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는 대전시에서 '0시 축제'를 한다며 가수들을 부르고 밤샘파티를 하기도 했는데, 아마도 노잼도시를 유잼도시로 만들려는 홍보전략인 것 같다.
그런데, 어쩌면 이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보다, 나같이 외지에서 온 사람이 대전의 장점과 매력에 대해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만약 나에게 대전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나는 억지로 대전을 '유잼도시'로 만들려는 노력은 하지 않을 것 같다. 대신, '힐링도시' 콘셉트를 제안하고 싶다.
먼저 대전은 서울과 가깝다. Ktx를 타면 한 시간밖에 안 걸린다. 대전역에서 성심당 빵만 사는 건 성심당이라는 코끼리의 오른쪽 발만 대충 보고 가는 셈이다.
대전역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인 중앙로역 근처에 성심당 왕국이 있다. 성심당 문화원에서 성심당의 역사와 정신을 체험한 후(성심당에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주변에 흩어져 있는 성심당의 가게들을 찾아보자. 케이크, 떡, 브런치, 빙수, 돈가스, 오므라이스, 우동, 스테이크, 피자와 스파게티 등등 다양한 메뉴들을 숨바꼭질처럼 찾아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착한 가격에 맛있게 배불리 먹고 나면 이제 힐링할 준비가 다 되었다. 택시를 타고 엑스포공원으로 이동해 보자. 택시기사님이 천변도로를 타고 달릴 것이다(대전은 '강'이 아니라 '천'입니다).
대전의 갑천과 유등천에는 철마다 들꽃이 피고, 왜가리, 오리도 살고, 가끔 새벽에 수달과 고라니도 볼 수 있다. 천변을 달리다 보면 어느새 추억의 엑스포 타워에 도착한다.
타워의 도넛모양 안에 있는 카페에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마신 후, 갑천변으로 나가면 무료로 '타슈' 자전거를 탈 수 있다(서울의 따릉이와 같이 시에서 무료로 대여하는 자전거인데, 타슈~이름 너무 정겹지 않나요?).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갑천변을 따라 30분 정도만 달리면 유성온천지구에 도착한다. 조선의 왕들도 즐겨 찾았다는 뜨끈한 온천을 하고 나면 몸이 날아갈 것 같이 가볍다. 다시 엑스포타워로 돌아와 천변의 노을을 배경으로 음악분수를 즐겨도 좋고, 근처 한밭수목원. 이응노미술관. 신세계백화점을 구경해도 좋다.
대전역 근처 소제동에는 재개발 지구의 일본식 가옥들이 멋진 식당과 카페로 변신해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두달전부터 예약해야 갈 수 있다는 힙한 장소가 많다.
여기까지가 당일코스다. 조금 더 깊게 대전의 매력을 알고 싶다면 하루이틀 더 머물기를 추천한다.
자동차를 렌트해서 아침 일찍 대청호 명상정원을 방문해 보자. 데크길로 연결된 호수변을 산책하다 보면, 하얀 오리 떼를 만나기도 한다. 호수를 보며 멍하게 시간을 보낼만한 예쁜 카페도 많다. 4월에 대청호수변길은 전국에서 가장 긴 드라이브 쓰루 벚꽃길이 된다. 가을에는 대통령 별장이었던 청남대도 멋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방문했던 장태산 휴양림도 들러보자. 높이 솟은 빽빽한 메타세쿼이아 숲길 사이로 이어져 있는 하늘길을 걸으면 아찔아찔하다. 벤치에 누워 나무꼭대기를 바라보면 힐링 그 자체다. 산을 좋아한다면 계룡산 동학사나 계족산 황톳길도 추천한다.
어린아이들에게는 국립과학관과 천문대 코스도 추천한다.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각종 연구소 견학 프로그램과 연계한다면 좋은 상품이 될 것 같다.
누군가 추천해 준 유현준 교수의 대전 이야기가 무척 공감이 된다. 도시계획하시는 분들이 참고하시길 바란다. 이 정도면 시에서 홍보비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