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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수 Mar 11. 2020

남보다 못한 나에게

귀도 얇고 자존감은 더 얇고, 극세 미립 멘탈의 소유자, 그게 바로 나란 인간이다.


나의 글에 대한 아홉의 호평보다 나머지 하나의 혹평 내지는 무관심에 더 신경을 쓰고 상처 받는다.

별일도 아닌데 태산 같은 불안에 갇혀있다.

열등의식이라고밖에 설명이 안 되는 자존심 때문에 감정 소모가 너무 심하다.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잘 알면서 허황된 기준을 세우고 거기에 미치지 못하면 호되게 나를 꾸짖는다.

남에게는 관대하지만 나에게는 엄격하다 못해 가혹하다.

남은 잘도 응원하면서 정작 나를 응원하는데 서툴고 인색하다.

나의 가치를 스스로 평가절하하고 깎아내린다. 얇디얇은 멘탈에 금이 가고 무너지도록 그대로 방치한다.

이게 진짜 최악이다.

이래서야 내가 남보다 나은 게 없다. 아니, 남보다 못하다.


제발 나에게 잘 하자. 남에게 하는 거 반만이라도 하자. 남을 위로하듯 나를 위로하자.

소심하고 초라한 나지만, 이런 나라서 이것저것 못마땅하고 답답한 것 투성이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나밖에 없다.

잘했다고, 별 거 아니라고, 창피하고 부끄러운 감정도 다 순삭이라고,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거라고, 토닥토닥 어깨라도 몇 번 두드려주자.

생각해보면 부당대우는 남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가장 많이 하고 있더라.


작가라는 건 끊임없이 글로 경쟁하고 평가받는 직업이다. 누가 뭐래도 내 글에 대한 소신과 배짱과 줏대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말들에 흔들림 없는 강철 같은 정신세계? 그래 이건 좀 넘사벽이다. 그래도 최소한 나는 꽤 괜찮은 글을 쓰는 괜찮은 작가 사람이라고, 어디에 내놔도 부끄러울 정도는 아니라고, 너그러운 품으로 힘껏 나를 끌어안아줄 수 있는 여유, 그 정도 센스는 하나 장착하도록 하자.


오늘의 할 일!


내 안의 토라진 나를 달래주기,

따뜻하게 손 잡아주기,

비싸서 맛있는 커피 한잔 사주기,

그리고 밖으로 나가 책 중에 가장 비싸다는 산책을 함께 읽기!!


맥락 없는 나의 우울에게

오늘은 꼭 광합성을 선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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