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28 - 체코 트레본
트레본(Trebon) 여행은 사전 계획에 의해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 일정 상 우연하게 정박지로 정해진 곳이었다.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기 때문에 하루에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계속 짧아지고 있다. 텔츠 인근 민박집에서 차량 점검 및 음식 준비 때문에 점심때가 되어서야 출발하게 되었다. 다음 목적지인 체스키크룸로프까지는 3시간 정도 걸린다. 저녁때 도착하면 적당한 정박지가 있어야 하는데 Park4night에서 마땅한 정박지를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체스키크룸로프에서 가까운 곳에서 정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체스키프롬로프에 들어가려는 계획을 세웠다.
밤에 조용하며 안전해야 하고 시간이 허락하면 가벼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정박지로서 가장 좋은 조건이다. 트레본 호수가의 무료 공공 주차장은 체스키크룸로프로 가는 길 중에 있는 정박지 중 이러한 조건을 잘 갖추고 있었다.
공공 주차장에 도착하니 먼저 와 있는 캠핑카 몇 대가 보인다. 이 정도면 안전하고 조용한 정박지로 합격이다. 3시쯤 되었으니 천천히 주변을 산책해도 충분한 시간이다. 조금 바람이 불지만 단단히 챙겨 입고 산책 길을 나선다. 호수가를 따라 구도심이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여름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인가 보다. 지금은 문이 닫혀 있지만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는 가계는 물론 호텔, 캠핑장들이 호수가를 따라 줄지어 서 있다. 우리가 주차하고 있는 이곳을 지도에서 다시 살펴보니 ‘우스흐바르젠 베르스케호 로브키 공원’과 마주하고 있는 Svet라는 커다란 호수가 있는 곳이었다.
우리 발걸음은 어느새 공원 숲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이 공원 이름은 자 메츠 키 Zamecky). 울창한 숲 길이 자연스럽게 우리 산책길을 끌었다.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성처럼 보이는 건물이 보인다. 뒷문처럼 보이는 문으로 들어가니 갑자기 역사지구와 같은 구도심 광장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광장에서는 근사한 분위기의 다양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영업을 하고 있다. 날씨가 따뜻하면 이곳에서 차 한잔의 분위기도 좋을 듯하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알고 싶어서 광장 한 구석에 있는 관광정보 안내센터를 찾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나름 체코에서는 유명한 관광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트레본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안내센터에 비치된 자료를 보고 있는데 유일한 직원이 상냥한 목소리로 마감시간이 다 되었단다. 이제 5시인데. 10월 말이 되었기 때문에 조금 지나면 해가 진다. 며칠 지나면 오스트리아에 들어가게 될 때 필요할 것 같아서 서둘러 주차 시계 표를 하나 샀다. 여행 중 스위스에서 딱 한번 사용했다.
이곳 건물들은 어제 지나온 텔츠 역사지구 건물과 비슷한 독특한 외관을 가지고 있다. 아마 가까운 곳이라서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한다. 돌아오는 길가 공원에는 무료 화장실도 있다. 캠핑장에서 정박하지 않고 여행하고 있는 우리에게 무료 공공 화장실은 커다란 선물과 같은 존재이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트레본은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다.
트레본은 텔츠처럼 예쁜 도시이면서 훌륭한 숲 공원, 호수 공원까지 가지고 있어서 우리처럼 여유롭게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방문지일지도 모른다. 트레본을 미리 알았다면 아침 일찍 서둘러 왔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 도시이다. 어찌하겠는가? 항상 모든 것을 다 계획하고 만족할 수 없는 것을. 그리고 그 계획은 또 다른 것을 제외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후회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무계획 때문에 우리는 트레본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 그것으로 만족해야지. 오늘도 해가 빨리 지고 밤이 길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