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검사를 왜 안 할까요?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21 - 폴란드 바르샤바

by 류광민

부탄가스 캔이 사라지다!

리투아니아의 보석 트라카이를 떠난 우리는 폴란드를 넘기 전 국경 근처에서 하루 밤을 보낸 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로 향했다. 쇼팽과 과학자 마리 퀴리, 20세기 초 유명한 사회주의 철학자 로자 룩셈부르크, 교황 요안 바오르 2세, 노벨평화상을 탄 폴란드 노동운동의 상징 레흐 바웬사 등으로 익숙한 나라 폴란드, 그 중심의 도시 바르샤바로 들어간다.

바르샤바로 들어가는 넓고 곧게 뻗은 고속도로는 아직 완공되지 않았는지 가끔 공사 중인 구간이 나타난다. 그럴 때마다 우회도로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중간에 점심도 해결하고 쉴 겸 하여 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커다란 트럭 전용 주차장을 피해서 승용차들이 있는 곳에 주차를 했다. 휴게소 화장실도 볼 겸 해서 휴게소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화장실은 유료로 운영되고 있어서 그냥 패스하려고 하는데 휴게소 안 편의점에 부르스타와 부탄가스 캔이 진열되어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작은 가게에서도 판매를 하고 있으니 대도시에 가면 더 싼 가격에 살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폴란드에서는 부탄가스 캔을 볼 수가 없었다.


아직도 아픈 아내

바르샤바 중심에 비스와 강이 흐른다. 이 강을 기준으로 왼쪽에 왕궁을 비롯한 구시가지가 있고 구시가지 맞은편에 동물원이 있다. 우리는 동물원 입구에 있는 주차장을 정박지로 정했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동물원 주차장이 대부분 비어 있다. 큰 도로와 멀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었다. 문제는 관광지가 몰려 있는 시내 중심가로 가려면 걷기에는 멀다는 것이다. 아내 다리가 계속 아프기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걷는 것을 최소로 하고 대신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20181016_144135.jpg
20181016_170432.jpg
20181016_170702.jpg
20181016_163532.jpg
IMG_6658.JPG
IMG_6663.JPG
쇼팽 박물관과 바르샤바 구도심의 모습

원래 그런 것은 없다?

바르샤바 대중교통 이용은 대단히 쉽다. 트램이나 버스, 메트로까지 탈 수 있는 티켓을 사고 차 안의 펀칭기에 넣으면 된다. 티켓은 1회권(1구역 내 환승 가능, 1구역과 2구역 환승 가능 티켓에 따라 가격에 차이), 1일권 등 다양하게 구매할 수 있다. 문제는 티켓을 파는 기계가 모든 정류장마다 있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본의 아니게 무임승차를 한 적도 있다. 물론 메트로나 사람들이 많이 타고 내리는 곳에는 티켓 판매기가 있고 심지어는 차 안에 있는 경우도 있다. 티켓 판매기는 영어로도 안내가 되기 때문에 표를 사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리고 티켓을 찍는지 아니면 무임승차를 하는지를 검사하러 다니는 사람도 없다.

대부분의 폴란드 사람들은 그냥 타고 내린다. 대부분 장기권을 가지고 이용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펀칭기에 표를 찍는 사람이 있으면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오! 너는 관광객이구나.’ 하는 분위기의 시선이 느껴진다. 우리도 표를 사서 차를 처음 탈 때에는 펀칭을 하였지만 갈아탈 때에는 펀칭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표 펀칭을 하지 않은 저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 무임승차자는 없을까? ’

‘표 관리를 철저하게 안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우리와 다른 대중교통 요금 관리시스템이 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그리스 아테네에서도 이와 같은 유사한 방식으로 대중교통 관리를 하고 있었다.


‘폴란드 사람들은 무임승차를 하지 않을 정도로 도덕성이 높은가?’

‘요금 징수 관리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런가? ’

‘한번 걸리면 벌금을 왕창 매기니까 다들 겁이 나서 무임승차자가 없는 건가?’

‘공공이나 사회에 대한 신뢰가 높아서 인가?’ 기타 등등


'어떠한 가설이 이 상황을 보다 잘 설명해 줄 수 있을까?'


버스나 전철과 같은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때 표를 보여주거나 교통카드를 태그 한 후에 타는 방식으로만 살아온 나를 궁금하게 만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차이는 제도적 차이와 더불어 이러한 제도가 운영되고 정착될 수 있는 기반인 문화적 차이가 있기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리라. 아직도 그 문화적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여행은 이렇게 일상의 생활 문화조차도 새롭게 보이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뭐든지 원래 그런 것은 없다. 그 이유가 있을 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