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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H Jun 26. 2022

주니어는 회식이 싫어서

비싼 음식을 사줘도 회식을 마다하는 이유

회식? 좋아한다.


소고기나 오마카세가 아니더라도,

삼겹살을 사주신다해도 남의 돈으로 먹는 음식은 맛있는 법이다.


아마 회식의 메뉴가 싫어서 회식을 싫어하는 주니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요즘은 술자리 문화도 많이 개선되어서,

술을 마구 강요하는 분도 많지 않다. (아직 그런 분이 계시다면... 내 상사가 아니라 다행이다)


그런데 왜 회식이라는 두 글자에 얼굴부터 굳냐고?


잘 모르겠다면 아래를 찬찬히 읽어보시길 바란다.


1. "아 내가 그 때 말했던 그 xx가 말이야~" , "아 xx, 김철수 걔는 왜그러냐?"


왜 소주 몇 잔 들어가면 욕들 하시는지?

남의 욕 즉, 뒷담이 문제가 아니고, 왜 비속어를 하시는지?

(뒷담도 썩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뒷담과 비속어를 같이 하신다면

비속어부터 고쳐보도록 하자)


사실 대학생 술자리에서도

취하면 모두가 기분이 좋아지고, 약간의 도덕 관념이라던지 매너의 기준도 조금 허물어져서

평소에 안쓰던 욕을 섞어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회사 좀 다닌 어르신들이,

아직도 대학생과 같으면 문제 아닐까?


게다가 5살, 10살, 20살 어린 주니어 앞에서

거친말을 섞어가며 흥분을 토해내는 주정 아닌 주정이


뭐 딱히, 존경스럽다거나 호감 가게 만드는 요인은 아니다.


교양 없어보이고, 저급해보인다.


후배들이 본인을 그렇게 생각하길 바라는게 아니라면

, 특히 본인이 어느 조직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면

주정 습관부터 고쳐보길 바란다.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비속어 쓴다고 재미있어지지 않는다. 당신의 유머나 에피소드의 퀄리티를 떨어뜨릴 뿐.


2. "그 여자/남자 말이야 내가 그때 ~"


특정될 수 있어서 인용을 구체적으로 하지 못했다.


저질스러운 농담이다.


성적 수치심을 야기한다고 신고할 수 있을만큼 강력한(?) 것도 아니지만 평소에 이성적인 상태라면 절대 하지 않을 그런 농담들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저런 농담을 시작하시기들 전에 꼭 이런 멘트를 함께 붙이신다.

"요즘 이런 말 하면 좀 그렇긴한데"

좀 그러면 안 하면 된다.


본인 가족에게도 하지 않을 농담이나 편력 자랑 같은 것들은 회사 술자리에서도 하지 않길 바란다.


가족이 더 가까운지, 회사 주니어들이 더 가까운지 생각해보면 알 일이다.

(회사 후배들이 가깝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당신만의 착각일 수 있다. 회사 후배들은 당신을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1번과 마찬가지로,

재미없고 저급해보이며, 도덕 관념이 매우 없는 사람으로 보인다.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당신이 한 말은 주니어들 사이에서 이미 널리널리 회자 되고 있으며

당신의 이미지는 술자리에서 위험한 발언하는 사람으로 굳혀지고 있다.


3. "내가 10년 전에는 말이야~" "그거 기억나냐 김부장"



부장님들만 공유하는 에피소드로 회식을 채울 예정이라면,

부장님들만 모여서 먹고 마시면 된다.


주니어는 이미 회사에서 당신의 농담과 아이디어에 리액션 해주기에도 지친다.


사실 당신의 옛날 이야기는, 그렇게 놀랍지도 재미있지도 않다.

하지만 당신이 고과권자이기 때문에, 혹은 당신과 앞으로 계속 일해야하니까,

그리고 우리나라는 아직 윗사람 모시기 문화가 굳건해서

'그냥' 웃어줬던 것이다. '그냥' 박수치고 '그냥' "진짜요?" 했던 것이다.


게다가,

말할 권리는 왜 당신만 차지하는가?


주니어는 꿔다놓은 보릿자루, 아니 방청객이 아니다.

질문하고 듣기를. 요즘 주니어들이 무슨 취향을 갖고 있고 재미있어 하는 일들이 뭐고,

자기들이 겪은 최근의 재미있는 일은 뭔지를 물어보기를.


 아참, 묻고 나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면서 10년 전의 에피소드를 재개봉하는 건 사절이다.


주니어들이 말을 안한다고?

당신은 좋아하지 않는 친구에게 근황을 들려주고 함께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은가?

주니어들이 당신을 평소에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반영되는 부분이다. 반성하면 된다.


그래도 자꾸 옛날 이야기가 튀어나오고,

세대와 연차에 관련 없이 모두가 당신의 이야기에 좋은 반응을 이길 바란다면

회식을 초과 근무로 인정해주면 된다.

그들은 더 좋은 방청객이 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근 몇년 간 다양한 회사에서 회식 자리를 겪고 느낀 바를 정리해보았다.

당신의 회식자리는 세대, 연차, 직급에 관련 없이 모두가 반기는 이벤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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