도 살 수 있다면 돈을 벌지 말자!

최소로 소비하면서 살아보자!

여유로운 삶을 살자!

마을에서 필요한 일이 있다면 즐겁게 하자!

마을 주민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자!

정원 만들기와 같은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하자!

농사는 텃밭 상자 몇 개만 하자! 


이러한 일들은 대부분 마을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다. 돈 버는 일이 아니라 여유 시간에 노는 일들이다. 이러한 계획은 매우 추상적이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없고 필요도 없다. 그러니 준비할 것도 없고 배워야 할 것도 없다. 그저 이렇게 살아보자는 정도이니까 말이다. 어떻게 보면 무대책이고 무계획이다. 


이러한 나의 계획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시간을 돈 버는 일이 아니라 나의 행복을 위해서 쓰자는 것과 그 행복을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기꺼이 하자는 것이다. 귀촌하기 전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가가 아니라 현재 마을에서 나로서, 부부간의 행복만을 생각하며 살아가자는 것이다.  아내와 둘이 살아갈 작은 집과 예쁜 꽃을 키울 정원을 만들 정도의 땅만 있으면 된다. 정원 만들기에 욕심이 난다면 조금 더 넓은 땅이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큰 집도 필요 없다. 크고 비싼 자가용도 필요 없다. 멋진 옷도 별 필요가 없다.


그 정도면 귀촌 준비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느냐에 달려있다. 


귀촌 4년이 되어가는 지금 아내는 마을 어머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부녀회장이 되었다. 나는 으뜸마을 사업의 총무가 되었으며 마을 사업과 관련된 기획과 재정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귀촌 후에 땅을 추가로 구입하고 온실도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통장 잔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귀촌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우리도 몇 가지는 구상대로 되지 않았다. 농사 지을 땅이 넓어졌다. 풀과 함께 크고 있는 100여 평의 과수원도 만들고 있다. 몇 년 후에 다양한 과일이 저절로 열려주기를 기대하는 헛된 희망을 꾸고 있다. 

2년 전에 심어 올해 처음으로 수확의 기쁨을 가져다 준 앵두와 보리수. 시작은 미약하지만 큰 기쁨이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마을주민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만들어 로컬푸드에 깻잎과 애호박을 출하시킨다. 아침 6시쯤에 4-5명의 마을 주민들이 모여 한 시간 정도 일을 한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생산하고 출하하고 있는지 2년이 되고 있다. 마을주민과 함께 농사를 배우는 재미도 좋다.  들깻잎은 항상 판매 완료. 

그 이후에는 자유시간이다. 꽃을 키우고 있는 정원이 처음보다 두 배 이상 넓어졌다. 이제는 정원을 더 이상 넓히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렇지만 매년 새로운 꽃 식구들이 늘어난다. 새로운 식구들이 가져다주는 기쁨은 항상 기대를 넘어선다. '내년에는 이 예쁜 녀석들을 어디에 얼마큼 심어야 할까?'가 고민으로 다가온다. 이런 고민은 항상 즐겁다. 

원형의 꽃밭을 만들고 있고 집 뒤편의 방치되어 있는 땅을 꽃밭으로 가꾸고 있다. 집 주변이 아름다운 꽃동산이 될 날이 올것이다. 

이 정도면 계획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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