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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정 Oct 17. 2024

30일 5분 달리기 챌린지, 마인드풀 러닝

30일 달리기가 나에게 남긴 것

한 달 전 추석연휴, 망원동에서 지인들을 만났다. 추석연휴라기엔 무더운 날이었다. 카페에 두런두런 앉아 각자 커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요즘 사는 이야기로 시작한 대화는 자연스럽게 운동이야기로 흘러갔다. 각자 수영, 복싱, 달리기 및 요가를 꾸준히 하고 있던 터였다. 그중에서 친구 D는 평소에도 본인의 운동일지를 꾸준히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고 있었는데, 5분 러닝으로 시작해서 최근에는 10분으로 달리기를 늘린 이야기를 해주었다. 단순히 운동기록을 넘어서 그날그날 본인의 몸 상태와 기분의 상태를 체크하는 일지를 올리는 것이 흥미로워 잘 지켜보던 차였는데 흥미로웠다. 주변에 달리기를 하는 친구들은 꽤 있었는데 ‘5분 달리기’라니, 흥미를 끌면서 처음으로 ‘그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의 운동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항상 반에서 제일 빠른 아이 었다. 당연히 매년 운동회에서는 계주의 마지막주자였고, 빨리 달리기 만큼은 자신 있었고 웬만한 운동도 항상 평균이상인 말하자면 운동대장이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다가 성인이 되고 난 후 지금까지 ‘생활체육인’으로서 많은 운동을 거쳐왔다. 필라테스, 요가, 테니스, 스쿼시, PT, 수영, 그리고 지금의 복싱에 이르기까지  나의 일상생활에는 항상 운동이 함께였고, 그게 나에게는 전혀 부담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운동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곤 하였다. 수영도 비교적 빨리 배워 고급반에 금방 올라가고, 필라테스는 첫 시간부터 ‘다른 곳에서 배우고 왔냐’고 묻는가 하면 복싱장에서는 ‘회원님 체력이 좋으신데, 혹시 경찰이신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런 나에게도 싫은 운동이 있다면 그건 바로 달리기였다. 초등학교시절에도 빨리 달리기는 자신 있었지만 오래 달리기는 너무 싫었다. 가끔 재미로 10킬로짜리 미니 마라톤을 나가본 적도 있지만 달리면서도 ‘내가 도대체 왜 이걸 하고 있는가..’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자연스레 달리기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하지만 주변에 달리기를 하며 즐거워 보이는 지인들을 보면서 달리기의 매력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또한 달리기는 전신운동이며, (조금만 해도 운동효과가 좋은) 가성비가 좋은 운동이고, 장비가 없어도 몸만 있으면 달릴 수 있는 편리한 운동이다..라는 말에 ‘언젠가 나도..’라고 막연히 생각은 하였지만 도무지 몸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망원동에서의 2시간 남짓 운동토크에서 ‘30일 5분 달리기’를 듣고 ‘5분이라면 한 번쯤?..’이라고 생각을 한 것이다. 사실 처음에 5분이라는 말을 듣고, ‘5분? 달리기 하러 나가는 게 어렵지, 한번 달리면 30분은 뛰어야 되는 거 아닌가? 5분은 쉬울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였다. 다음날 자전거를 타고 동네 천으로 나가 뛰기 시작하자마자 5분이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은 무너져 내렸다. 정말 천천히 뛰었는데도 5분이 마치 50분처럼 느껴지고, 언제 끝나는지 계속해서 시계만 쳐다봤다. 그리고 5분이 딱 끝나자마자 멈춰서 중단을 눌렀다. 아니, 5분이 이렇게 힘들일인가? 그동안 꾸준히 운동을 해왔는데 약간의 회의감도 올라왔다. 


첫날 5분 러닝을 하고 인스타에 공유를 하며 ‘과연!!!!’이라고 적었다. 그때의 마음은 정말 과연 내가 30일을 빠지지 않고 뛸 수 있을까였다. 다음날에는 복싱 끝나고 집 가는 길에 조금 돌아 돌아 5분을 뛰어갔다. 처음시작이 가장 힘들 때인데,  내가 올린 스토리를 공유하며 응원해 주는 러닝메이트들 덕분에 힘이 났다. 30일 챌린지를 하면서 하루는 하루종일 비가 와서 눈치게임을 하다가 결국 뛰지 못하고 20분 싸이클로 대체한 날도 있었다. 오전에는 일주일에 2-3번 정도 주기적으로 실내사이클을 타는 편이지만, 저녁에는 마음먹기가 힘든데 그래도 챌린지 덕분에 사이클이라도 타며 챌린지를 이어나갔다. 퇴근하고 오면 9시 반 정도인데, 매주 하루는 저녁과외가 있어서 쉽지 않은 날도 있었지만 그래도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고 운동화를 바꿔 신고 나갔다. 대부분의 날은 팟캐스트의 도움을 받아 뛰었는데, 뛰다 보니 몸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 날도 있었다. 여유가 있을 때는 오전에 러닝을 하는 것이 확실히 상쾌했다. 하루는 시골에서 고구마를 캤는데, 장화를 신은 채로 5분 러닝을 하며 시골집으로 돌아간 날도 있었다. 저녁에 술약속이 있을 때는 오전러닝을 했는데, 예기치 못하게 저녁약속에서 술을 먹게 된 날에도 집에 가서 의지를 불태워서 뛰었다가 머리가 조금 아픈 경험도 하였다. 


챌린지의 반 정도가 되었을 무렵의 일지에는 ‘오늘 처음으로 ‘뛸만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온 후 공기가 상쾌해서 인지, 모닝 러닝이 나랑 맞는 건지, 이제 슬슬 적응이 되는 건지, 루트가 익숙해져인지, 아무튼 신나는 일이다.’라도 적었다. 그리고 그 무렵 멀리서 신호가 바뀌는 걸 보고 뛰었는데, 평소라면 건너고 나서 숨이 차 헐떡일 텐데 아무렇지 않아서 달리기의 효과 인가 싶어 신기했다. 보통은 북적이는 동네에서 5분 정도를 뛰다가 시간을 내어 자전거를 타고 천으로 가니 10분 정도를 달리고도 뛸만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5분은 언제 끝나지, 30일은 언제 가지 싶었던 날들이 쌓여 어느덧 30일 챌린지가 끝났다. 이 챌린지를 하면서 작년에 읽은  <Atomic Habit(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이 생각이 났다. 이 책에서는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려면 습관을 일단 쉽게,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습관이 ‘일반적’인 그룹이나 문화로 들어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단 5분씩 시작해서 달리기 습관을 만든 것, 그리고 각자의 소셜미디어에 서로를 언급하며 응원한 친구들 덕분에 계속 뛸 수 있었다. 혼자라면 결코 끝까지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챌린지가 끝났지만 나는 러너, 달리는 사람이 된 기분이다. 앞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미세먼지가 나쁘나 뛰게 될까? 아마도 아닐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도 5분씩을 쌓아가며 달리게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정말 오랜만에 달리기 챌린지를 끝내고 나서 글이 쓰고 싶어졌다. 달리기가 나에게 무엇을 주었나- 그건 바로 새로 시작하는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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