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27 - 체코 텔츠(텔치)
텔츠(체코어로 텔치)는 최근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한 참 예쁜 작은 도시이다. 브르노에서 아톰으로 두 시간 정도에 도착할 수 있다. 3개의 호수로 둘러싸여 있는 텔츠는 ‘모라비아의 진주’라고 불린다.
캠핑카 여행의 최대 장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주차만 가능하다면 쉬고 싶은 곳에서 하루 밤을 보낼 수 있다는 것과 도로 사정만 양호하다면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작은 도시를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캠핑카 여행 계획을 세울 때부터 각 나라의 작지만 예쁜 도시를 찾아서 방문하고 싶어 했다. 그 도시 중 하나가 바로 텔츠이다.
텔츠 중심에 있는 유료주차장에서 조금 떨어진 무료 주차장에 차를 안전하게 주차시킨 후, 역사지구로 발길을 향한다. 유료 주차장에 주차하면 걷는 길이가 줄어드는 편리함이 있지만 장기 여행을 하다 보면 주차비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래서 가능하면 무료 주차장을 찾는 습관이 생겼다. 다행히도 대 도심 한가운데가 아니면 현재까지는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무료 주차장을 발견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관광지가 아닌 지역 주민들의 삶을 가끔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자동차들이 다니는 길가에 위치하고 있는 상점가 뒤로 가면 역사지구로 들어가는, 차가 다닐 수 없는, 작은 다리 길이 나타난다. 다리 아래에는 과거에 성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을 꽤 깊은 해자가 있다. 그 해자를 지나면 바로 역사지구로 연결되는데 독특한 양식의 건물들이 골목길을 만들고 있다. 그 골목길에는 분위기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 작은 호텔들이 보인다.
저 호텔에서 하루 밤을 보내면 어떤 기분일까? 갑자기 가격이 궁금해진다. 오늘 하루 밤을 보낼 생각은 없지만 호텔에 들어가 본다. 호텔은 카페, 레스토랑과 함께 운영되고 있었는데 조식 포함해서 1박에 50유로 정도 한다고 한다. 저 정도 가격이면 하루 밤을 지내는 것에 투자를 해도 좋을 것 같다. 잠깐의 유혹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패스. 사실 오늘은 텔츠 인근 지역의 농촌 민박집을 예약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혹시 다음에 다시 온다면 하루는 꼭 자고 가고 싶다.
골목을 빠져나오면 지하리아스라는 이름의 넓은 광장이 나타난다. 이 광장을 둘러싼 독특한 건물들이 영화 세트장처럼 느껴진다. 건물들은 대부분 파스텔톤 색감으로 치장되어 있는 바로크 또는 르네상스 양식이다. 이 독특한 파스텔톤 색감과 건축양식 때문에 매우 이색적인 아름다운 도시 풍경을 자아낸다. 그리고 이 독특한 건물들이 광장을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어서 광장에서 들어서면 갑자기 중세시대로 들어온 것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그 분위기를 더 느끼고 싶어서 조그마한 상점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천정이 약간 낮아 보이는 건물 안에서는 독특한 디자인의 작은 소품들을 팔고 있었다. 옛날 건물 그대로를 활용하고 있는 가계 안 분위기가 중세 시대 느낌을 더 해준다.
광장 끝 쪽으로 가면 텔츠 성이 나타난다. 텔츠 성의 일부는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고 성에 딸려 있는 조그마한 정원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정원은 정형식 정원이어서 매우 잘 정돈된 모습을 보여준다. 성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이 안에서 살던 사람들에게는 이 정원이 바깥공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중요한 휴식처였을 것이다. 오늘 텔츠를 찾는 관광객도 별로 없고 성 정원을 찾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 정원에 홀로 있는 우리는 잠시나마 영주와 공주가 되어 본다. 그리고 이 정원의 주인처럼 여유롭게 산책을 즐겼다.
성 옆에 붙어 있는 성당의 탑을 올라가면 텔츠 역사지구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갔을 때는 문이 닫혀 있었다. 비수기인지라 문을 일찍 닫는 것인가 보다. 아쉬움 발걸음을 뒤로하고 성당 앞에 있는 중후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밖에서 보니 안 쪽에 커다란 조각품이 보인다. 우리가 들어간 곳은 나중에 알고 보니 대학교였다(이름은 Masarykova 대학). 이곳에서 따뜻한 차 한잔과 케이크를 즐기는 여유를 가져보았다.
텔츠 성문을 빠저 나와 밖으로 나와본다. 보통 단체 관광객들은 이 곳으로 들어온다. 텔츠 역사지구 한쪽을 감싸고 있는 Stepnicky 연못을 따라 난 산책로로 들어서면 역사지구 뒤편에 현재 살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집들이 나타난다.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하시는 분들, 집수리를 하고 계시는 분들이 보인다. 이 분들은 역사지구와 붙어사시는 분들이다. 집 마당에 심어져 있는 사과나무에 아직도 주렁주렁 사과가 달려 있다. 아내는 여전히 사과를 탐내고 있다. 아직도 체코에서 사과 여행은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이제 오늘 머물기로 한 민박집을 찾아가야 할 시간이 되고 있다. 동화 속의 나라에서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