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해결될 거야!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26 - 체코 브르노

by 류광민

브르노를 방문한 이유?

올로모츠에서 출발한 캠핑카 아톰이 1시간 조금 넘게 걸려 체코 제2의 도시 브르노에 아침 일찍 도착했다. 브르노를 찾은 이유는 이 도시를 관광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우리 차에는 요리를 위한 도구로 부르스타를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 울란우데에서 구입한 이후로 50여 일 동안 지금까지 부탄가스 캔을 살 수 없었다. 이제 비축해 놓은 부탄가스 캔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폴란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부르스타를 팔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체코에서는 혹시나 부탄가스 캔을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희망을 가져보았다. 그래서 브르노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대형 쇼핑센터 곳곳을 오전 내내 뒤져보았다. 그러나 어디에도 브루스타나 부탄가스 캔이 보이지 않는다. 체코에서 부탄가스를 살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이 밀려온다. 다음 목적지인 오스트리아나 스위스에서는 구하기 더 힘들어질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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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발견한 부르스타. 그러나 다른 쇼핑센터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대신에 땔감 나무는 쉽게 구할 수 있다. 이 또한 문화이다.

교회에서 쉬어가 본다!

캠핑카 아톰을 쇼핑센터에서 구도심에 조금 더 가깝게 이동하여 주차한 후, 브르노를 만나러 출발. 그동안 아팠던 아내 다리가 완전히 낫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산 무릎 보호대 덕분인지 걸을 수는 있다고 한다. 오전에 많은 시간을 썼기 때문에 루잔키 공원을 가로질러 성 베드로와 바오로 대성당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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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의 대표 공원인 루잔키 공원과 주변 가로수

구도심에 들어서서 처음 마주한 성 제임스 교회에 들러 휴식을 취해 본다. 우리와 같이 장기 유럽 여행을 하게 되면 오랜 역사를 가진 크고 작은 교회나 성당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들을 다 방문하는 것도 상당한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그러나 두 다리에 의존해서 구도심을 걷다 보면 매력적인 교회나 성당은 우리에게 훌륭한 휴식처가 된다. 그 이유는 대부분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관광객들로 붐비는 성당은 상당한 입장료를 내야 하지만 말이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아픈 다리를 쉬게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들어간 성 제임스 교회. 성 제임스 교회는 13세기 초 독일 주민에 의해 세워졌고 1750-1756에는 바로크 양식으로, 1879년에는 고딕 양식으로 재건되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재단 뒤까지 개방되어 있다는 점과 재단 뒤에는 무덤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교회 안에는 여러 귀족 가문의 문장이 곳곳에 걸려있다. 이 귀족 가문의 문장들은 교회가 19세기 말에 재건될 당시에 여러 가문들의 지원에 의해 건축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세속 권력의 지원에 의해 지어진 교회가 귀족들의 사후 세계의 안녕을 비는 공간이 되었음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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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제임스 교회 입구와 내부. 교회나 성당은 걷는게 일상인 우리에게는 항상 좋은 휴식처이다.

농산물이 꽃처럼 빛나는 곳

구 시청사에서 구도심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성 베드로와 성 바오르 대성당 방향으로 가다 보면 나타나는 파르나스 분수가 있는 광장이 나타난다. 이 광장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각종 농산물을 내다 파는 노천시장이 열린다. 러시아에서부터 느껴왔던 것인데, 이곳에서도 다양한 과일과 야채, 꽃들이 마트는 물론 재래시장에서도 정말로 화려하게 보인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는 마무리를 하고 있는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농산물과 꽃들이 화려하게 빛난다. 정말 어디에서나 농산물이 깨끗하고 화려하게 보이도록 잘 진열되어 있다. 이것도 유럽 지역의 문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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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노 도심과 파르나 분수 앞의 노천 농산물 시장

부드러운 저녁 햇살이 비치는 성당

성 베드로와 성 바오르 대성당은 노천시장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페트로프 언덕 위에 서 있어서 브르노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오늘 우리의 최종 목적지까지 힘내서 올라가 본다. 이제 조금씩 날씨가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외관은 고딕건물이고 내부는 바로크 양식으로 되어 있다. 12세기에 세워졌을 당시에는 작은 교회였지만 1700년대에 재건되면서 현재와 같은 대성당으로 바뀌었고 현재 브르노를 대표하는 성당이 되었다.

우리가 도착할 때에는 문이 닫혀 있어서 안을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천천히 외부를 둘러보기로 한다. 고딕 양식 건물은 바로크 양식 건물처럼 화려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약간 무거운 느낌 또는 묵직한 느낌을 준다. 특히, 성당 하단을 받치고 있는 커다란 돌과 기둥들이 성당의 권위감을 느끼게 해 준다.

어느덧 해가 서쪽으로 지면서 부드러운 햇살이 성당을 감싼다. 이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모델처럼 보이는 여성 두 명이 성당 주변에서 전문 사진가와 함께 다양한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는다. 사진 잘 나왔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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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와 성 바오르 성당 외부 모습

성당 뒤편에 작은 공원이 있는데 이 곳에서 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브르노 대표 명소인 슈필베르크 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유럽의 많은 도시가 그러하듯이 브르노 시는 대부분 평지이다. 그 가운데 성 베드로와 성 바오르 대성당이 있는 이곳과 슈필베르크 성이 있는 두 곳이 작은 산으로 우뚝 솟아 있다. 따라서 두 곳이 자연스럽게 도심 전체를 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 남쪽에 브르노 역도 보이고 트램이 지나가는 자리에 깔린 넓은 초록색 잔디밭이 이색적으로 보인다.

어느덧 해가 지는 시간이 빨라지고 있어서 슈필베르크 성까지 가는 것은 무리이다. 그리고 지금 가 봤자 문도 닫혀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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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필베르크 성과 브르노 역 주변 풍경

도심 야경을 즐기며

구도심으로 내려오니 벌써 해가 졌다. 캠핑카로 여행을 하다 보면 대부분 차 안에서 식사를 해결하게 되는데 오늘은 먹고 들어가기로 하였다. 구도심의 밤은 젊은 사람들로 활기가 있어 보인다. 맥도널드 가계가 너무 붐벼서 건너편에 있는 2층 좌석이 있는 샌드위치 가게로 갔다. 우리는 수프와 케밥 세트 메뉴를 선택했다. 다행히 가격도 저렴한 95 크로나(약 5천 원 정도)이고 맛도 꽤 있었다. 저녁 식사로 충분한 메뉴였다.

부르노에 온 목적인 부탄가스 캔을 찾아야 한다. 구 도심에서 철물점, 레저스포츠 용품점 등을 다시 들러봤지만 어디에서도 부탄가스 캔을 취급하는 곳은 없었다. 담당 직원들도 없다는 말만 한다. 아마 취급하는 곳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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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를 하면서 내려다 본 부르노 도심.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한 부르노의 모습들

이렇게 큰 도시에서도 부탄가스 캔이 없다면 어디에서 부탄가스 캔을 살 수 있을까? 아내 걱정이 점점 커진다. 벌써부터 비상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너무 앞선 걱정이 나를 힘들게 한다.


"자기야! 너무 걱정하지 마. 다 해결될 거야."


우리에게는 아직도 부탄가스캔이 10개 정도 남아있다.


골목길 펍에는 많은 사람들이 길까지 의자를 내다 놓고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다. 야니체크 극장 앞 광장에는 물 스크린이 화려한 물 쇼를 보여주고 있고 하늘에는 둥근 보름달이 구름에 살짝 가려져 이쁜 달무리를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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