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22 - 폴란드 크라쿠프
소금광산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크라쿠프까지는 바르샤바에서 하루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이다. 그러나 늦은 오후에 도착할 가능성이 높아서 크라쿠프에 들어가기 전 근처에 있는 ojcowski 국립공원에서 정박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유명한 국립공원도 아니고 규모도 매우 작은 공원이었다. 그러나 크라쿠프에 들어가기 전 하루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다면 우리는 그것으로 방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공원이다.
공원은 아름다운 바위 계곡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서 가볍게 산책하기에 좋다. 바위 위에 있는 성은 마침 보수 공사 중이어서 올라가 보지는 않았지만 옛날 이 계곡을 지키던 성의 위용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 공원 계곡에는 호텔을 비롯해서 민박집, 식당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크라쿠프는 바르샤바가 수도가 되기 이전 500년 동안 수도였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이다. 우리와 비교하면 경주 정도에 해당할 수 있다.
그 수도로서 영광을 가능하게 했던 기반 중 하나가 소금 광산이다. 소금 광산은 70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하며 현재도 소금을 캐서 판매하고 있다. ojcowski 국립공원에서 조용한 밤을 보낸 후, 아침에 소금광산으로 출발했다. 소금광산에 가까웠는데 네비가 이상한 지점을 계속 가르쳐 주어서 한 참을 헤매다 힘겹게 소금광산 정문 앞에 도착했다.
주차 안내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저 쪽으로 주차를 하라는 손짓을 한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동작에 소금광산 전용 주차장이라고 생각하고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무언가 정식 주차장이라고 하기에는 어색한 곳. 문제는 그다음이다. 주차비가 50 줄러티라고 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만 오천 원 정도 하는 돈. 하루 종일 주차가 가능하니까 그 정도 돈이면 적당할 수도 있지만 폴란드 물가를 생각하면 주차비로는 매우 큰돈이다.
‘관광객에게 바가지 씌우면 안 되지. 우리 폴란드 생활 조금 됐어. ’
하는 마음으로 비싸다고 하니 이 친구 하는 말이 그럼 40 줄러티로 해준단다.
‘그것도 매우 비싸.’
그랬더니 그 친구 하는 말. 이게 자기들 정책이란다. 즉 더 이상 깎아줄 수 없다는 말이겠지. 그럼 하는 수 없지. 차를 다시 빼서 아래 큰길 방향으로 100여 미터 내려가니 하루에 15 줄러티 정도에 주차할 수 있는 사설 주차장은 물론 시간당 돈을 받는 공용주차장이 있는 게 아닌가. 공용주차장은 크라쿠프 시내에서 오고 갈 수 있는 기차역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많은 관광버스도 관광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주차장이 넓은 것보다 우리에게 더 좋은 것은 화장실이 있다는 것이다. 주차장 이용자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깨끗한 화장실. 이런 화장실은 캠핑카 여행에 있어서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캠핑카 여행 기간이 늘어나면서 무료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를 감각적으로 알아가는 방법을 체득하고 있는 것 같다.
소금광산 매표소 앞은 정말로 많은 관광객들로 꽉 차 있다. 입장권은 가이드 언어별로 구매할 수 있는데 아내가 한국인 관광객이 올린 블로거를 보고 폴란드어 가이드 표를 구매하기로 하였다. 그 이유는 영어 가이드 표는 폴란드어 가이드 표보다 두배 정도 비싸고 사람이 많아서 대기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반면에 폴란드어 가이드 표는 싸기도 하지만 사람이 많지 않아서 대기 시간이 짧다. 오후에 크라쿠프 구도심으로 가려면 시간을 절약해야 한다. 그리고 영어 안내를 들어도 그 내용을 다 이해할 정도의 영어 실력이 되지 않을뿐더러 안내 표지판에 영어를 읽으면 대충 이해할 수 있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도착해서 표를 사고 대기시간을 포함해서 5분 만에 입장할 수 있었다. 우리의 계획대로 하루 일정이 시작되었다. 우리의 소금 광산 투어는 폴란드 가족 4명과 우리 둘 그리고 폴란드어 가이드 1명 이렇게 매우 단출하게 시작되었다. 가이드의 안내로 불편함 없이 우리는 투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처음에 왜 소금광산 투어는 가이드 투어로만 진행될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러나 투어가 시작되고 나서 나는 이 투어는 반드시 가이드 투어로만 진행될 수밖에 없구나 하는 점을 알게 되었다. 가이드를 따라 걷는 거리는 2km 내외이지만 관람로와 연결된 수많은 길들이 있어서 잘 못하면 미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람로는 일반 광산에 비해 폭도 넓고 높이도 높아서 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
소금 광산에 일하던 광부들의 생활 모습, 광산 내부에 있는 아름다운 동굴들과 더불어 소금광산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의 킹카 성당도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 성당은 높이만 12m 정도가 되고 30년 정도 걸려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한마디로 동굴 안에 다른 모든 풍경을 압도한다. 소금 바위를 깎아서 만든 이 성당에는 일반 성당과 마찬가지로 성모 마리아를 비롯한 다양한 조각 작품이 있고 소금 바위에 그려진 성화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커다란 킹카 성당보다 오히려 나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관람로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었던 작은 규모의 예배소였다. 큰 성당이야 권력자가 일정한 의지를 가지고 행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이 커다란 흰색 소금 성당의 화려함에 취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의 시선이 잠깐 동안 머물르는 작은 규모의 예배소는 어두운 동굴 속에서 소금을 캐던 광부들이 만들었을 것이다.
죽음을 넘나들수도 있는 그 동굴에서 어떠한 마음으로 하나님에게 예배를 보는 장소를 만들었을까? 그리고 어떠한 기도를 하였을까?
아마 그분들에게는 하나님에 대한 기도와 예배가 어둠을 밝혀주는 희망의 빛이 되었을 것이다. 어둠 속 작은 예배소에서 행했던 기도와 예배가 주었던 안식에 의지하여 삶의 희망을 이어갔을 광부들의 장소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